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조업계, '10조원 시장’ 선점 위한 각축전 치열…보람상조 '눈길'
  • 한원석 기자
  • 승인 2024.12.23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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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웨이라이프솔루션, 대교뉴이프 등 상조사업에 발벗고 나서는 까닭은
올 3월말 기준 상조업 선수금 9조4000억 원 달해… ‘1조원 클럽’만 4곳
보람그룹의 시니어(S.E.N.I.O.R) 전략, 업계의 흐름 선도할 가늠자 평가
@ 상조 서비스. /사진=Gettyimage
상조 서비스. /사진=Gettyimage

[인더스트리뉴스 한원석 기자] 대한민국이 2025년에는 총 인구 대비 65세 이상 인구수가 20%를 넘는 본격적인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관측된다. 웰다잉 문화가 확산되고 고령인구의 증가로 사망자 수 또한 늘어나는 ‘다사(多死) 사회’가 도래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상조 서비스에 대한 관심도 급증하고 있다.

이같은 흐름을 반영하듯 최근들어 상조업계의 경쟁도 갈수록 격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내년 선수금(소비자가 서비스를 받기 위해 미리 내는 납입금) 기준 10조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조서비스 시장을 놓고 새로운 사업자들이 뛰어들 채비를 서두르고 있기 때문이다.

꾸준히 성장하는 상조 서비스 시장

23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등록된 선불식 할부거래업체는 모두 78곳이다. 이 가운데 상조 서비스만을 취급하는 순수 상조회사는 61곳이고, 상조 서비스와 적립식 여행상품을 같이 취급하는 회사는 9곳으로 상조업체는 모두 합쳐 70곳에 이른다'

선수금 규모는 매년 10% 안팎의 성장세를 이어오고 있다. 2017년만 해도 4조2285억원 수준이던 선수금이 △2018년 4조7728억원 △2019년 5조2664억원 △2020년 5조8838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게다가 2021년 6조6649억원에서 △2022년 7조4761억원 △2023년 8조3890억원으로 해마다 가파른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같은 기간 가입자 수도 꾸준히 늘어 2017년 483만명에서 △2018년 516만명 △2019년 560만명 △2020년 636만명 △2021년 684만명 △2022년 729만명 △2023년 833만명으로 증가했다.

올해는 1년 전보다 1조596억원이 증가한 9조4486억원, 가입자 수는 59만명 늘어난 892만명에 이를 정도다.

상조회사는 은행 또는 상조공제조합에 선수금의 50%를 보전 조치하면, 회원으로부터 받은 선수금 사용에 제한이 없다.

이 가운데 선수금 규모는 프리드라이프가 2조2964억원으로 가장 컸다. 이어 보람그룹의 7개 상조 계열사(보람상조개발·보람상조라이프·보람상조피플·보람상조실로암·보람상조플러스·보람상조리더스·보람상조애니콜)가 1조4834억원, 교원라이프가 1조3266억원, 대명스테이션 1조2633억원 순이었다. ‘1조원 클럽’에 속한 4개사가 전체 선수금의 3분의 2(67.4%)를 차지한 셈이다.

‘블루오션’ 탈바꿈한 상조산업에 진출 러시

이렇게 상조 산업에 돈과 사람이 몰리는 이유는 바로 고령화와 이로 인한 사망자 수 증가와 밀접한 연관성을 띠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의 올해 8월말 기준 65세 이상 인구는 1000만명을 돌파한 1007만명이었다. 내년에는 전체 인구수의 20.6%인 1059만명, 2030년에는 25.5%인 1306만명으로 급증할 것으로 정부는 추산하고 있다.

고령자가 늘면서 사망자 수도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사망자 수는 35만3000명이었는데, 통계청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앞으로 사망자 수는 내년 35만8000명, 2030년 41만1000명, 2035년 46만8000명, 2040년 53만3000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상조 서비스 시장이 ‘블루오션’으로 떠오름에 따라 새로운 시장 진입을 앞두고 몸을 푸는 기업들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코웨이는 100% 지분을 출자한 자회사 ‘코웨이라이프솔루션’을 설립해 기존 장례 서비스를 넘어 실버 세대의 생애주기 전반을 아우르는 서비스들을 순차적으로 선보인다는 야심찬 계획을 추진중이다. 

대교의 자회사인 ‘대교뉴이프’도 올해 안으로 국내 유일의 회원제 멤버십 형태 후불형 상조 서비스인 ‘나다운 졸업식’ 출시를 앞둔 가운데 요람에서 무덤까지 아우르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듬고 있다.

최근에는 웅진까지 “프리드라이프 인수를 포함해 관련 사업 진출 방향 및 여부를 검토 중”이라며 업계 진출 의사를 밝힌 상황이다.  과거 코웨이를 보유하면서 렌탈업을 경험한 웅진이 아이들 학습지인 씽크빅을 통해 갖춘 전국적인 조직망을 활용해 상조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구상을 밝힘에 따라 기존 상조업계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생명보험업계의 경우 상당한 기간 동안 상조업 진출을 검토해왔지만, 금산분리 문제 때문에 최근 들어서는 논의가 잠잠해진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다만 생보업계는 제도적 족쇄만 풀린다면 언제든 상조시장에 뛰어들 잠재적 업체로 간주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과거 수백개 상조업체가 난립해 ‘레드오션’이던 시장이 현재 70개 업체로 줄어들어 안정화된 상태”라고 전제한 뒤 “기존 업체들이 장례 서비스 역량을 탄탄하게 다져온 데다 최근 교육·웨딩·여행 등 생애주기 전반에 걸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며 사업을 다각화해 새로운 시장 진입이 만만치는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관계자는 기존 상조업체가 가진 강점으로 △전국 직영 장례식장 운영 △수십년 간 쌓아온 장례 행사 노하우 △대규모 가입자 확보를 통한 규모의 경제 실현 등을 들었다.

상조 업계 ‘사업 다각화’에 시동

@ 보람그룹 실버사업 키워드. /자료=보람그룹
보람그룹 실버사업 키워드. /자료=보람그룹

이러한 도전에 기존 상조 업체들은 ‘사업 다각화’에 시동을 걸고 새로운 서비스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 가운데 가장 괄목할 만한 사업주체로는 단연 보람상조가 꼽히고 있다. 최철홍 회장이 1991년 설립한 국내 1세대 상조 기업인 보람상조는 2021년 프리드라이프에 1위 자리를 내어주기 전까지만 해도 철옹성같은 지위를 누리던 기업이었다.

보람상조가 업계 1위 탈환을 내걸고 최근 ‘상조 3.0’이라는 신개념을 들고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이는 장례서비스가 주축이 된 ‘상조 1.0’, 가전 결합 등 다양한 결합상품을 선보인 ‘상조 2.0’을 넘어 요람에서 무덤까지 생애주기 전반으로 확대된 서비스를 의미한다는 점에서 업계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삼정KPMG는 상조시장 보고서를 통해 “상조 상품을 장례 이외에 교육·여행·결혼 등 다양한 서비스로 변경해 이용할 수 있는 ‘전환 상품’과 반려동물 장례 서비스·생체보석 등 신사업 진출이 3.0 시대의 핵심”이라고 진단한 바 있다.

실제로 보람상조는 5대 신사업으로 ▲반려동물 ▲생체보석 ▲바이오 ▲MICE ▲실버케어 등을 제시하며 다양한 분야에 앞다퉈 진출하고 있다. 반려동물 부문에서는 전용 장례서비스인 ‘스카이펫’을 통해 펫전용 이송 차량, 전용 관, 유골함, 수의, 액자 등 토탈 장례 서비스를 제공한다. 생체보석사업은 사람의 머리카락이나 손발톱, 분골 등에서 생체원소를 추출해 사파이어 보석에 혼합해 오마주나 주얼리 제품을 만들어낸다. 보람상조 계열사 비아생명공학이 대표 브랜드 ‘비아젬’을 내세워 대규모 첨단시설을 운용하고 있는 점도 주목된다.

이 밖에 바이오 부문에선 보람바이오가 천연물 소재에서 기능성 물질을 발굴해 화장품 원료나 건기식 소재를 만들고, MICE 부문에선 지난해 10월 울산 삼산동 웨딩거리에 결혼식뿐 아니라 돌잔치 등 각종 행사를 할 수 있는 복합 문화·이벤트 공간인 보람컨벤션센터를 열거나 인천광역시 서구에 5성급 호텔을 건립하는 등 보람상조 특유의 활기찬 움직임이 돋보인다.

보람상조는 특히 실버케어 분야와 관련해 보람그룹은 시니어(S.E.N.I.O.R)의 앞 글자를 따 △Silver-care services(노인돌봄 서비스) △Enjoying travel(크루즈여행 및 각종투어) △Nutritional supplements for seniors(건강기능식품) △Irreplaceable bio-identity gems(생체보석) △Occasions for life’s milestones(실버 이벤트) △Residences for the silver generation (시니어 레지던스)라는 6대 사업으로 압축해 선보이고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상조업계는 최근들어 인공지능(AI) 기반 서비스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관련 시스템을 도입하거나 유관 기업들과 MOU를 맺고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선수금 규모 업계 1위인 프리드라이프의 경우 딥브레인AI와 손잡고 자사 상품과 연계한 AI 추모 서비스 ‘리메모리2’를 올해 1월 출시했다. 고인이 된 가족을 아바타로 구현해 메시지를 담은 영상을 제공하는 이 서비스는 사진 한 장과 10초 분량의 음성만으로도 고인의 얼굴과 목소리, 표정 등을 닮은 아바타를 제작할 수 있다.

보람상조도 실버케어 반려로봇 및 AI 기반 디지털 시니어케어 서비스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에는 작곡가 김형석씨와 손잡고 AI로 음원을 제작하는 ‘메모리얼송’ 서비스에 나서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단순한 장례 서비스에만 머물러 있던 상조업이 ‘토탈 라이프 케어’를 표방하면서 다양한 상품 및 서비스들을 탑재해 고객 선택의 폭과 몸집을 불리고 있다”면서 “예전과 달리 상조업의 긍정적인 면이 부각되고 있어 업계 이미지 개선과 시장 확장에도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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