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스트리뉴스 이건오 기자] 중국은 압도적인 생산 능력을 앞세워 자국 내수시장을 넘어 글로벌 시장 장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가장 큰 전기차 시장 중 하나인 미국은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워 중국산 배터리 견제 및 공급망 재편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K-배터리는 막대한 생산 능력을 앞세운 중국산 배터리와의 경쟁, 그리고 미국 관세 정책에 따른 현지 생산 확대, 공급망 다변화, 기술력 확보의 도전이라는 난제를 풀고 있는 상황이다.
아울러 캐즘현상으로 인해 유럽, 북미시장 등 주요 완성차 배터리 수요 감소와 중국이 주도하고 있는 LFP배터리 사용량 증가에 따라 K-배터리는 더욱 깊은 시름에 빠졌다. 이에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ESS(에너지저장장치), LFP배터리 개발 등 다양한 사업 전략을 통해 대응에 나서고 있다.
2025년 1~2월 중국외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에 대한 성적표가 나왔다. 성장률은 유지하고 있으나 시장 점유율은 지속적인 감소세에 있다. 캐즘 현상과 별개로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성장하고 있으나, 중국이 시장 점유율 확대에 공격적이고 BYD, 테슬라를 비롯한 내재화 현상도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5년 1~2월 판매된 글로벌(중국 제외) 전기차(EV, PHEV, HEV) 탑재 배터리 총 사용량은 약 58.3GWh로 전년 동기 대비 27.3% 성장했다. 2025년 1~2월 K-배터리 사용량 합계는 22.5GWh로, 전년 동기 20.5GWh 대비 2.5GWh의 소폭 성장에 그쳤다.

2025년 1~2월 K-배터리 사용량 합계 ‘22.5GWh’… 시장 점유율 계속 떨어져
2025년 1~2월,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K-배터리 3사의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 시장 점유율은 전년 동기 대비 6.2%p 하락한 38.6%를 기록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전년 동기 대비 14.0%(12.2GWh) 성장하며 2위를 유지했고 SK온은 38.6%(6.1GWh)의 성장률을 기록해 3위에 올랐다. 반면, 삼성SDI는 22.2%(4.2GWh)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SDI의 하락세는 유럽 및 북미 시장 내 주요 완성차 고객들의 배터리 수요 감소가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전기차 판매량 따른 K-배터리 3사의 배터리 사용량을 살펴보면, 삼성SDI의 배터리 사용량은 주로 △BMW △아우디 △리비안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BMW의 경우 i4, i5, i7, iX에 삼성SDI의 배터리가 탑재됐고 특히, 2023년 말에 출시된 i5의 판매량이 호조를 나타냈다. 한편, 리비안은 R1S, R1T가 미국에서 꾸준한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지만 타사의 LFP배터리가 탑재된 스탠다드 레인지 트림이 출시되면서 삼성SDI의 배터리 사용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AUDI의 Q8 e-트론(Tron)의 판매량도 감소하면서 BMW,폭스바겐(VW), 리비안 그룹의 SDI 배터리 사용량은 21.9% 감소한 것으로 분석됐다.
SK온의 배터리 사용량은 주로 △현대자동차그룹 △메르세데스벤츠 △폭스바겐 등의 차량에 탑재됐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전기 승용차인 아이오닉5와 EV6 페이스리프트 이후 회복세를 보였고, 메르세데스벤츠는 SK온의 배터리를 탑재한 콤팩트 SUV EQA와 EQB가 전년 동기 수준의 견조한 판매량을 기록하며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했다. 이와 함께, 폭스바겐 ID.7, ID.4의 판매량 호조가 SK온의 배터리 사용량 증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사용량은 주로 △테슬라 △폭스바겐 △쉐보레 △기아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테슬라의 경우,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를 탑재한 모델의 판매량 부진으로 테슬라의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사용량이 32.7% 감소했다. 한편, 폭스바겐의 ID시리즈, 기아의 EV3 판매 호조와 얼티엄 플랫폼을 적용한 쉐보레 이쿼녹스, 블레이저, 실버라도 EV의 판매가 확대됨에 따라 총 사용량은 14.0% 성장했다.

BYD·테슬라 큰 폭 성장률… 패러시스 10위권 들어오며 PPES 밀어내
주로 테슬라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파나소닉은 올해 배터리 사용량 5.1GWh를 기록하며 5위에 머물렀다. 테슬라 의존도가 높은 구조 속에서, 모델3/Y의 판매량 감소에 따른 테슬라의 올해 판매량 하락세가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파나소닉은 개선된 테슬라향 2170 및 4680 셀을 출시해 향후 북미 지역 테슬라를 중심으로 배터리 사용량이 빠르게 회복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의 CATL은 36.6%(16.8GWh)의 성장률을 나타내며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시장 또한 가장 높은 점유율을 기록했다. 현재 폭스바겐, BMW, 메르세데스, 현대자동차 등 다수의 전 세계 주요 OEM들이 CATL의 배터리를 채택하고 있다. 특히, 중국 내수시장의 공급 과잉 이슈를 브라질, 태국, 이스라엘, 호주 등 해외 수출로 해소하며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BYD는 1~2월 누적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을 3.5GWh까지 끌어올렸다. 삼성SDI의 4.2GWh에 0.7GWh 모자란 수치로 5위 자리를 넘보고 있다. 테슬라는 같은 기간 1.7GWh의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을 기록하며 750%의 성장률을 보였다. OEM 기업들의 배터리 내재화 현상이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토요타와 파나소닉의 합작사 PPES는 10위권 밖으로 밀려나고, 메르세데스벤츠에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는 중국기업 패러시스(Farasis)가 10위에 랭크됐다.

SNE리서치 관계자는 “현대자동차가 동남아시아 현지 전략형 모델을 출시하고 인도에서 타타자동차가 신규 전기 SUV를 공개하는 등 아시아 신흥 시장의 전기차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며, “이로 인해 LFP배터리 공급망 구축과 현지화 전략을 수립한 CATL, BYD를 비롯한 중국 기업들과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라고 전했다.
이어 “이에 따라 한국 배터리 업체들도 가격 경쟁력 있는 배터리 제품 확대 및 현지 합작투자 강화로 대응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며,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지역별 정책 변화와 신규 모델 출시라는 변곡점을 맞이하면서, 한국 기업들은 공급망 안정화와 맞춤형 전략을 통해 경쟁력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부상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