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읽기] 홍준표, 38일만의 ‘귀환’...정계 은퇴는 ‘쇼’였나?
  • 성기노 기자
  • 승인 2025.06.18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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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9일 경선 패배 뒤 정계은퇴 선언...그 후 윤석열 비난 등 정치행보 계속
“홍은 기회주의, 지자체를 상위 직위 도약의 도구로 이용, 약속 파기” 비판받아
“권력의 저격수였던 소신과 초심 사라지고 정치생명 연장에만 빠져있는 듯”
정계은퇴를 선언했던 홍준표씨가 17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한 뒤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홍씨는 지난 4월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에서 패배한 뒤 탈당하고 미국 하와이에 머물렀다. /사진=연합뉴스
정계은퇴를 선언했던 홍준표씨가 17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한 뒤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홍씨는 지난 4월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에서 패배한 뒤 탈당하고 미국 하와이에 머물렀다. /사진=연합뉴스

[인더스트리뉴스 성기노 기자] 지난 대선 과정에서 정치계를 떠났던 홍준표씨가 17일 하와이에서 귀국했다. 그는 지난 4월 29일 국민의힘 대선 후보 2차 경선에서 탈락한 직후 “오늘로써 정치인생을 졸업하게 됐다”고 선언하며 탈당과 함께 정계 은퇴를 공식 선언했었다. 그 후 하와이로 떠났다가 38일만에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는 도착한 날 미국 하와이 체류에 대해 “나라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는 시간이었다”라고 말했다. 정계 은퇴를 번복하는지의 여부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지만 정치권에서는 그의 ‘복귀’를 유력하게 보고 있다. 이준석 의원과 ‘동맹’을 맺고 새로운 보수정당을 창당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홍씨는 정계 은퇴를 선언했지만 하와이에 머물면서도 정치 현안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 왔다. 특히 탈당한 국민의힘을 향해 “사이비 보수 집단” “‘내란동조당’이면 정당 해산 사유가 된다”며 거세게 비판했다. 자신의 옛 ‘친정’이 대통령 탄핵으로 대선에서 어려움을 겪으며 선거를 치르고 있는 와중에 그는 하와이에서 계속해서 국민의힘을 싸잡아 공격해 선거운동원들을 허탈케 하기도 했다.

홍씨가 최근 “‘대선 지면 위헌정당으로 해산 당한다’고 한 달 전에 이야기를 했다”라고 언급한 대목은 그 실현 여부를 떠나 자신이 한때 마시던 우물에 침을 뱉는 격이라는 거친 비판도 당내에서 나온다. 국민의힘은 그에게 30여년 동안 제15·16·17·18·21대 국회의원(5선), 제10대 한나라당 대표, 초대 자유한국당 대표, 제35·36대 경상남도지사, 제35대 대구광역시장을 역임케 해준 홍준표 정치의 모든 것이었다.

홍씨는 자신의 순수한 능력으로 누구도 누려보지 못한 보수정당의 관운을 득했다고 자부하겠지만 양당 정치로 굳어진 한국 정치의 특성상 정당 간판 없이 ‘무소속’으로 국회와 지방정부를 오가며 ‘장’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런 점에서 홍씨가 지난 대선 과정에서 국민의힘의 위헌정당 해산 가능성에 대해 언급한 것은 그 자체로 배신감의 표출이겠지만 국민의힘 붕괴로 새로 짓게 될 보수정당 ‘신축’에 자신이 다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외우는 ‘저주의 주문’처럼 들리기도 한다.

지난 4월 29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 후보자 국민의힘 3차 경선 진출자 발표 행사에서 경선에 탈락 후 정계은퇴 의사를 밝힌 홍준표 후보가 기념촬영 무대에서 내려가고 있다. /사진=국회사진기자단
지난 4월 29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 후보자 국민의힘 3차 경선 진출자 발표 행사에서 경선에 탈락 후 정계은퇴 의사를 밝힌 홍준표 후보가 기념촬영 무대에서 내려가고 있다. /사진=국회사진기자단

홍씨는 지금 보수정당 ‘재창당’ 과정에서 지분을 요구하거나 이준석 개혁신당과의 연대도 두드려 보는 등 정계 은퇴 선언을 ‘식언’하고 다시 정치로 복귀할 명분을 찾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국민의힘 내부의 시선은 냉랭하다 못해 원망과 분노의 분위기가 읽힌다.

홍씨는 지난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친윤계’로부터 바보 취급을 받으며 보기 좋게 뒤통수를 얻어맞은 것에 대해 ‘열폭’을 하며 경선 직후 홧김에 탈당을 선언해 버렸다. 하지만 경선에 참여한다는 것은 그 결과에 승복하고 승리한 후보를 적극적으로 돕겠다는 ‘정치적 약속’에 동의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지난 대선 때 한시가 급한 국민의힘이 ‘하와이 특사단’까지 보내 김문수 캠프 합류를 요청했지만 홍씨는 매정하게 거절했다.

당시 대선을 뛰고 있던 국민의힘 캠프의 한 고위 관계자는 “당의 큰 어른인 홍준표가 자신의 경선 패배에 화가 나서 정계 은퇴를 선언한 것도 어이없는 일이지만, 30년 정치를 한 직업정치인으로서 국민의힘 대선 후보에게 최소한의 지지 선언도 하지 않은 것은 정치의 금도를 넘어선 미숙하고 아마추어적인 행태였다”라는 비판을 쏟아내기도 했다.

지난 4월 29일 정계 은퇴를 선언했던 ‘홍준표의 정치’는 기회주의, 대권 탐욕, 그리고 대구시민들과의 약속 파기로 점철된 무책임, 구태 정치의 전형으로 요약된다. 정치를 떠나기 전후의 홍씨 정치는 권력의 흐름에 따라 변하는 정치적 신념, 지역 주민의 신뢰를 정치도약의 도구로 삼는 무책임, 그리고 공언한 약속을 손쉽게 뒤집는 무성의와 이기주의로 한국 정치의 신뢰자본을 갉아 먹은 정치인으로 기록될 것이다.

홍씨는 2021년 11월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과 맞붙으며 누구보다 ‘윤석열’의 정체성과 정치력, 신뢰성 등을 잘 간파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가 대통령이 되고 난 뒤 홍씨는 정치보복을 우려해 대구시장으로 칩거하며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 노골적인 찬사와 지지를 보냈다.

홍씨는 2023년 4월, MBC ‘100분 토론’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정치력 부족을 국민의 선택으로 돌리며 “정치력이 없는 대통령을 뽑았으니 도와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후로도 홍씨는 오랫동안 ‘윤석열 장외 호위무사’를 자처하며 윤 전 대통령을 적극 옹호하는 태도를 보였다. 대구시장이 된 홍씨가 윤석열 대통령과 마주 앉아 머리가 테이블에 닿을 정도로 깊숙이 절을 하는 장면이 오랫동안 회자되기도 했다.

대권에 도전하는 홍준표 대구시장이 지난 4월 11일 오전 대구 북구 대구시청 산격청사에서 퇴임식을 마친 뒤 풍선을 들고 배웅 나온 직원들과 마지막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대권에 도전하는 홍준표 대구시장이 지난 4월 11일 오전 대구 북구 대구시청 산격청사에서 퇴임식을 마친 뒤 풍선을 들고 배웅 나온 직원들과 마지막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하지만 그는 4월 경선에서 탈락한 뒤 “윤석열은 나라를 망치고 이제 당도 망쳤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간의 윤석열 감싸기에서 360도 달라진 언행에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홍씨의 이율배반적 행태에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이렇듯 홍씨는 권력의 향배에 따라 자신의 정치적 소신을 제멋대로 바꾸며 기회주의적이고 이중적인 정치 행태를 보였다.

또한 홍씨는 2022년 대구시장에 당선된 후 불과 2년여 만에 대선 출마를 위해 시장직을 사퇴해 대구시정을 걷어차 버렸다는 비판도 받는다. 이는 대구시민과의 약속을 저버리고 대구시장직을 개인의 대권 야욕 실행 도구로 전락시킨 무책임한 행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홍씨는 지난 2017년 대선 과정에서도 경상남도 지사직을 중도 사퇴하고 대선에 출마했던 전력이 있다. 당시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였던 홍씨는 공직자 사퇴 시한인 4월 9일 자정 3분여를 남겨놓고 경남도지사직을 사퇴해 거센 비난을 받은 바 있다. 이를 두고 당시 홍준표씨가, 자신이 사전에 공언한 대로 선거 30일전인 공직자 사퇴시한은 맞추면서 보궐선거는 치러지지 못하게 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꼼수 행위를 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대선 30일 전까지 실시 사유가 확정된 보궐선거는 대선과 동시에 치른다. 그러나 홍준표 후보가 자정 직전 사퇴하면서 선관위가 보궐선거 사유를 통보받는 시점은 10일 이후가 됐던 것이다. 대선 30일 전이 아니라 대선 29일 전에 실시 사유가 확정된 셈이다. 당시 홍준표 후보 측은 9일 자정 3분여 전 사퇴서를 경남도의회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에 따라 경남도지사 보궐선거는 2017년 대선에서 함께 치러지지 않고 권한대행 체제로 도정이 운영된 바 있다. 

비록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이라는 비상 상황이 발생하긴 했지만 홍씨는 지자체장 임기중 사퇴하고 상위 직위에 도전하는 그릇된 패턴을 반복해 지역민들을 자기 출세의 도구로만 이용한다는 비난을 2차례나 받아야 했다.

중앙무대에서 활동하던 정치인들이 그 이름값을 이용해 손쉽게 지방자치단체의 수장이 된 뒤 중앙의 정치이벤트가 있으면 또 거기에 도전하는 행태는 지역민의 신뢰를 배신하고 지역 정치의 안정성을 해치는 것 외에 무엇보다 지방이 중앙의 ‘하수인’이라는 오명을 정치인이 고착화하는 병폐를 심어주었다는 것이 뼈아프다.

마지막으로 다소 ‘식상한’ 지적이지만 홍씨는 자신의 정계 은퇴 약속을 스스로 파기했다는 점이다. 그가 경선 패배 뒤 “소시민으로 돌아가겠다”며 쓸쓸하게 문을 나서는 장면에서 연민과 안타까움을 느낀 국민들이 많았다.

지난 2017년 4월 10일 홍준표 경남지사가 경남도청 대강당에서 도지사 퇴임식을 하며 경남도 직원들에게 큰절을 하고 있다. 당시 홍 지사는 대선 후보 등록 시한 3분을 남기고 지사직을 사퇴해 도민들의 거센 반발을 받기도 했다. /사진=경남도 제공
지난 2017년 4월 10일 홍준표 경남지사가 경남도청 대강당에서 도지사 퇴임식을 하며 경남도 직원들에게 큰절을 하고 있다. 당시 홍 지사는 대선 후보 등록 시한 3분을 남기고 지사직을 사퇴해 도민들이 그의 차량에 소금을 뿌리는 등 거센 반발을 하기도 했다. /사진=경남도 제공

하지만 불과 며칠 뒤인 5월 10일, 그는 미국 하와이로 출국하며 “인생 3막을 시작한다”고 밝혔고 하와이 체류 중 페이스북과 ‘청년의꿈’ 채널을 통해 국민의힘과 정치권을 비판하며 버젓이 정치 행위를 재개했다. 특히 홍씨는 하와이 체류 중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특사단을 만나 “대선 후 돌아간다”며 정치 복귀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그 후로도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에 대해 우호적인 언급을 하며 대선 패배 뒤 정계개편 과정의 ‘밑밥’을 깔기도 했다.

사실 정계 은퇴를 선언한 정치인들이 다시 정계로 복귀한 경우가 많았다. 홍씨 또한 다시 정치로 돌아온다고 해서 그렇게 비난받을 일이 아니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경선에서 친윤계에게 뒤통수를 맞았다며 ‘열폭’을 한 뒤 홧김에 정계를 떠나겠다고 했다가 며칠 되지도 않아 정치판에 훈수와 관전평을 하며 구렁이 담넘어 가듯이 정계로 되돌아오는 것은 국민들과의 약속마저도 자신의 출세를 위해 이용하려는 그릇된 정치 행태를 보였다는 점에서 비판이 나온다.

과거 홍씨를 보좌했던 국민의힘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홍씨의 정치이력에서 지난 대선이 가장 안타깝게 느껴진다. 대선 후보 경선과정에서 갑자기 정계 은퇴를 선언한 것도 경선 불복의 이미지를 주는 최악의 행위인데, 거기다가 다시 그 약속을 뒤집고 한때 강하게 감쌌던 윤석열 전 대통령을 비난하고 이준석 의원과의 연대 뉘앙스를 풍기는 등 재기를 하기 위해 몸부림치는 모습을 보면 측은함을 느낀다. 과거 권력의 저격수였던 홍준표의 소신과 초심이 어느 순간 사라지고 어떻게 하면 또 정치생명을 연장할까에만 빠져있는 것같아 더욱 안타깝다. 보수는 헌신과 희생의 정치가 그 근본인데 그런 가치들이 자꾸 무너져내리는 것 같다.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는 정치로 마지막 여의도 인생을 잘 마무리 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홍씨는 최근 자신의 온라인 소통채널 ‘청년의꿈’에서 “(정계에 복귀한다면) ‘홍카’ 중심의 신당이었으면 한다”는 한 지지자의 요청에 “알겠습니다”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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