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튬이온배터리 열화 발생 막을 해법 찾았다… 소재 설계 새 방향 제시
  • 정한교 기자
  • 승인 2022.09.0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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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T 연구팀, 자체 개발 원스톱 배터리분석플랫폼으로 리튬이온 이동경로 규명

[인더스트리뉴스 정한교 기자] 글로벌 탄소중립 움직임 아래 신재생에너지 및 전기차 확산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변동성이 큰 신재생에너지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에너지저장장치(ESS)와 전기차의 핵심 구동원인 배터리 시장도 규모를 넓혀가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연구자원·데이터지원본부 안재평 본부장, 특성분석·데이터센터 김홍규 박사 연구팀이 리튬이온의 이동에 의해 배터리 내부 음극소재가 팽창 및 열화되는 과정을 실시간으로 관찰하는데 성공했다. [사진=utoimage]

현재 시장의 대세는 리튬이온배터리다. 지난 1991년 상용화된 이후 지속적인 에너지 밀도 및 효율 개선에 힘입어 소형가전부터 전기차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세계시장을 호령하는 리튬이온배터리지만, 불안점도 존재한다. 음극재 팽창, 열화와 같이 배터리 내부에서 발생하는 현상의 원인이 여전히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것이다. 이에 리튬이온배터리의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기술개발이 한창인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리튬이온배터리 열화의 비밀을 밝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원장 윤석진)은 연구자원·데이터지원본부 안재평 본부장, 특성분석·데이터센터 김홍규 박사 연구팀이 리튬이온의 이동에 의해 배터리 내부 음극소재가 팽창 및 열화되는 과정을 실시간으로 관찰하는데 성공했다고 1일 밝혔다.

일반적으로 리튬이온배터리의 성능과 수명은 이를 충·방전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내부 전극물질의 다양한 변화에 의해 영향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배터리 내부의 전극과 전해질 등 주요 소재들이 대기환경에 노출되면 순식간에 오염되기 때문에 작동 중의 물질 이동과 소재 변화를 관찰하기가 어려웠다. 따라서 리튬이온 이동시 전극물질의 구조변화에 대한 정확한 관찰과 분석이 성능 및 안전성 향상의 최대 관건이 되고 있다.

KIST 배터리분석플랫폼 모식도 [사진=KIST]

리튬이온배터리는 충전시 리튬이온이 음극으로 이동하고, 방전시에는 양극으로 이동하는 반응이 일어난다. KIST 연구진은 최근 상용화를 위해 배터리 충전용량을 늘리기 위한 연구가 한창인 실리콘-흑연 복합 음극소재의 실시간 관찰에 성공했다.

이론상 실리콘의 충전용량은 기존의 음극소재인 흑연보다 10배나 더 높지만, 충전과정에서 실리콘 나노입자의 부피가 4배 가까이 팽창해 성능 및 안전성 확보에 난항을 겪고 있었다.

흑연과 실리콘 사이에 존재하는 기공이 배터리 충전시 실리콘의 부피 팽창을 수용해 배터리 부피 변화를 준다고 알려져 있었으나, 지금까지 전기화학 전압 곡선과 함께 이를 직접 관찰해 증명한 적이 없었다.

전자현미경을 이용한 카본-실리콘 복합체에서의 리튬 이동 관찰 [사진=KIST]

KIST 연구진은 자체적으로 구축한 배터리분석플랫폼을 통해 충전 중 리튬이온이 실리콘-흑연 음극 복합체로 이동하는 과정을 직접 관찰하고, 나노 기공의 실질적인 역할 규명을 시도했다. 그 결과, 리튬이온이 흑연, 나노기공, 실리콘의 순서로 주입되는 현상을 실시간으로 관찰하는데 성공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기공의 크기가 마이크로 단위일 경우에는 기존에 알려진 대로 실리콘의 부피 팽창을 완화해주지만, 나노 크기의 기공은 실리콘의 부피 팽창을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리튬 실리콘 입자보다 먼저 리튬 이온을 저장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따라서 음극소재 설계시 실리콘의 부피팽창을 완화해 소재의 안전성을 높이면서 동시에 리튬 이온의 저장소 역할을 하는 마이크로, 나노 크기의 기공들을 적절히 분배하는 설계법을 도입할 필요가 있음을 밝혀냈다.

KIST 안재평 본부장은 “제임스웹 천체 망원경이 우주탐사의 신기원을 열었다면, KIST의 배터리분석플랫폼은 전기 배터리의 구조변화 관찰을 가능케 함으로써 소재 연구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라며, “향후 대기 노출에 영향을 받지 않는 배터리 소재의 구조변화 관찰을 통해 배터리 소재 설계 혁신에 필요한 추가연구를 이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본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이종호) 지원으로 한국연구재단 나노소재원천기술개발사업 및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창의형융합연구사업으로 수행됐으며, 연구 결과는 배터리 분야 국제학술지 ‘ACS Energy Letters(IF: 23.991, JCR 분야 상위 3.21%)’ 최신호에 게재됐다.

(사진 왼쪽부터) 한국과학기술연구원 특성분석·데이터센터 김홍규 박사(교신저자), 연구자원·데이터지원본부 안재평 본부장(교신저자), 연구자원·데이터지원본부장실 이현정 학생연구원(제1저자) [사진=KIST]

다음은 연구진과의 일문일답

연구를 시작한 계기나 배경은?

밀봉된 배터리 내부는 충방전과정이나 온도변화에 따라 내부물질이 구조적으로 변화하는 것을 관찰하기가 어렵다. 특히, 배터리 제조에 활용하는 전극, 전해질 소재들은 산소와 수분과 같은 대기환경에서 순식간에 오염되는 특징이 있어, 배터리 작동 과정에서의 소재 변화를 정확하게 관찰하기에 어려움이 존재한다.

본 연구진은 2008년부터 대기환경에 민감한 소재를 오염 없이 분석할 수 있도록 장치들을 개발하고 연결해 배터리분석플랫폼을 구축하는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는 이러한 분석플랫폼의 성과 중 하나로, 실리콘을 활용한 음극소재의 상용화에 가장 큰 난관인 부피팽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만드는 기공이 정말로 배터리 작동 중에 어떤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가를 명확히 규명한 연구이다.

실용화된다면 어떻게 활용될 수 있나?

이번 연구는 리튬이온 이차전자의 음극소재에서 기공의 역할을 새로운 관점에서 제시했으며, 배터리분석플랫폼을 활용한 연구의 성공 사례이다. 이러한 결과를 통해 실리콘이 포함된 음극복합체 소재를 설계할 때, 기공의 크기를 조절해 부피팽창을 완화함과 동시에 적절한 나노 크기의 기공을 통해 이론충전용량을 향상시킬 수 있음을 제시한 연구로, 배터리 전극소재의 설계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했다.

이를 기반으로, 전극소재 복합체에 포함돼 있는 기공의 크기, 분율을 적절히 조절해 성능이 향상된 안정적인 소재 설계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 또한, KIST 배터리분석플랫폼을 활용해 원내외 다양한 배터리 연구자들이 배터리 소재의 구조적, 화학적 변화 관찰을 대기오염 없이 연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기대효과와 실용화를 위한 과제는?

연구를 통해 나노 크기의 기공은 실리콘의 부피팽창을 완화하지 못하고, 리튬이온의 저장소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정성적인 연구결과를 도출해냈다. 이를 기반으로 기공의 다양한 크기, 분율에 따른 기공의 역할 변화를 정량적으로 연구할 필요가 있다.

또한, 본 연구진이 구축한 배터리분석플랫폼은 배터리 작동 전과 후의 변화를 관찰한다던가, 전압 및 전류가 가해지는 상황에서의 한정적인 실시간 관찰을 가능하게 한 분석환경플랫폼이다.

하지만 연료전지나 이차전지 등 배터리 소재의 작동환경은 단순히 전압 및 전류 변화뿐만 아니라, 작동온도, 압력, 대기환경 등 추가적인 고려요소들이 존재한다. 이러한 환경에서 소재 변화 분석연구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오퍼란도플랫폼의 구축이 선행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연구팀은 다양한 소재의 작동환경에서 분석이 가능토록 오퍼란도플랫폼 구축에 전력을 다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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