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 대형 참사 희생자 유가족에 정부 대표 공식 사과
  • 성기노 기자
  • 승인 2025.07.17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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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대통령 "사죄"에 유족들 '눈물'…"국가가 등돌리는 일 결단코 없을 것"
이태원·오송지하차도 참사 등 유족과 대화…"아픈 말씀 듣고 대책 만들겠다"
"이태원 3주기 추모식 참석해달라"·"생명안전기본법 제정" 건의사항 경청
이재명 대통령이 16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기억과 위로, 치유의 대화' 사회적 참사 유가족 간담회를 하며 참석 유가족들을 향해 허리 숙여 인사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인더스트리뉴스 성기노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16일 세월호·이태원·무안 여객기·오송 지하차도 참사 등의 희생자 유가족에게 정부를 대표해 공식 사과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기억과 위로, 치유의 대화'라는 제목의 행사를 열고 참사 유족 200여명을 초청해 대화를 나눴다.

이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국가의 제1책임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이라며 "나라의 주인이 국민이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오는데, 국민이 위협을 받을 때 국가가 그 자리에 있지 못했다"고 돌아봤다.

이어 "국정 최고 책임자로서 정부가 책임을 다하지 못한 점, 그로 인해 많은 사람이 유명을 달리한 점에 대해 공식적으로 정부를 대표해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한 뒤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였다.

이를 보고 일부 유족은 흐느꼈고, 몇몇 유족은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이 사죄의 말씀으로 떠난 사람들이 돌아올 리도 없고, 유족의 가슴에 맺힌 피멍이 사라지지도 않겠지만 다시는 정부의 부재로 국민이 생명을 잃거나 다치는 일이 벌어지지 않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행사 뒤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304, 159, 14, 179, 저마다의 이름과 꿈을 안고 스러져 간 656개의 우주를 기억하겠다. 잊지 않겠다"고 남겼다.

이 숫자는 각각 세월호 참사 희생자(304명), 이태원 참사 희생자(159명), 오송 참사 희생자(14명), 무안 여객기 참사 희생자(179명)를 의미한다.

이 대통령은 "예방할 수 있는 사고가 반복됐고, 피할 수 있었던 비극 앞에 무력했다"며 "미흡했던 대응과 변명, 회피, 충분하지 않았 던 사과와 위로까지, 이 모든 것을 돌아보고 하나하나 바로잡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16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기억과 위로, 치유의 대화' 사회적 참사 유가족 간담회를 하며 유가족 발언을 듣고 있다. /사진=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이 16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기억과 위로, 치유의 대화' 사회적 참사 유가족 간담회를 하며 유가족 발언을 듣고 있다. /사진=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유가족 발언도 이어졌다.

최은경 오송참사 유가족협의회 공동대표는 "재난 이후 국가로부터 아무런 보호도 받지 못한 채 모든 일을 스스로 감당해야 했다"며 "소통의 자리를 만들어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송해진 이태원참사 유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이태원참사 정보를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에 제공할 것, 참사 전후 경찰의 수사기록 일체를 공개할 것 등을 제안했다.

김유진 무안 여객기 참사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 특별법 개정을 통한 진상 규명 ▲ 둔덕과 항공 안전 시스템에 대한 전수 점검 ▲ 트라우마 센터 설립 등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김종기 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참사에 대한 사과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들었지만, 이후의 2차 가해나 국가가 저지른 폭력에 대해서는 사과를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7시간'에 대한 기록물이나 참사에 대한 국정원 및 군의 자료를 공개해야 한다"며 "세월호가 왜 갑자기 단시간에 침몰했는지, 304명이나 되는 국민을 왜 한명도 구하지 못했는지 등 핵심적인 진상은 아직 규명되지 않았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국민 생명과 안전을 지키고 피해자의 권리를 지킬 수 있도록 생명안전기본법이 올해 안에 제정돼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애끊는 그리움과 헤아릴 수 없는 고통을 짊어지고 사는 유족들에게 국가가 등 돌리는 일은 이재명 정부에서는 결단코 없을 것"이라며 "오늘 전해준 말씀을 전부 철저히 검토하고 가능한 영역에서 정부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추진해 가겠다"고 약속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16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기억과 위로, 치유의 대화' 사회적 참사 유가족 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이 16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기억과 위로, 치유의 대화' 사회적 참사 유가족 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한편 정치권에서는 '정부의 공식 입장 표명이 너무 늦었다'는 지적도 있지만 이재명 대통령의 '공식 사과'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이 대통령이 대형 참사의 책임 당사자는 아니지만 정부가 역대 정권의 사고 책임을 잊지 않고 있다는 일종의 선언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윤석열 전 대통령 재임 시 발생한 세월호와 이태원, 오송, 무안 여객기 참사 모두 보수정권 때의 사고라는 점에서 '정치적 의중'이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것을 최우선 순위로 두는 이재명 정부가 그 핵심 국정철학을 실천했다는 점에서 이전 정권에 비해 전향적인 자세라는 평가가 많다. 정부와 국민들간의 안전에 대한 신뢰가 형성된다면 누구의 책임을 묻기 전에 재발 방지를 위한 국민적 공감대와 노력도 더 커질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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