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적극 장려, 지자체는 이격거리 규제… 정책 엇박자로 속도 안 붙는 지붕형태양광
  • 권선형 기자
  • 승인 2021.08.02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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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단지 공장지붕‧유휴부지 태양광 잠재량 5GW, 지붕 잠재량만 3.2GW

[인더스트리뉴스 권선형 기자] 625MW→1,099MW, 2년 만에 약 1.76배. 2018년과 2020년 국내 지붕형태양광 설비용량과 용량증가 비율이다. 이제 태양광 시장의 주인공은 지붕형태양광이라 할 정도로 가파른 증가 속도다. 정부 또한 그린뉴딜 정책 일환으로 공장이나 창고의 유휴 지붕을 활용한 지붕형태양광을 늘리는데 정책의 방점을 찍고 있다. 정부는 2021년 신재생에너지 금융지원금으로 총 5,610억원을 배정하고, 이중 산업단지 태양광 예산을 1,500억원 책정했다.

국내 지붕형태양광에서 잠재력이 가장 큰 시장은 산업단지다. 산업단지 공장지붕과 유휴부지 태양광 잠재량은 5GW다. 공장지붕의 잠재량만 3.2GW다. [사진=utoimage]
국내 지붕형태양광에서 잠재력이 가장 큰 시장은 산업단지다. 산업단지 공장지붕과 유휴부지 태양광 잠재량은 5GW다. 공장지붕 잠재량만 3.2GW다. [사진=utoimage]

지붕형태양광은 전 세계적으로도 증가세가 가파르다. 미국과 독일, 호주 등 해외 선진국에서는 전기요금이 비싸 가정에 손쉽게 설치할 수 있는 지붕형태양광에 대한 수요가 크다. 호주에서는 지난해 지붕형태양광 설비용량이 전년대비 18% 늘어난 2.6GW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호주에 설치된 지붕형태양광은 266만대가 넘는다.

미국도 지붕형태양광에 적극적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재생에너지 분야에서 2035년까지 800만개의 지붕형태양광을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일본 또한 2040년 이후 지어지는 모든 건물·아파트에는 태양광 패널을 설치한다. 건물지붕 등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고 분산형 전원을 확대해 전력문제를 해결한다는 구상이다.

국내 지붕형태양광 잠재력 가장 큰 시장 산업단지

국내 지붕형태양광에서 잠재력이 가장 큰 시장은 산업단지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이소영 의원(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산업단지 공장지붕과 유휴부지에 태양광을 설치할 수 있는 잠재량은 5GW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자력발전(1GW) 5기에 해당하는 용량이다. 이소영 의원이 산업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산업단지 태양광 잠재량은 전국 산업단지 1,025개 중 국가산업단지 3,271.8MW, 일반산업단지 1,433MW, 농공단지 298MW로 총 5,002.8MW이다. 이중 산업단지 지붕에만 3.2GW 잠재력을 갖고 있다.

산업단지는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효과 면에서도 성과가 가장 큰 시장이다. 산업단지의 에너지사용량과 온실가스 배출량은 산업 부분 전체 에너지사용량과 온실가스 배출량의 각각 83.1%와 76.8%를 차지하고 있다. 연평균 각각 10.8%, 8.0%로 증가하고 있어 증가속도도 가파르다. 산업 부문 전체보다 4~5배 이상 빠른 증가세다. 산업단지에 지붕형태양광을 설치하면 그만큼 산업계의 막대한 탄소배출 문제를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는 셈이다.

이소영 의원은 “집적화단지의 특성상 산업부문 에너지사용량의 83%를 산업단지에서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풍부한 태양광 잠재량을 활용하면 에너지자급률 확대 및 온실가스 감축까지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고 밝혔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김성환 의원(더불어민주당)도 산업단지 지붕형태양광 활용에 주목하고 있다. 김성환 의원은 “한국산업단지공단은 전체 제조공장 면적 40,074,782m2에 지붕형태양광을 설치하면 태양광발전 잠재량이 3,036MW로 추정된다고 밝혔다”며, “지붕형태양광의 경우 유휴부지인 공장지붕을 활용해 신재생에너지를 보급하고, 나아가 공장의 소득 증대와 고용 창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산업단지는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효과 면에서도 성과가 가장 큰 분야다. [사진=utoimage]
산업단지는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효과 면에서도 성과가 가장 큰 분야다. [사진=utoimage]

산업단지 지붕형태양광 확대 위한 ‘지자체 산단협의체’ 출범

일부 지자체도 산업단지 잠재력에 주목하고 산단협의체 구성에 나서고 있다. 경상남도는 지난 5월 정부 재생에너지 3020 달성과 환경훼손 없는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를 위해 민·관이 함께하는 산단협의체를 출범했다. 산단협의체는 △산업단지 지붕형태양광 인허가 및 홍보 지원 △금융지원사업 및 신용·기술 보증사업 등 정부 정책 안내 △지붕형태양광 관심기업 발굴 지원 등 산업단지 지붕형태양광 확대를 위한 다양한 역할을 할 계획이다.

경남도는 산업단지 내 공장 지붕형태양광발전사업 확대를 위해 현재까지 53개 단지에 100MW를 보급했다. 이는 연간 약 5만5,000t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다.

경남도 조현준 산업혁신국장은 “산업단지 지붕형태양광은 환경훼손이 없고 주민수용성이 확보된 부지여서 태양광을 설치하기에는 가장 최적의 장소”라며, “산단협의체 출범이 산단 태양광 보급 확대에 전환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난 6월에는 충북도가 ‘산업단지 입주기업 지붕 등을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충북도는 한국동서발전, 한국태양광산업협회, 전기공사협회, 충북도회 등과 도내 산업단지 지붕형태양광 보급 사업을 논의 중이다. 충북도는 도 내 128개 산업단지에 입주한 기업 수가 2,157개에 달하는 만큼 활용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 충북도는 2026년까지 320MW 규모의 지붕형태양광 설비를 보급한다는 구상이다.

이격거리 규제로 지붕형태양광 위축시키는 지자체

이같이 지붕형태양광 잠재력이 크다고 판단하는 입법부, 지자체가 나서고 있지만 현실은 마냥 희망적이지만은 않다. 지자체 사이에서 건물 위 태양광 발전설비에 이격거리 규제를 적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간 지자체들은 이격거리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이격거리 규제를 조례로 제정한 지자체는 2016년 8곳에서 지난해 128곳으로 증가했다. 현재 전국 기초지자체 중 절반 이상(57%)이 이격거리 규제를 시행하고 있다.

전북 익산시는 2019년 9월 20일 이후에 지어진 건축물에 대해 이격거리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 충북 옥천군 역시 군내에 있는 모든 건물에 대해 준공일 기준으로 5년이 지난 건물에만 태양광 개발행위허가를 내주고 있다. 충남 서산시도 태양광발전시설에 대한 이격거리 규제를 토지와 건축물에 동일하게 적용하고 있다. 전북 익산시도 지난해 6월부터 건축물이 2019년 9월 20일 이후에 지어진 건물에 대해서 이격거리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 기준일 이후 지어진 건물들은 사용승인일이 5년이 지난 후에 건물 위 태양광을 설치할 수 있다. 충북 옥천군도 모든 건물에 대해 준공일 기준으로 5년이 지난 건물에만 태양광 개발행위허가를 내주고 있다.

솔라플레이 안병준 대표는 “산업부는 2017년 ‘태양광 발전시설 입지 가이드라인’을 통해 지자체장이 태양광 시설에 대한 이격거리 기준을 설정·운영하지 못하도록 했고 예외적으로 설정하는 경우엔 최대 100m를 초과할 수 없도록 했다”며, “하지만 가이드라인 발표 이후 현재까지 이격거리 규제를 폐지한 지자체는 전무하고, 오히려 이격 거리 규제를 새로 도입하는 지자체가 많아지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어 안 대표는 “일반 태양광발전사업의 입지가 이미 크게 축소된 상황에서 지붕형태양광까지 규제가 된다면 중소형 태양광 사업은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쏠라렉스 김원각 전무는 “일부 편법을 저지르는 사업자들 때문에 태양광 사업 자체를 못하게 규제하는 것은 에너지전환‧탄소중립 정책에 역행하는 것”이라면서, “전체 사업을 대상으로 이격거리를 규제할 것이 아니라 문제가 되는 사업자들만 단속해서 솎아내는 방법이 현실적”이라고 제안했다.

최근 몇 년간 지자체들은 이격거리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이격거리 규제를 조례로 제정한 기초지자체는 2016년 8곳에서 지난해 128곳으로 증가했다. 전국 기초지자체 중 절반 이상(57%)가 이격거리 규제를 시행하고 있다. [사진=utoimage]
최근 몇 년간 지자체들은 이격거리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이격거리 규제를 조례로 제정한 기초지자체는 2016년 8곳에서 지난해 128곳으로 증가했다. 전국 기초지자체 중 절반 이상(57%)가 이격거리 규제를 시행하고 있다. [사진=utoimage]

문턱 높은 정부의 지붕형태양광 금융지원

정부는 2021년 신재생에너지 금융지원금으로 총 5,610억원을 배정하고 이중 산업단지 태양광 예산을 1,500억원 책정했다. 산업단지 태양광은 산단 또는 개별입지 공장지붕, 창고, 주차장 등을 활용해 신재생에너지 설비 설치를 희망하는 공장주나 임대 사업자를 대상으로 설치비용의 최대 90%까지 1.75% 장기 저리로 융자‧지원하는 사업이다. 지난해 1,000억원 대비 50% 증액한 예산이다.

올해 신설된 도심 태양광 예산에도 200억원을 책정했다. 주택, 상업건물, 교육시설 등 기존 건축물의 용도를 훼손하지 않고 활용하는 도심 태양광발전사업에 융자를 지원한다. 정부는 올해는 건축물대장으로 확인 가능한 건축물 및 부속시설물, 주차장 등을 대상으로 지원하고, 향후 철도·도로 등 건축물 외 시설물까지 지원 대상을 단계적으로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중소기업들은 이러한 금융지원을 받기 힘든 현실이라고 입을 모은다. 정부의 지원금이 산업단지 내 모든 기업에 주는 것이 아니라 금융기관의 엄격한 심사조건을 통과한 기업에만 제한된다는 지적이다.

산업단지 내 기업은 대부분 중소기업들로 대출이 있거나 이미 다른 곳에 담보가 설정돼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자금 유동성에 문제가 생겨 신용평가등급이 하락한 기업들도 많은 실정이다. 때문에 대부분의 산단 내 기업들이 금융기관의 엄격한 심사 요건을 통과하지 못하고 결격 사유에 해당 돼, 지원을 받을 수 없는 현실이다.

솔라플레이 안병준 대표는 “자본력과 신용도가 충분한 대기업은 설치 자금 보다는 지붕에 태양광을 설치하면서 비가 새는 등의 건물 구조안전만 고려하면 된다”며, “반면 산업단지의 많은 중소기업들은 지붕에 태양광을 설치하고 싶어도 공장 건물과 기계 장비의 기존 대출 때문에 추가 대출을 거절당하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돈이 많은 기업들은 굳이 지원금을 받을 필요가 없고, 자금이 필요하다 해도 일반 대출로도 정부의 금리 1.75%보다 낮은 금리로 대출이 가능하다”며, “대기업은 대출 받을 필요가 없고 중소기업은 대출을 받을 수 없어 정부의 지원 사업은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

대부분의 산단 내 기업들이 금융기관의 엄격한 심사 요건을 통과하지 못하고 결격 사유에 해당 돼, 지원 받을 수 없는 현실이다. [사진=utoimage]
대부분의 산단 내 기업들이 금융기관의 엄격한 심사 요건을 통과하지 못하고 결격 사유에 해당 돼, 지원 받을 수 없는 현실이다. [사진=utoimage]

대출완화, 이격거리 규제 개선 절실

이러한 비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입법부에서 지난 4월 법안을 발의했다. 더불어민주당 허영 의원은 잠재력이 큰 산업단지 지붕형태양광의 실질적인 지원을 돕기 위해 ‘산업집적 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에는 허 의원을 비롯해 강훈식·김성환·김정호·박상혁·박정·송갑석·양이원영·오영환·위성곤·이소영·이수진(동작)·이탄희·전재수·한병도·황운하 의원 등 총 16명이 서명했다.

개정안은 산업단지 관리기관이 입주기업에 대한 공장이나 창고의 지붕과 같은 유휴공간을 활용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의 이용 및 보급 촉진에 관한 시설 개선과 확충 사업을 시행·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산업단지의 관리권자가 구조고도화 사업계획을 수립하고자 할 때에는 산단 내 신재생에너지의 이용 및 보급 촉진 방안과 온실가스 감축 방안을 포함하도록 했다. 이에 따른 소요 비용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일부를 보조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파산 또는 이전으로 사업 기간 확보가 불확실하거나, 추가적인 담보 설정이 불가능한 입주기업들의 애로를 감안한 것이다.

허영 의원은 “산업단지의 공장지붕에 태양광을 설치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은 입주 기업의 파산과 이전으로 인한 사업 기간 확보가 불확실한 점”이라며, “또한 대부분의 입주 기업이 담보를 통한 부채로 추가 담보 설정이 어려운 상황으로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필요해 법안을 발의했다”고 밝혔다.

이격거리 규제에 관해서는 정부 정책과 지자체별 조례의 엇박자를 통일성 있게 정리하는 게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는 지붕형태양광을 적극 장려하고 있고 지자체는 조례를 통해 하지 못하도록 막고 있다”며, “정책은 통일성이 있어야 하는데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몰라 낭패를 보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갈수록 건물 위 태양광에 규제하는 지자체가 늘고 있다”며, “편법을 차단하기 위해서라면 규제 강화로 태양광발전사업 자체를 막기보다는 정밀한 규제로 문제가 된 사업자들을 솎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산업부 신재생에너지정책과 이재식 과장은 “이격거리 규제가 통일되지 않아 태양광 업체들이 사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산업부에서도 이격거리 규제에 대한 통일성 있는 개선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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