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감원장 “ETF 보수 출혈 경쟁, 운용사 전반 점검” 경고
  • 이주엽 기자
  • 승인 2025.04.11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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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사 치킨게임에 제동…시장 자정 노력 필요 주문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10일 서울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자산운용사 CEO 간담회 후 브리핑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10일 서울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자산운용사 CEO 간담회 후 브리핑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

[인더스트리뉴스 이주엽 기자] 자산운용업계의 상장지수펀드(ETF) 보수 인하 경쟁이 과열 양상을 보이자 금융감독원이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무리한 가격 경쟁이 상품 평가 왜곡과 운용 역량 약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하며 필요할 경우 운용사 전반에 대한 점검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11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이 원장은 지난 10일 자산운용사 최고경영자(CEO)들과의 간담회에서 “노이즈 마케팅에만 집중하는 운용사에 대해 상품 운용 및 관리 체계를 전반적으로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대형사들이 시장에 모범을 보여야 한다”며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을 직접 거론했다.

앞서 미래에셋자산운용은 ‘TIGER 레버리지’, ‘TIGER 인버스’ 등 국내 지수 기반 레버리지·인버스 ETF의 보수 인하를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응해 경쟁사인 삼성자산운용도 관련 상품의 보수 인하 여부를 검토 중이라는 관측이 제기됐으나, 지난달 말 공식적으로 “검토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히며 한발 물러섰다. 미래에셋 역시 금감원의 기류를 감안해 보수 인하를 재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복현 원장은 이날 “상품의 과도한 광고를 금지해 달라는 업계의 요청도 있었지만 그런 방식보다는 대형사들이 스스로 기준을 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ETF 관련 사고들이 계속되고 있는 만큼 과도한 마케팅보다 본연의 운용 역량을 우선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현재의 보수 경쟁이 펀드 시장에 장기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미국 주요 지수 ETF는 초저보수 경쟁이 벌어지는 반면, 테마형이나 해외 ETF 등 다른 상품들은 여전히 높은 수수료를 받고 있어 일관되지 않은 가격 정책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금감원 관계자는 “최소한의 인건비 조차 감당하지 못할 정도의 보수로 상품을 내놓는 것은 운용사의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 행위”라며 “단순한 점유율 경쟁을 위한 가격 인하는 투자자에게도 득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운용사들이 펀드 수수료를 변경하려면 정정신고서를 제출하고 금감원과 사전 소통 과정을 거쳐야 하는 만큼 향후 무리한 보수 인하는 일정 부분 제약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은 ETF 보수 책정 시 시장 자율성을 존중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내부 보수 정책과의 괴리가 큰 경우 사실상 제동이 가능하다는 점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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