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양, 비빔면 시장 ‘삼수’ 도전…게임 체임저 되나
라면 주력 아닌 하림‧풀무원도 가세하며 경쟁 후끈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팔도비빔면, 농심 배홍동, 오뚜기 진비빔면, 삼양식품 맵탱 비빔면./이미지=각 사
[인더스트리뉴스 서영길 기자] 늦봄 더위가 성큼 다가온 가운데 라면 업계의 ‘비빔면 전쟁’도 본격 시작됐다.
올해는 기존 비빔면 3강 기업들의 ‘삼파전’과 비빔면에서 발을 뺐던 식품업체, 여기에 라면이 주력이 아닌 업체까지 비빔면 대전에 속속 참전하며 차가운 비빔면을 둘러싼 라면 시장이 또 다시 뜨겁게 달궈질 전망이다.
11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올해 비빔면 대전에는 비빔면의 원조인 팔도 ‘비빔면’과 농심의 ‘배홍동’, 오뚜기 ‘진비빔면’이 진검승부를 펼칠 예정이다. 여기에 하림, 풀무원 등 식품업체도 가세해 점유율 경쟁에 불을 당길 태세다
특히 농심과 함께 라면 업계 1‧2위를 다투는 삼양식품이 비빔면 시장에 다시 출사표를 던지며 올해 비빔면 대전의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 삼양라면, 비빔면 시장 ‘삼수’ 도전…게임 체인저로 주목
비빔면계의 ‘절대 강자’ 팔도는 기존 비빔면 외에 거의 매년 색다른 제품들을 선보이며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장, 후발주자들의 거센 추격에 대응하고 있다.
2016년 팔도비빔면 1.2, 2017년 팔도만능비빔장, 2019년 괄도네넴띤, 2020년 팔도BB크림면 등을 비롯해 올해는 라면 업계 최초로 ‘팔도비빔면 제로슈거’를 출시하며 주목받았다.
특히 팔도비빔면 제로슈거는 설탕 대신 알룰로스를 활용해 식약처 무당류 표시기준을 충족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비빔면의 원조’ 팔도비빔면이 팔도의 주력 상품이다. 팔도비빔면은 1984년 출시된 이래 국내 비빔면 시장에서 40년 넘게 줄곧 점유율 선두 자리를 지켜왔다. 지난해 누적 판매량은 19억개를 돌파했다.
후발주자 중에서는 농심이 팔도비빔면의 뒤를 바짝 쫓고 있다.
농심은 2021년 3월 배·홍고추·동치미의 앞글자를 따 비빔면 브랜드 배홍동을 론칭하며 팔도비빔면의 아성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농심 역시 2023년 배홍동쫄쫄면에 이어 올해 배홍동칼빔면을 출시하며 제품 라인업을 넓히는 추세다.
오뚜기는 ‘진비빔면’을 내세워 경쟁에 나서고 있다.
2020년 출시된 진비빔면은 출시 3개월 만에 3000만봉 이상 팔리며 가능성을 확인한 바 있다. 진비빔면은 올해 3월 기준으로 누적 판매량이 1억5000만봉을 돌파하며 비빔면계 신흥강자로 부상 중이다.
특히 올해는 3파전으로 흘러가던 비빔면 대전에 삼양식품이 재출격하며 지각변동을 예고한 상태다.
삼양식품은 2023년 선보인 매운 국물라면 ‘맵탱’ 브랜드로 ‘맵탱 쿨스파이시 비빔면 김치맛’을 지난달 출시했다.
삼양식품은 1991년 4월 ‘열무비빔면’을 출시하며 팔도비빔면 아성에 도전했지만 고배를 마셨고, 이후 2022년 2월 ‘비빔밀면’을 재출시하며 심기일전했지만 부진한 판매량으로 또다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바 있다.
삼양식품 입장에서는 맵탱 비빔면으로 이 시장에 ‘삼수’째 도전하는 셈이다.

하림 '더미식 비빔면'./이미지=하림
아울러 라면에 주력하지 않았던 식품업체 역시 비빔면을 출시하며 시장 점유율을 야금야금 잠식하는 중이다.
하림의 경우 ‘더미식’ 브랜드로 라면 시장에 첫 진출한 지 4년 만에 비빔면에도 도전했다. 2023년 ‘더미식 비빔면’을 선보인 하림은 출시 첫해에 대형마트 3사 기준 비빔면 매출액 규모 3위를 차지한 바 있고 ‘더미식 메밀비빔면’도 6위를 기록하며 입지를 넓히고 있다.
풀무원도 2023년 ‘메밀비빔면’, ‘들기름비빔면’ 등을 출시하고 비빔면 라인업을 착실히 갖추고 있는 상황이다. 풀무원은 자연건면을 사용해 비빔면의 프리미엄화를 꾀하고 있다.
◆ “비빔면 더이상 여름면 아냐”…비빔면 시장, 올해 2000억원 전망
이처럼 각 식품업체가 비빔면 시장을 놓고 격돌하고 있는 가운데 팔도비빔면의 존재감은 여전하다.
다만 경쟁사들의 잇따른 도전에 80%를 넘나들던 팔도비빔면의 시장 점유율은 50%대까지 떨어진 상황이다.
닐슨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기준 비빔면 브랜드 점유율은 팔도가 53.3%, 농심이 19.1%, 오뚜기가 11.4%로 집계됐다. 나머지 기타 브랜드가 16.2%를 차지했다.
라면업체들이 이처럼 비빔면 시장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전체 라면 시장 성장세가 주춤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비빔면 시장은 매년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식품산업통계정보(FIS)를 보면 비빔면의 이같은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FIS에 따르면 비빔면 시장 규모는 2015년 757억원에서 2021년 약 1500억원으로 커졌고 지난해에는 1800억원 수준까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평균 10% 이상씩 성장한 셈이다.
라면업계에서는 올해 비빔면 시장이 200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반면 국내 라면 시장은 2013년 2조원대를 돌파한 이후 정체기를 겪고 있는 상황이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불과 수년 전까지만 해도 비빔면은 계절면, 특히 ’여름면‘이라는 인식이 강했다”며 “하지만 수년 전 부터 더위가 일찍 찾아오는데다 여름 더위까지 길어지며 비빔면은 ’사계절 즐겨 먹는 제품‘이라는 소비자 인식이 빠르게 자리잡으며 매출 효자 상품이 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