볕들날 온다… 바다로 나서기 시작하는 크루즈선들
  • 최정훈 기자
  • 승인 2020.12.04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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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중국 시장 개선 신호

[인더스트리뉴스 최정훈 기자] ‘바다 위의 호텔’이라 불리는 초호화 유람선 크루즈선들은 올해 초부터 불거진 코로나19발 펜데믹 악재로 속절없이 발이 묶여야만 했다. 최근 들어서야 9부 능선을 넘어선 듯한 백신 낭보가 흘러 나오면서 크루즈선들이 그간 수행해 온 촘촘한 방역시스템을 바탕으로 하나둘 뱃고동을 울릴 채비에 나서고 있다.

AIDA 크루즈선 [사진=utoimage]
AIDA 크루즈선 [사진=utoimage]

세계 최대 크루즈선 기업 Carnival의 독일지역 브랜드 AIDA는 자사의 AIDA perla호와 AIDA mar호를 이달 독일 시장에 판매되는 다른 크루즈선 노선에 합류하는 방식으로 운항 재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항로는 코로나19 재확산이 심각한 상황인 아랍에미리트, 프랑스, 이탈리아 등을 배제시킨 카나리아 섬 주변이다. 

독일지역 또다른 크루즈선인 TUI의 Mein Schiff호와 Hapag Lloyd의 Hanseatic Inspiration호도 먼 바다로 나갈 계획이다. 특히, Mein Schiff호는 12월 중 함부르크에서 카리브해까지 항해할 계획이며, Hanseatic Inspiration호는 스칸디나비아 및 북극까지 운항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독일이 12월부터 이동 제한 수위를 다소 낮추겠다는 발표에 반응한 움직임이다. 독일 정부는 성탄절 연휴 전 작금의 제한 조치를 완화하겠다고 공표함에 따라 크루즈선들은 수용인원을 50~60%로 제한해 승객 맞이에 나서고 있다. 

아시아 지역에서도 크루즈선 재개 신호가 포착되고 있다. 글로벌 크루즈 기업인 Royal Caribbean은 12월 1일 싱가포르에서 3박 4일간 무기항하는 크루즈선의 시운전 마쳤다. 한 달 여간 자가격리를 마친 승무원이 배치됐으며, 수용 인원은 절반으로 운행된다. 선상에서도 사회적거리를 유지해야 하며, 항시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중국도 이달 크루즈선 서비스를 개시하겠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CTS(China National Travel Service Group Corporation)와 COSCO는 중국 최초의 국내 크루즈기업 Astro Ocean Cruise를 출범했다. Astro Ocean Cruise는 이달 중국 Xiamen에서 연안 크루즈선 Piano Land호를 운항하기 위한 막바지 준비 작업 중에 있다. 중국은 2021년에도 P&O Cruises 선사로부터 1척의 대형 유람선 도입해 운항할 계획이다. 

펜데믹 사태 이전 중국은 글로벌 크루즈선 분야 신흥강자로 부상하고 있었다. 세계크루즈선사협회(CLIA, Cruise Line International Association)에 따르면 지난 2017년 중국의 크루즈선 이용객은 240만명을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은 서비스를 고급화해 럭셔리 크루즈 시장으로 발을 넓히겠다는 방침이다. 최근 China Merchants Shekou는 Viking Cruises과 손잡고 중국 최고 수준(5성급)의 중형급 럭셔리 크루즈선 시장에 진출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은 정통 북유럽 스타일의 크루즈선과 중국 문화를 융합해 고급 크루즈 여행 경험을 선보이겠다며 2021년부터 Viking Sung호를 바다에 띄울 계획이다.

크루즈선은 수천 명이 같은 공간에서 수십 일 동안 생활해야 하는 공간이다보니 코로나19 확산에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해야 했다. 최근 크루즈선들이 하나둘 운항을 재개하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사진=utoimage]
크루즈선은 수천 명이 같은 공간에서 수십 일 동안 생활하다보니 코로나19 확산에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해야 했다. 최근에서야 크루즈선들이 하나둘 운항을 재개하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사진=utoimage]

가동 재개하는 건조 야드

기지개 켜는 크루즈 선사들과 보폭을 맞춰 연관산업인 조선소도 가동을 재개하는 양상이다. 크루즈선은 척당 선가가 5~10억달러(6,000억원~1조2,000억원)에 달해 일반 화물선에 비해 최고 20배 가량 높고 LNG선박에 비해서도 3~6배 높은 고부가가치 선종으로 분류된다.  

클락슨(Clackson)에 따르면 지난 2016년 기준 크루즈선 발주액은 160억달러(한화 19조원) 가량으로 선박건조 시장의 약 12%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 2018년 기준 100여 척에 달할 정도로 견고한 수주잔량이 유지되고 있다. 

현재 크루즈선 건조 및 수리 대부분은 유럽 지역(이탈리아, 프랑스, 핀란드, 독일)에서 이뤄지고 있다. 세계 최대 크루즈선 조선소인 이탈리아의 Fincantieri는 지난 10월 4만톤급 Silver Moon호를 Royal Caribbean 소유 브랜드 중 하나인 Silversea Cruises에 인도했다. 상반기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이탈리아에서는 야드 작업도 멈출 수밖에 없었다. Silver Moon호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인도된 2번째 크루즈선이다. Fincantieri는 이달 13만5,500톤급 Costa Firenze호를 Carnival의 Costa Cruises로 인도할 예정이다. 다만, Costa Cruises는 2021년 2월 말까지 배의 취항을 연기한다는 방침을 내놨다. 

Fincantieri는 최근 멕시코 유카탄(Ucatan)에 수리조선소를 확장했다. 400m 길이의 도크 2개를 비롯해 크레인, 작업장, 특수 장비 등이 갖춰져 아메리카 대륙에서 가장 큰 규모이다. 크루즈선은 물론, 화물선, 해양플랜트 등 선박 관련 서비스를 수행할 예정이다.  

Fincantieri 야드 전경 [사진=utoimage]
Fincantieri 야드 전경 [사진=utoimage]

아시아에 크루즈 운항 및 크루즈선 조선산업의 싹을 틔우는겠다는 중국도 야드에 불을 밝혔다. 지난 2017년 2월 Carnival과 PLC가 중국 조선소에 대형 크루즈선 2척을 발주했고, 이어 2018년 3분기에 4척의 추가 건조가 진행됐다.

특히, Carnival과 건조 중인 대형 크루즈 2척은 자국 최초의 현대식 크루즈선이 될 예정이다. 현재 진행 중인 신조선은 2023년 준공 예정으로 이후 수 년에 걸쳐 총 6척이 건조될 예정이다. 지난 11월 Shanghai에서 조립 단계에 들어섰다. 

한편, 이와 관련해 업계 전문가는 “5년 전 크루즈선 관련 세미나, 포럼 때마다 중국이 우리나라를 방문해 자문을 얻곤 했는데 중국은 즉시 작은 사이즈의 중고 크루즈선을 직접 운용하더니 이제는 자국 선사, 조선소를 구축할 정도로 번영했다”고 언급했다.

우리나라도 크루즈 선사를 만들려는 시도가 있었다. 지난 2012년 폴라리스쉬핑 자회사 하모니크루즈가 여객 1,000명 가량을 수용할 수 있는 2만6,000톤급 크루즈선 클럽하모니호를 취항했지만, 마케팅·영업부진 등으로 1년 만에 운항을 중단해야 했다.

특히, 조선이라면 세계 최강의 위상을 자랑하는 우리나라에서도 크루즈선 건조를 위한 시도가 없었을리 없다. STX그룹이 2000년대 후반부터 세계 유수의 크루즈 조선소인 노르웨이의 Aker, 핀란드 Turku 조선소를 인수해 국내에 크루즈선 건조 기술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지만, 경영 악화로 매각되면서 글로벌 무대 뒤로 밀려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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