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V리더스클럽 1] HD현대에너지솔루션 박종환 대표, “태양광 제조 경쟁력 위해 비즈니스·R&D·정책 동반 성장해야”
  • 이건오 기자
  • 승인 2024.01.02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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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경쟁의 승부처는 ‘차세대 기술 개발’… 전략적 준비와 투자 필요

인더스트리뉴스는 2024년 <Change The World>라는 의미를 담아 탄소중립과 디지털 전환에 기여하고 관련 산업을 선도하고 있는 국내외 대표기업 CEO 인터뷰를 매달 릴레이 형식으로 연재합니다. 태양광 산업 분야의 대표 CEO를 만나는 <PV리더스클럽> 첫 번째 주인공은 HD현대에너지솔루션 박종환 대표입니다. / 편집자주

[인더스트리뉴스 이건오 기자] 2024년 첫 인터뷰를 위해 판교로 향했다. 초대형 큐브 느낌의 웅장한 건물에 HD현대 간판이 걸린 HD현대 판교 글로벌 R&D센터(GRC)에 들어서자 더욱 화려하게 채워진 내부를 확인할 수 있었다. HD현대 17개 그룹사 5,000여명이 근무하는 만큼 각사의 정체성이 담긴 조형물과 故 아산 정주영 명예회장의 어록들이 눈에 들어왔다.

이번 인터뷰 주인공은 태양광 사업 출범 20주년을 맞이한 HD현대 재생에너지 대표 계열사 HD현대에너지솔루션 박종환 대표다. 그는 GRC 건축 총괄 책임을 맡기도 했다. HD현대의 심장과도 같은 GRC는 ‘2023 토목건축기술대상’에서 대상, ‘MIPIM 아시아 어워드 2023’ 실버(Silver)에 선정되기도 했다.

본지는 올해 태양광 업계 CEO 릴레이 인터뷰를 통해 대표 리더들의 목소리를 조명하고 산업 발전을 위한 전략과 의견을 공유하는 기획 취재를 진행하고자 한다.

HD현대에너지솔루션 박종환 대표 [사진=인더스트리뉴스]

첫 주자인 HD현대에너지솔루션 박종환 대표는 국내 태양광 산업의 성장과 경쟁력 확보, 시장 보호에 동분서주하며, 정주영 회장의 “우리가 잘 되는 것이 나라가 잘 되는 것이며 나라가 잘 되는 것이 우리가 잘될 수 있는 길이다”라는 기업 철학을 잘 계승하고 있는 CEO로 정평이 나 있다.

박 대표는 “태양광 제조업에 손을 놓으면 유통 역할밖에 할 수 없다”고 전제하며, “단기적인 이익만을 앞세우면 어마어마한 손실을 볼 것이다. 나중에는 공급자가 책정하는 가격으로 제품을 사야할 것이고 공급망이 끊어지기라도 하면 안보에까지 리스크가 적용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제조업은 기업의 비즈니스와 R&D를 통한 기술 경쟁력 강화, 이를 안정적으로 이뤄낼 수 있는 정책이 동반돼야 한다”며, “이미 뒤떨어진 산업에서 경쟁할 수 있는 승부처는 차세대 기술 개발에 있고 이를 위한 투자와 준비가 전략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HD현대에너지솔루션 사명 변경 이후 태양광 등 에너지 비즈니스에 어떠한 변화가 있었나?

새로운 사명 속 HD는 ‘인간이 가진 역동적인 에너지(Human Dynamics)’로 ‘인류의 꿈(Human Dream)’을 실현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과거 현대중공업그린에너지 시기에 태양광 모듈 제조 위주로 사업이 전개됐다면, HD현대에너지솔루션 사명 변경과 함께 태양광 셀, 모듈 등 미드스트림 사업의 안정된 매출을 중심으로 인버터, EPC, 전력중개사업, O&M, BIPV 솔루션까지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있다. 다양한 환경에 맞춤형 태양광 솔루션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PV 토털솔루션 프로바이더로써 한 단계 더 도약하는 변화를 가져갔다.

박종환 대표가 건축 총괄 책임을 맡은 HD현대 판교 글로벌 R&D센터(GRC) 전경 [사진=HD현대]
박종환 대표가 건축 총괄 책임을 맡은 HD현대 판교 글로벌 R&D센터(GRC) 전경 [사진=HD현대]

태양광 토털솔루션 비즈니스 전략에 대한 배경은 무엇인가?

빠른 속도로 변해가는 시장을 알아야 어떠한 제품이 효율적으로 적용될 수 있을지 파악할 수 있다. 태양광 셀, 모듈 제조만으로는 분명한 한계가 보였다. 그간 축적된 경험과 노하우를 활용해 시장 성장과 확대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다시 시장에 필요한 제품을 생산해 냄으로써 당사가 가진 제조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다양한 애플리케이션과 프로젝트 개발, 시공까지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으며, RE100 프로젝트를 포함한 지붕형·나대지형 태양광 등에 적극 참여하는 등 EPC 사업 확장에도 나설 계획이다. 또 제로에너지건축물 의무화 정책을 고려한 방음벽 및 영농형, 플렉서블, 투명 태양광 사업도 검토 중에 있다.

태양광 모듈 경쟁력 향상을 위해 집중하고 있는 제품 개발 방향은?

기술 개발과 시장 흐름의 변화가 너무 빠르다. 글로벌 태양광 모듈 산업을 선도하고 있는 중국 제품과 비교했을 때 2-3년의 격차가 생겼다고 생각한다. 생산능력까지 포함하면 격차는 더 날 수도 있다. 이미 뒤진 산업에서 경쟁할 수 있는 승부처는 차세대 기술 개발에 있다. 이를 위해 전략적인 투자와 준비가 필요하다.

당사는 지난 17년간 지속적으로 연구개발을 추진해왔다. 상용 표준 태양광 셀/모듈인 퍼크(PERC) 제품을 자체 개발해 국내 최초로 양산한 바 있으며, 양면형의 고출력 태양광 모듈도 가장 먼저 제품화에 성공했다.

현재는 차세대 고효율 태양광 셀인 N형 반도체 웨이퍼를 적용한 제품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으며, 최근 산업통상자원부 국책과제인 ‘대면적 박형 이종접합 기술(HJT) 태양전지 및 모듈 양산기술 고도화’의 주관기관으로 선정됨에 따라 HJT 관련 소재·부품·장비 기술 개발 및 상용화를 2026년까지 완료할 예정이다. 또한, 한국화학연구원과 페로브스카이트-실리콘 기반의 대면적 30% 이상 초고효율 탠덤 태양전지 원천기술 MOU 체결, 경량화 모듈 기술 검토 등 기술 개발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진행하고 있다.

HD현대에너지솔루션 박종환 대표는 “다양한 애플리케이션과 프로젝트 개발, 시공까지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인더스트리뉴스]

해외시장 진출 전략은 어떻게 추진할 계획인가?

결국 국내 제조업은 규모가 작은 내수시장을 넘어 더 큰 기회를 활용하기 위해 해외시장을 공략해야 한다. 내수만으로는 기업의 성장과 안정적 수익 확보가 어려워 해외 진출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다만 중국 제품 대비 원가경쟁력 측면에서 상당한 열위에 있기 때문에 신규시장 개발과 진출, 그리고 기존 시장에서의 틈새시장 공략 등 특화된 전략이 동반돼야 한다. 이러한 전략적 판단을 기준으로 기존 시장인 미국 및 유럽에서 상업용 및 유틸리티 시장의 기회 창출을 위해 영업력을 집중할 예정이며 동남아, 아프리카, CIS(독립국가연합) 등 신흥 시장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경직된 국내 태양광 시장에 대한 생각과 대응 방향은?

무엇보다 ‘국내 태양광 산업 발전을 위한 시장 활성화 및 산업 보호’ 측면에서 제도 개선의 방향성을 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안에서 에너지 자립도, 국가 경제 기여도, 고용 효과 등의 고려가 필요할 것이다. 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산단 지붕 태양광 보급 사업 △이격거리 규제 및 영농형 태양광 규제 개선을 통한 지상형 잠재 시장 활성화 △수상태양광 시장 확대 등이 있고, 산업 보호를 위해서는 △셀 시장 보호를 위한 연구지원 강화 △탄소 미인증제품 입찰 제외 △REC 가중치 고시 개정(신재생 법 시행령 기준 반영) 등을 예시로 들 수 있겠다.

또 기술 전환의 속도가 굉장히 빨라 그동안 산업을 주도해온 PERC 기술은 점차 사라지고 N타입 기술이 적용된 대면적 제품이 주를 이룰 전망이다. 국내기업들이 이러한 속도에 맞춰 대응하기에는 자본적, 기술적으로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국내 태양광 산업 발전을 위한 노력을 기반으로 현재 제도의 미비한 점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전 방위적 지원이 필요하다. 당사는 지속가능한 미래 에너지 생태계 구축을 위해 친환경 제품(RoHS Compliant), 수상형(pb-free 고내구성) 및 영농형 제품은 물론 최근 고효율 탑콘(TOPCon) 제품 양산도 준비하고 있다.

에너지전환에 대한 의견과 관련 사업 분야에서 집중하고 있는 내용은?

탄소중립, 파리기후협약 등 국제적인 합의뿐만 아니라 탄소국경세와 같은 실물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각종 규제를 준수하기 위해서는 태양광을 핵심으로 하는 친환경 재생에너지 전환은 필수적이다. 플러스 발전과 아울러 기존 화석연료 에너지 소비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줄이는 에너지 효율화 사업도 강조하고 싶다.

이러한 과정에서 사회, 정책, 경제적 배경에 따라 여러 기회와 도전이 있겠지만 중요한 순간에 발휘되는 ‘현대정신’과 기술 혁신으로 에너지전환 흐름에 태양광 분야의 토털솔루션 프로바이더로 확고히 자리매김하겠다.

HD현대에너지솔루션의 2024년 사업 계획과 장기적인 목표는?

생존을 해내야 하는 시기다. 비관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현재 시장 상황이 그렇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당사는 국내 태양광 산업 발전을 위해 업계를 대표해 정부 정책 변화가 이뤄질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낼 예정이다.

당사는 2024년을 국내 및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고출력 N타입 제품에 대한 양산 투자·가동·론칭을 통해 N타입 전환의 원년으로 삼을 예정이다. 향후에는 원자재 구매부터 폐기까지 제품의 라이프사이클 전반에 거쳐 환경적인 영향을 조사하고, 이를 관리하며 생산에 있어서도 법적 허용기준보다 더 강화된 사내 기준으로 관리할 예정이다. 앞으로도 탄소배출량 절감을 통해 환경 경영 노력을 지속해 나가겠다.

 

멘토의 역할, 기성세대로서 후배에게 경험을 나누고 도움을 줄 수 있는 역할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직원들과의 소통은 어떻게?

아무래도 대표직에 있다 보니 탑다운 방식의 의사소통이 기본이 될 수밖에 없다. 그 외적으로는 저녁에 순대국밥이라도 하면서 편안하게 소통하려고 한다. 부서별, 부문별로 구분해서 형식적으로 모이면 비슷하고 반복적인 내용이 많은데, 그런 편안한 시간에서는 평소 하기 어려운 진솔한 이야기도 나눌 수 있고 애로사항도 들을 수 있는 것 같다.

평소 건강 관리는?

산을 좋아한다. 벽에 직원이 선물해 준 포스터가 있는데 국내 140개 산 중에 직접 오른 산을 표해 둘 수 있게 돼 있다. 머릿속이 복잡한 시기가 있었는데 우연치 않게 산을 접하고 많은 도움을 받았다. 등산을 하면서 인생사를 비유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생각을 하는데, 그 생각들이 복잡하고 어려운 생각들을 밀어내는 것 같다.

추천하고 싶은 산이 있나?

최근에는 북한산과 청계산을 많이 가는데 특별히 청계산을 추천하고 싶다. 산은 높다고 해서 다 아름다운 것만은 아니다. 또 코스에 따라 쉬운 길이 있고 어려운 길도 있다. 청계산은 가까이 있기도 하지만 제일 다양하고 예뻐서 좋다. 최근에는 산을 오르면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완만하게 내려오자’이다. 산은 어딘가 꼭대기가 존재하고 인생처럼 앞만 보고 부지런히 오르는데, 내려올 때 급히 내려오면 무릎도 다치고 무리가 된다. 내려올 때 완만한 산이 좋은 산이다.

감명 깊게 본 영화나 드라마는?

로버트 드 니로가 주연한 영화 ‘인턴’을 소개하고 싶다. 새로운 내용의 영화를 볼 기회는 많지 않고 전에 봤던 영화를 편안하게 다시 보는 경우가 많다. 영화 ‘인턴’은 짧은 시간에 성공한 젊은 CEO를 많은 경험을 가진 은퇴 시니어 인턴이 도와 안정을 찾는 내용이다. 보면서 나도 멘토의 역할, 기성세대로서 후배에게 경험을 나누고 도움을 줄 수 있는 역할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2024년 개인적으로 달성하고픈 목표는?

그간 우연찮게 에너지와 관련해 많은 일들을 해왔다. 다양한 경험과 노하우를 갖게 됐는데, 이러한 것들을 체계화하고 싶었고 후배들에게 멘토 역할을 해줘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 그래서 많은 고민 끝에 내년도부터 주말을 활용해 기후·에너지 관련 배움에 도전하기로 결정했다.

연말연시 직원들에게 나누고픈 메시지는?

자기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자신을 믿고 자신이 잘 되기 위한 주체적인 삶을 살기 바란다. 예전처럼 회사를 위해 일하라는 말은 절대 하지 않는다. 스스로 성공하고 잘 되는 자세를 가진다면 회사는 저절로 잘 될 수밖에 없다. 본인 스스로가 경쟁력 있는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strong>추천인 인더스트리뉴스 이상열 발행인·편집인</strong><br>

추천인 인더스트리뉴스 이상열 발행인·편집인

HD현대에너지솔루션 박종환 대표이사는 HD현대그룹에서 건설, 풍력, 태양광에 이르기까지 스펙터클한 경험의 소유자이다. 경계를 넘나드는 풍부한 인적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중국 기업들과의 기술경쟁력 확보를 위한 전략적인 기술개발 방향과 중장기적인 로드맵을 설정하는 전략형 리더이다.

호탕한 웃음과 함께 직원들에게는 따뜻한 형님 리더쉽으로, 후배들에게는 멘토로서 다가가고자 노력하고, 한국인 특유의 근성과 배짱을 가진 통큰 리더이자 경쟁을 즐길 줄 아는 진정한 승부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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