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더스트리뉴스 한원석 기자] 우리나라 규제 특구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새 정부가 일본의 사례를 참고해 강력한 컨트롤타워를 구축하고 수도권에도 특구를 조성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16일 이혁우 배재대 행정학과 교수에게 의뢰한 ‘일본 국가전략특구 사례와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이같은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은 2013년 고(故) 아베 신조 총리의 경제 정책인 ‘아베노믹스’의 일환으로 ‘세계에서 가장 사업하기 좋은 환경 조성’ 목표 아래 국가전략특구를 도입했다.
우리나라도 특구제도를 두고 있지만 복잡한 이해관계를 조율할 명확한 컨트롤타워가 부재한 것이 문제라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한국의 경우 규제자유특구는 중소벤처기업부, 기회발전특구는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로 권한이 분산돼 있다. 특히 기회발전특구 소관 위원회인 지방시대위원회는 비상임 민간위원이 다수여서 부처 간 조정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면 일본의 국가전략특구는 중앙정부의 강력한 하향식 추진 체계를 확립했다. 총리를 의장으로 한 ‘국가전략특구자문회의’를 설치했고, 내각부에 특구 담당대신(장관)을 둬 경제산업성·문부과학성 등 관계 부처에 필요한 조치를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
보고서는 한국이 경제자유구역을 제외한 주요 특구제도에서 수도권을 배제해 수도권의 성장 잠재력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회발전특구는 수도권 내 인구감소지역과 접경지역만 허용한다.
이에 비해 일본 정부는 도쿄권에도 국가전략특구를 지정해 용적률·용도변경 등 토지이용 규제와 공장 신·증설 시 녹지율 규제를 완화하며 규제 개혁 효과를 끌어올렸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올해 6월 기준 도쿄권의 총 사업인정 건수는 전체 인정 건수의 32.7%인 168건에 달한다.
보고서는 “수도권의 강점을 활용할 수 있도록 도쿄권의 용적률 및 녹지율 규제 완화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보고서는 단순한 메뉴판식 특례나 실증 특례 수준을 넘어 현장 수요에 맞춰 지역 발전에 필요한 규제를 선제적으로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규제 특구도 메뉴판식 규제 특례와 함께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도입했으나 대부분 일본처럼 민간이나 지자체가 요구하는 새로운 규제 특례를 마련할 수 있는 절차는 마련돼 있지 않다.
일본은 메뉴판식 특례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관계 기관과의 협의를 거쳐 새로운 규제 특례를 신설할 수 있는 제도적 절차를 두고 있다. 규제 샌드박스 제도도 활용해 신산업 분야에서 발생하는 규제 애로에 대응하고 있다.
이혁우 교수는 “규제특구는 단단히 고착된 암반 규제를 뚫을 수 있는 혁신적 정책 실험장”이라며 “새 정부에서는 기술 발전과 산업 현장의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규제혁신 체계를 재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