'여론 변화 움직임에 헌재가 눈치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은 조직의 자존심 문제
"재판관들의 소신과 헌법정신을 충실히 따르는 상식적 선고 내려질 것" 예상도

[인더스트리뉴스 성기노 기자]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계속 늦춰지고 있어 그 속사정에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헌재의 탄핵심판 선고는 빨라도 다음 주 이뤄지게 됐다. 이에 따라 윤 대통령 사건은 역대 대통령 탄핵심판 가운데 소추일로부터 선고까지 걸린 기간에서 최장 기록을 경신하게 됐다.
헌법재판소는 3월 14일 전날 밤까지도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일을 고지하지 않았다. 헌재는 지난달 25일 윤 대통령 탄핵심판의 변론을 종결하고서 선고를 앞둔 상황이다. 하지만 헌재는 변론 종결 이후 2주가 지난 금요일인 이날 오후에도 평의를 열고 쟁점에 관해 검토할 예정으로 전해졌다.
헌재는 통상 선고를 2∼3일 앞둔 시점에 당사자들에게 선고일을 통지하고 언론에도 공개한다. 따라서 이날 중 선고일을 발표할 경우 빠르면 17일 선고가 가능하다. 그러지 않으면 19∼21일에나 선고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재판관들은 변론 종결 직후 초반 며칠을 제외하고는 매일 평의를 열고 윤 대통령과 국회 양쪽이 탄핵심판에서 제기한 쟁점들에 관해 하나씩 검토하고 있다. 아직까진 각자 견해를 정리하고 의견을 주고받는 단계로, 최종 결론을 도출하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부 쟁점별로 재판관들 간 견해가 크게 엇갈려 의견이 잘 모이지 않을 경우엔 다음 주에도 선고가 이뤄지지 못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헌재는 평의 내용이 밖으로 새어 나가지 않도록 각별히 보안에 유의하고 있다. 헌재 관계자는 "재판부 평의의 내용, 안건, 진행 단계, 시작 및 종료 여부, 시간, 장소 모두 비공개 대상"이라고 밝혔다.

국회와 윤 대통령 측은 모두 헌재에 신속한 선고를 주문하고 있지만 헌재는 과거의 탄핵 결정 시간을 모두 경신하며 신중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헌재는 왜 이처럼 선고를 그 동안의 '관례'에 따라 빠른 시일 내 결정내리지 못하는 것일까.
정치권에서는 여러가지 추측들이 나오고 있다. 특히 여야는 헌재 결정이 늦어지게 되면 그것이 향후 정치 상황과 일정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가장 먼저 제기되는 이유는 재판관들이 대통령 탄핵이라는 역사적인 '대사'를 앞두고 되도록이면 만장일치 의견을 도출하기 위해 숙고와 '조율'을 거듭하고 있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하나의 사안에 대해 의견이 크게 엇갈릴 경우 국론분열은 물론 향후 정치권에도 상당한 후유증을 줄 수 있기 때문에 헌재도 최대한 '정치적 고려'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다.
두번째는 향후 제기될 절차상의 하자나 미비점 지적을 피하기 위해 최대한 '숙성 기간'을 거친다는 것이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법원의 구속 취소 결정과 석방이라는 중대 변수가 발생하면서 탄핵 심판 전체에 대한 절차적 문제점도 비록 미세하긴 하지만 다시 따져볼 여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헌재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헌재가 '번갯불에 콩 구워먹는다'는 비판을 자초할 수 없는 상황이라 최대한 탄핵심판 절차에 신중하다는 것을 대외에 알릴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헌재가 여론의 미세한 변화 흐름에 너무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탄핵 심판 초기만 해도 인용이 거의 기정사실화되는 흐름이 나타났지만 윤 대통령이 석방되면서 미묘한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헌재도 여론의 변화 움직임과 변동 가능성에 대해 대놓고 무시할 수만은 없기 때문에 선고 충격파를 최소화하기 위해 최대한 지연 전략을 펴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헌재가 여론 눈치를 보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도 있다. 법조계의 한 인사는 이에 대해 "헌재 재판관들은 지금까지 여론에 흔들리는 결정을 해오지 않고 오로지 헌법해석에만 충실해왔다는 나름대로의 자부심이 있다. 이번 윤 대통령 탄핵 심판은 과거 노무현, 박근혜 사례 때와 달리 중간에 변수도 많이 발생했고 우여곡절도 정말 많았다. 어렵게 끌고온 탄핵 심판을 여론이 변할 움직임이 있다고 해서 기존 결정을 뒤엎거나 번복해 여론을 따라가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다. 헌재는 대법원과 함께 우리나라 법조를 이끌고 있다는 나름대로의 자부심이 있는 조직이기 때문에 재판관들의 소신과 헌법정신에 충실해 상식적인 선고가 내려질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