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스트리뉴스 정한교 기자] “원부자재의 국산화를 위한 정책적 지원, 태양광 산업의 한국적 모델 구축을 위한 선도적 기술 투자가 필요하다”
본지는 지난해 국내 태양광 모듈 시장에 대한 평가와 2022년 시장 전망을 위해 국내 태양광 업계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태양광 모듈 시장조사를 진행했다. 이번 시장조사를 진행하면서 나타난 태양광 모듈에 대한 업계의 가장 큰 니즈는 원부자재 산업의 국산화와 이에 따른 국산 태양광 모듈의 경쟁력 강화였다.
시장조사에 참여한 국내 태양광 업계 관계자는 “효율적이며, 가격이 저렴한 모듈 개발에 힘써야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태양광 밸류체인에서 우리나라가 강점을 가지는 분야에 대한 체계 확립 및 중소기업이 자생할 수 있는 아이디어 제공 등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82.3%가 탄소인증제 ‘긍정적’ 영향 평가
국산 태양광 모듈의 성장을 위한 니즈는 ‘정부의 탄소인증제 도입이 국내 태양광 시장에 미친 영향은?’ 질문에 대한 답변에서도 잘 나타났다. 참여인원 중 무려 82.3%에 달하는 인원이 국내 태양광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답변한 것이다.
시장조사에 참여한 또 다른 국내 태양광 업계 관계자는 “탄소인증제 시행으로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신재생에너지의 당위성이 부여됐다”며, “기후변화에 따른 탄소배출량은 매우 민감한 사항으로, 탄소중립에 기여한다는 사회 인식이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저가 제품에 대한 소비자 보호, 국산 태양광 밸류체인 공급망 보호 등 수많은 해외 기업의 국내 태양광 시장 진출에서 자국 기업을 보호하고 성장시키는데 영향을 끼쳤다는 의견도 많았다.
물론 탄소인증제 시행에 대한 부정적 의견도 있었다. 과도한 자국 기업 보호를 위한 기준 없는 제도라는 지적이다. 탄소등급에 대한 기준이 없다는 지적이 많았다. 또한, 지나친 국산 모듈 보호 정책으로 인해 국내 태양광 시장 확산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고, 그리드패리티(Grid Parity) 달성을 일보 후퇴시킨 정책이라는 의견이다.
시장조사에 참여한 국내 태양광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을 살리면서 전력 매입원가는 줄이려는 꿩먹고 알먹고 식의 정책”이라며, “신규 발전사업자들의 시장 진입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제조기업 위한 지원 정책과 제도 마련 필요
국내 태양광 업계 관계자들이 원부자재 국산화의 니즈를 요구하는 이유는 태양광 모듈 가격 상승에서 찾을 수 있다. 지난해 국내 태양광 시장을 어렵게 만들었던 주요 요인 중 하나였던 해당 이슈에 대해서도 시장조사에 참여한 대부분의 업계 관계자들이 올해 주요 이슈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지난해 수준의 상승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큰 폭의 하락도 없지만, 큰 폭의 상승도 없다. 현재 추이를 유지할 것이라는 의견이다. 하지만 사업비용의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태양광 모듈인 만큼, 가격 안정화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태양광 업계 관계자는 “인건비와 전기요금이 낮은 해외에서 우리나라 기업이 생산할 수 있는 지원 정책과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며, “정부가 태양광 산업에 대한 적극적인 기술개발 투자 인식을 갖고 있는 만큼, 제2의 반도체 산업으로 육성해 시장을 선도하고 시장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모듈 가격 인상에 대한 업계 관계자들의 인식변화는 이번 시장조사를 통해서도 잘 나타났다. ‘2022년 태양광 모듈 선택에서 가장 고려해야 할 부분은?’이라는 질문에 대해 참여인원 중 50%가 ‘가격’을 선택했다. 그동안은 성능, 내구성, A/S 등이 모듈 선택의 주요 이유였다면, 올해는 성능에 이어 가격이 중요한 선택 요소로 자리 잡았다. 또한, 17.7%가 ‘탄소인증제 획득 유무’를 선택, 태양광 모듈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35.1%, 초고출력 모듈 상용화 필요
태양광 모듈은 해를 거듭할수록 기술 발전이 빨라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러한 태양광 모듈의 발전에 있어 올해 주요 이슈로 35.1%가 ‘초고출력 모듈 상용화’를 선택했다. 뒤 이어 27.7%가 ‘양면모듈 후면 발전량 상향’을, 22.3%가 ‘n타입 모듈 상용화’를, 11.7%가 ‘단면모듈 효율 향상’을 선택했다. 최근 국내외 기업들이 n타입 모듈 출시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만큼, 기존 p타입 모듈보다 높은 효율을 자랑하는 n타입의 시장 진입을 기대하는 이들이 많았다.
올해 태양광 모듈 기술개발에 있어 공통적인 니즈는 ‘효율’의 변화다. 국토가 좁은 지리적 한계로 인해 국내 소비자들은 같은 면적의 부지에서 높은 효율을 자랑하는 모듈을 선호하는 경향이 짙다. 지난해 고출력, 고효율 모듈이 국내 태양광 시장을 대변했다면, 올해는 초고출력, n타입, 양면모듈 등 기존보다 더욱 강화된 성능의 제품이 필요하다는 업계 관계자들의 의견이다.
시장조사에 참여한 한 태양광 업계 관계자는 “태양광 모듈에 대한 기술개발은 하루가 다르게 빨라지고 있다”며, “어느 분야 제품이든 고성능, 고내구성에 대한 소비자들의 니즈는 필연적이다. 국내뿐만 아니라 글로벌 태양광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효율과 출력을 개선한 모듈에 대한 선도적인 기술개발이 필요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물론 가격 안정화라는 전제도 필요하다. 시장조사에 참여한 대부분의 업계 관계자들은 가격 안정화 없이는 정부의 올해 신규 태양광 설비 보급치를 달성하기 힘들 것이라는 평가다. 국내 태양광 시장이 지난해부터 이어진 가격 상승이라는 이슈를 극복하고,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2022년이 될 수 있을지 관심 있게 지켜볼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