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국감] 국제적 기후변화 대응 흐름… 석탄화력발전 대출은 증가
  • 이건오 기자
  • 승인 2019.10.14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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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탄금융 중단 및 에너지시장 구조개선 필요”

[인더스트리뉴스 이건오 기자]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석탄화력발전에 대한 금융지원 제한을 비롯해 탈석탄을 위한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공적 금융기관들은 석탄화력 대출에 앞장서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또한, 석탄화력발전 투자가 경제적으로 손실을 가져올 수 있다는 지적과 함께, 석탄화력발전에 유리한 시장 제도를 개선하고 기후위기와 미세먼지 대응에 걸맞은 에너지시장구조로 전환해야 한다는 내용이 이어졌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김성환 의원이 2019년 국감에서 질의하고 있다. [사진=인더스트리뉴스]

국내 공적 금융기관 석탄금융 중단해야

지난 10월 10일, 국회 본관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산업부 산하기관 국감에서 김성환 의원(더불어민주당·서울 노원 병)은 한국무역보험공사가 석탄화력발전소에만 5.3조원의 금융을 제공했다면서 세계적 흐름에 맞게 석탄화력발전 투자를 중단하고, 기후변화 리스크를 반영한 대출 프로세스를 수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무역보험공사는 2008년 인도의 문드라 UMPP에 3,510억원을 지원한 것을 시작으로 10년간 총 10건, 총 11.7GW의 석탄화력발전 프로젝트에 총 5조2,797억원의 대출을 수행했다. 아직 대출금이 나가지 않은 인도네시아 자와 9·10호기(2GW)를 포함하면 대출금은 수백억원 가량 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자카르타 서쪽 지역은 이미 석탄화력발전소 21기가 운영 중인 세계 최대의 대기오염지역 중 하나여서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김 의원은 “전 세계적으로 1,118개 기관이 석탄발전에 대한 투자 중단을 선언했고,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녹색금융을 위한 중앙은행, 금융감독기관 네트워크(NGFS)’가 결성하는 등 석탄화력발전에 대한 금융지원을 제한하고 있는데도 국내 공적 금융기관들은 석탄화력 대출에 앞장서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제 환경단체인 End Coal 자료에 따르면, 현재 계획돼 있는 석탄금융 통계로 보면 우리나라가 중국에 이어 세계 2위를 차지하고 있다. 김 의원은 “2018년 공무원연금, 사학연금은 국내 최초로 석탄 대출 중단을 공식 선언하고, 재생에너지 투자를 늘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며, “한국무역보험공사도 석탄금융 지원 중단을 선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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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무역보험공사 석탄화력 금융제공 현황 [자료=김성환의원실]

석탄화력발전 투자 경제적 손실 가져올 수 있어

석탄화력발전 투자가 경제적으로 손실을 가져올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석탄화력발전 경제성 분석을 전문으로 하는 카본트래커이니셔티브(CTI)는 올해 보고서를 발간하고, 전 세계적으로 석탄화력발전의 경제성이 줄어들어 투자금 회수가 힘든 좌초좌산으로 전환돼 경제적으로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한 바 있다.

김 의원은 “한국무역보험공사 등이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인도네시아는 석탄화력발전과 재생에너지가 2028년경 경제성이 역전되기 때문에 발전소 완공 후 몇 년 안에 잠재적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인도네시아 석탄화력발전에 투자한 회수금 중 회수가 불투명한 투자금은 총 약 347억달러(한화 39조원) 정도로 예측되고 있어 자와 9·10호기에 대한 투자는 환경성뿐만 아니라 경제성에서도 의심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자와 9·10호기의 시공을 두산중공업이 맡고 있다는 점도 논란거리 중 하나다. 대출심사가 부실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시공사인 두산중공업은 지난 10년 간 주가가 90%나 하락했고 기업신용등급이 투자부적격 전 단계인 BBB까지 떨어졌다. 최근에는 미국 씽크탱크인 ‘에너지경제·재정분석 연구소(IEEFA)’에서 두산중공업의 재무구조가 악화된 원인이 원전과 화력발전에서 재생에너지로 넘어가는 에너지시장 흐름을 오판한 경영진이라고 분석한 특별보고서가 발간되기도 했다. 두산중공업의 재무구조를 감안하면 천문학적인 금액의 대출이 이뤄질 근거가 부족하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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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무역보험공사 이인호 사장이 2019년 국감에 참석해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인더스트리뉴스]

김 의원은 “지난 8월에 지역주민들이 한국을 방문해 ‘무역보험계약체결 등 금지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할 정도로 심각한 반대에 부딪혔는데도, 한국공적금융기관들이 국민 세금으로 석탄화력발전소에게 무리하게 대출을 해주고 있다. 금융기관들이 석탄투자 제한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본격적으로 석탄 투자를 중단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에너지시장 구조개선 필요한 시점

10월 11일, 나주에서 열린 전력거래소 국감에서 김 의원은 석탄화력발전에 유리한 시장 제도를 개선하고 기후위기와 미세먼지 대응에 걸맞은 에너지시장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는 내용을 이어갔다.

“선진국에서는 연료비분만 아니라 발전소의 건설비용, 사업자 수익, 위험비용, 사회적 피해비용까지 모두 ‘가격’으로 묶어 경쟁을 시키는데, 우리나라는 연료비만 갖고 급전순위를 정하고 있어 석탄화력에게 지나치게 유리한 환경을 조성해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기후위기 시대에 맞게 환경비용을 적극적으로 포함하는 환경급전 시장 형태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며, “총괄원가보상제를 재검토해야 하는 시기가 됐고 표준건설비 기준 등을 개선해 민간 석탄화력발전소에 유리한 환경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에너지씽크탱크인 영국의 ‘카본트래커’는 올해 초, 우리나라가 석탄발전으로 인해 약 120조원 정도의 재무적 위험을 안고 있고, 주요 30여개국 중 대한민국 석탄화력발전의 재무위험도가 가장 높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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