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읽기] 김문수, 결국 쫓겨나나…국민의힘 '강제 탈의' 시나리오 가동
  • 성기노 기자
  • 승인 2025.05.06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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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 "공식후보로 인정하지 않아"…권영세 "단일화 약속이 우선"
지도부, 金 만나러 TK 향했지만…金, 돌연 일정 취소하며 상경
"'조직표' 배신한 김문수의 돌발 행동" 당내 부글부글...파국만 남아
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가 6일 경북 포항시 죽도시장을 찾아 주먹을 불끈 쥐고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인더스트리뉴스 성기노 기자] 국민의힘이 단일화를 두고 대선 후보와 당 지도부 간의 감정싸움으로 치닫고 있다. 무소속 한덕수 대선 예비후보와의 단일화를 둘러싸고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와 당 지도부 간 충돌 사태가 이틀째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김 후보는 6일 당이 자신을 공식 대선 후보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지도부를 강하게 비판했고 지도부는 '당원과 국민 배신'을 거론하며 단일화에 나서라며 압박 수위를 더욱 끌어올렸다.

국민의힘이 전날 김 후보의 요구를 수용해 선거대책위원회까지 구성했지만 후보와 지도부 간 갈등이 봉합되기는커녕 되레 파열음이 증폭되는 양상이다.

김 후보는 이날 입장문에서 지도부를 겨냥해 "후보에 대한 적극적 지원을 약속했지만, 현재까지도 후보를 배제한 채 일방적 당 운영을 강행하는 등 사실상 당의 공식 대선후보로 인정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단일화를 원활히 추진하기 위해 필수적인 선거대책본부 구성과 당직자 임명에도 아직 협조하지 않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앞서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김 후보를 향해 "스스로 하신 단일화에 대한 확실한 약속, 한 후보를 먼저 찾아뵙겠다는 약속을 믿고 우리 당원과 국민은 김 후보를 선택했다"며 "인제 와서 그런 신의를 무너뜨린다면 당원과 국민을 배신하는 것이고, 우리 국민도 더 이상 우리 당과 우리 후보를 믿지 않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김 후보가) 당무우선권을 논하기 이전에 국민과 당원에게 드린 약속이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단일화 갈등의 골이 깊어지자 권영세 위원장, 권성동 원내대표는 김 후보가 일정을 소화 중인 대구·경북(TK)으로 내려가 김 후보를 직접 만나 설득과 압박에 나서려 했다.

하지만 김 후보가 돌연 지방 일정을 취소하고 서울로 돌아가겠다고 하자 지도부도 다시 발길을 돌렸다. 김 후보가 일정을 취소한 것은 지도부를 향해 강한 불쾌감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김 후보는 경주 APEC 준비지원단에서 기자들과 만나 "두 번씩이나 대통령을 지키지 못한 당에서 대선 후보까지 끌어내리려 하고 있다"며 "후보로서 일정을 지금 시점부터 중단하겠다. 서울로 올라가서 남은 여러 가지 현안에 대해 깊이 대책을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 후보와 지도부는 오는 8∼9일 전국위원회, 10∼11일 전당대회 소집 공고를 두고도 충돌했다.

김 후보는 "기습적으로 전국위와 전당대회를 소집했다"며 "당 지도부가 정당한 대선 후보인 저를 강제로 끌어내리려는 시도라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김 후보 측은 전당대회 개최가 후보 교체를 위한 당헌·당규 개정을 염두에 둔 것으로 의심한다.

이에 대해 이양수 사무총장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전대는 당헌·당규 개정을 위한 것이 아니다"라며 "단일화할 경우 김 후보가 이긴다면 전대가 필요 없고, 한 후보가 만약 이긴다면 전대가 필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후보와 지도부의 충돌 사태로 단일화 논의는 첫발도 떼지 못했다. 국민의힘은 전날 김 후보 요구를 수용해 단일화 추진본부를 구성하고 위원장으로 유상범 의원을 임명했다.

이 사무총장은 "유 의원이 오늘 아침 추진본부 회의를 열려고 했고 한 후보 측도 참석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었지만, 김 후보 측이 거절해 1차 회의가 열리지 않았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가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가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현재 국민의힘 지도부는 11일까지 단일화를 하겠다는 목표 아래 김 후보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특히 국민의힘이 당원을 대상으로 '후보 단일화 찬반'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하기로 한 것은 김 후보의 팔을 비틀어서라도 단일화 열차에 태우겠다는 분명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지금으로선 단일화를 요구하는 여론이 강하기 때문에 찬성이 많이 나오면 김 후보는 그에 응해야 하는 분위기다. 김 후보로서는 제대로 된 대선 후보 일정을 시작해보기도 전에 전국위, 전당대회 소집과 당원 찬반 여론조사 실시 등의 고강도 압박 작전에 직면한 셈이다. 

하지만 이는 김문수 후보가 자초한 측면이 크다. 김 후보는 경선에서 최종 대선 후보가 되면 가장 먼저 한덕수 예비후보를 만나겠다고 공언했지만, 최종 결과 발표 직후부터 '그 문제는 나중에...'라며 사실상 발을 빼는 모습으로 돌변했다. 

사태가 이렇게까지 악화된 것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김문수 후보 개인의 성향과 평소 '정치관'이 그대로 드러났던 것이 최악의 결과를 낳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의 한 전직 당직자는 "김문수를 아는 사람들이라면 하나도 놀랄 일이 아니다. 지금까지 그가 보여온 행보를 보면 약속이나 신념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행태를 많이 보였다. 이번에도 자신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된 결정적 배경이 단일화 적극 포용이었는데 그 발언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완전히 태도를 돌변한 것은 경선 과정에서부터 '되기만 하면 절대 이 자리를 넘겨주지 않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고 단일화는 경선 전략이자 위선이었던 것이 드러났다. 강제로 후보 자리에서 쫓아내든지, 당 지도부와 당원들이 절대 가만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김문수 후보가 대단한 착각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김 후보는 현장 정치를 오래 떠나 있었기 때문에 당내 조직과 기반도 거의 없는 상태였다. 김 후보가 경선에서 최종 후보가 된 것도 권영세-권성동 체제의 주류가 단일화를 전제로 적극적으로 밀어준 '조직표'의 결과라는 게 당 안팎의 중론이다. 

그런데 김 후보는 그런 주류의 '보은'을 후보가 되자마자 보란 듯이 걷어차버려 권영세-권성동 체제도 상당히 격앙됐다는 말들이 나온다. 하루아침에 은혜를 원수로 갚는 사태가 발생하자 당 지도부도 후보 배려보다 '안 되면 끌어내려'라는 강경 분위기로 급속히 바뀌었다는 후문이다. 

마지막으로 그의 '단일화 참모'들도 김 후보가 객관적인 판단을 하지 못하게, 눈을 흐리게 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김재원 후보 비서실장은 당 안팎에서도 그 평가 극명하게 어긋난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대구시장을 노린다는 말도 나온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김 후보가 독자적 정치력을 확보한다면 '2인자'인 김재원 실장의 위상도 커질 수 있다. 

이번에 단일화 창구로 급하게 불러온 책사를 두고도 말들이 많다. 과거 그의 오랜 보좌관이었던 차명진 전 의원도 정치를 떠난 지 오래됐다가 이번에 급하게 합류했다. 세월호 막말 파문 등으로 좌충우돌 성향이 강한 사람을 단일화 창구로 내세워 협상력을 오히려 떨어뜨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노태우 비자금 폭로로 화제를 모았던 박계동 전 의원도 정치 인연이 없다가 급하게 단일화 협상 창구로 합류했는데, 차 전 의원이나 박 전 의원이 단일화에 대한 부정적 정서를 강하게 내비치면서 분위기가 급속도로 단일화 반대, 저지로 넘어갔던 것으로 알려진다. 그래서 당 지도부가 김 후보의 단일화 창구 관계자들을 교체하라는 압박도 보낸 것으로 알려진다.  

국민의힘 안팎에서는 대선 후보 '단일화'는 정치 일생일대의 기회이기 때문에 김문수 후보나 당 지도부 모두 현재의 파국 분위기를 쉽사리 수습할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화나 타협을 통해 갈등과 혼란을 수습할 '자체 해결 능력'이 사실상 없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럴 경우 당 조직을 대부분 장악하고 있는 권영세-권성동 체제가 힘의 우위를 보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김 후보측도 절대 물러서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당이 내일부터 전당원 여론조사를 실시하기로 한 점에 대해서도 불쾌감을 드러내고 있다. 김 후보 측은 "의도가 보이는 조사인데 강행한다면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김 후보 측은 당무우선권을 활용해 권영세 비대위원장 권한 제한 등 여러 방안을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당 일각에서는 한덕수 대선 후보의 출마를 위해 일부 의원들이 탈당해 독자정당을 만들어 협상력을 키우려 한다는 예상도 나오는 등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 판 자체가 붕괴 직전으로 치닫고 있다. 이는 선거를 앞두고 정책과 비전은 아예 내팽개친 채 오직 '얼굴 마담' 찾기에만 몰두하다가 시간에 쫓겨 스스로 뽑은 후보조차 내치는 국민의힘의 무능과 몰염치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장면이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김 후보가 당 지도부와 협상에 임한다는 것 자체가 '후보에서 물러난다'는 시그널이 될 수 있기 때문에 협상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당 지도부가 김문수의 '대선 후보 옷'을 강제로 벗겨 내쫓아버리는 최악의 상태만이 현재의 급박한 단일화 파국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의견이 점차 우세해지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김 후보가 독자 출마를 선언하고 한덕수 후보와의 단일화 협상도 지지부진해 대선에서도 참패하는 파국만이 남게 된다. 

한편 윤희숙 여의도연구원장은 페이스북에서 "단일화할 마음이 없다면 김 후보는 후보 자격을 내려놓고 길을 비키라"며 "만약 판이 깔렸는데도 김 후보가 (단일화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그간 거짓으로 당원을 기만해 경선을 통과한 것이니 마땅히 교체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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