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통상, 상장폐지 초읽기…“오너일가 사적 이익 위한 꼼수” 비판 확산
  • 서영길 기자
  • 승인 2025.07.17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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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법 개정안 시행전 상폐 추진…3800억원대 유보금‧외부감시 회피 목적 비판도
신성통상 대표이사 염태순 회장./사진=신성통상 홈페이지 캡처
염태순 신성통상 대표이사 회장./사진=신성통상 홈페이지

[인더스트리뉴스 서영길 기자] 신성통상이 상장폐지를 위한 막바지 작업에 속도를 내면서 패션업계와 투자자들 사이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신성통상이 상장폐지를 통해 약 3800억원에 달하는 이익잉여금을 오너가 사실상 마음대로 유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일고 있는 가운데 조만간 시행될 상법 개정안을 회피하기 위해 서둘러 상장사를 오너 개인회사로 전환하려 한다는 의혹마저 제기되는 상황이다.

17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의류 브랜드 ‘탑텐’, ‘지오지아’ 등을 운영하는 신성통상이 1975년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 상장된 이후 반세기만에 자진 상장폐지를 위한 최종 단계에 돌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신성통상은 결산월이 6월인 회사로, 지난해 6월 기준 연 매출은 1조5078억6900만원, 영업이익은 1217억9200만원이었다.

직원 수 1,100여명에 이르는 신성통상은 앞선 두 차례 공개매수를 통해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을 94.55%까지 끌어올린 상태다. 이에 상장폐지 요건인 95% 달성까지는 단 0.45%포인트를 남겨두고 있다.

업계에서는 신성통상이 장내매수 등의 방식으로 남은 지분을 조속히 확보해 상장폐지를 완료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특히 지난 3일 국회 문턱을 넘은 상법 개정안이 조만간 시행될 예정이라는 점에서 소액주주 권리가 대폭 강화되기 전 신속히 ‘퇴장 수순’을 마무리하려는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신성통상은 지난 6월 9일부터 7월 9일까지 2차 공개매수를 단행해 지분 10.68%(1534만8498주)를 추가 확보했다.

이로써 신성통상의 최대주주 가나안과 2대주주 에이션패션, 염태순 회장 일가 등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은 기존 83.87%에서 94.55%로 상승했다.

상장폐지를 위한 법적 요건은 최대주주 측 지분이 95% 이상일 때 충족되므로 현재 확보해야할 지분은 약 64만6688주, 금액으로 환산하면 27억원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공시와 절차가 복잡한 3차 공개매수나 금융당국의 제동 가능성이 있는 포괄적 주식교환보다는 27억원을 들여 비교적 간단한 장내매수를 통해 상장폐지 요건을 충족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 ‘짠물배당’으로 쌓은 3800억원의 이익잉여금…오너 일가 ‘쌈지돈’되나

신성통상이 두 번에 걸쳐 상장폐지를 추진하는 근본 배경에는 소액주주와의 배당 갈등과 약 3800억원에 달하는 이익잉여금이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로 신성통상은 2012년부터 10년 넘게 ‘무배당’ 기조를 유지해오다 2023년에 들어서야 주당 50원, 총 72억원 규모의 배당을 단행한 바 있다. 하지만 이는 해당 연도 당기순이익의 8.6%에 불과해 ‘짠물 배당’이라는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이같은 배당정책을 통해 신성통상은 지난 1분기 기준 약 3800억원의 이익잉여금을 회사 곳간에 쌓을 수 있었다.

업계는 신성통상이 상장폐지에 성공해 오너 개인회사로 전환할 경우 그간 쌓아온 이익잉여금을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마음대로 유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신성통상이 상장폐지를 통해 비상장사로 전환되면 공시의무, 감사보고, 전자투표제도 등 외부 감시 기능에서 모두 자유로워지기 때문이다.

이에 신성통상은 수천억원 규모의 이익잉여금을 오너 일가 배당, 내부거래, 자사주 활용 등 다양한 방식으로 유용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향후 2세 경영 승계를 위한 자금 확보 수단으로 쓰일 수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상장폐지 이후 염태순 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는 배당 등의 방식으로 이익잉여금을 현금화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신성통상이 상장폐지에 속도를 내는 또 다른 배경으로는 상법 개정안의 시행이 가까워졌다는 점이 꼽힌다.

상법 개정안은 이사의 책임소송 요건을 완화하고, 자사주 소각 요건을 명확히 하는 등 소액주주 권리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안이 시행되면 오너 일가는 경영 투명성과 관련한 외부 압박을 더 많이 받게 된다. 이에 따라 신성통상이 상장폐지를 통해 이러한 감시를 원천 차단하려는 ‘선제적 조치’에 나섰다는 해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 “경영 효율화 차원 아닌 오너일가 사적 목적…금융당국 감시 절실”

현재 신성통상의 최대주주인 비상장사 가나안은 염태순 회장의 장남 염상원 가나안 이사가 지분 82.43%를 보유하고 있고, 비상장사인 에이션패션 지분의 46.5%는 가나안이 갖고 있다.

결국 이번 상장폐지를 통해 ‘염상원 이사→가나안→신성통상’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는 한층 더 공고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뿐만 아니라 승계 자금의 마련, 상장사로서의 의무에서도 벗어날 수 있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재계 한 관계자는 “상폐 후에는 상장사의 의무인 공시, 감사, 전자투표, 3%룰 등 경영 간섭 요소가 사라지고 그간 논란이 됐던 배당 문제에서도 자유로워 질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신성통상의 이같은 상장폐지가 장기적으로는 결국 기업가치 훼손으로 나타날 것이라는 우려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패션업계 한 관계자는 “상장폐지 이후 오너 일가 중심의 배당만 확대되고, 브랜드 혁신이나 신사업 투자는 당연히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이같은 상장폐지는 단순히 경영 효율화의 문제가 아닌 대주주의 지배력 강화와 승계 준비라는 오너 일가의 사적 목적이 깔려 있다”며 “투자자 보호와 공정한 시장 질서를 위해 금융당국이 철저한 검증과 감시를 강화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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