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스트리뉴스 최종윤 기자] ‘소통’과 ‘도전’, 한국에서 한국오므론제어기기의 성공 비결을 묻는 질문에 이 두 가지 단어를 강조했다. 다소 추상적이고 진부해 보일 수도 있는 단어였지만, 이어지는 인터뷰에서 그려지는 그의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행보에서 한국오므론제어기기의 내외부 조직문화 및 비즈니스 성과 이유가 그려졌다. ‘소통’과 ‘도전’은 조직 내부는 물론, 외부 비즈니스 방향에서도 중심을 잡고 있었다. 한국오므론제어기기에서만 35년. 창립멤버로 사원에서부터 시작해 대표이사 자리에까지 오른 김영호 대표 이야기다.
한국오므론제어기기 김영호 대표가 강조하는 ‘소통’은 비즈니스 방식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김영호 대표는 회사의 외부 비즈니스 방향에 대해 ‘공동창조활동’이라고 명명했다. 김 대표는 “무엇보다 ‘고객 시점’을 기본에 두고 비즈니스를 추진한다”면서, “현장 라인을 직접적으로 이해하면서 깊이 들어가 함께 과제 발굴에서부터 참여한다”고 말했다. 현장 과제 중심으로 고객맞춤형 활동을 펼친다는 뜻이다. 고객사와 밀접한 소통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이어 그는 “생산현장의 빠른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제품개발단계에서부터 참여해 누구보다 빠른 생산장비 구축을 돕고 있다”고 강조했다.
오므론그룹은 1933년 일본 오무로(御室) 지역에서 최초로 X-ray용 타이머 개발을 시작으로, 산업자동화, 전자부품, 소셜시스템, 헬스케어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전 세계 약 3만6,000명의 사원이 활동하는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했다. 특히 산업자동화 분야는 단자대부터 자율주행로봇까지 산업 전체를 포괄할 정도로 광범위한 제품과 솔루션을 가지고 있다. 일명 ‘ILOR+S’로 칭하는 토털 솔루션 라인업을 보유하고 있다.
각각 인풋(Input)과 논리(Logic), 출력(Output), 로봇(Robot), 안전(Safety)을 뜻한다. 사실상 디지털팩토리, 자율제조 실현에 가장 가까이 있는 기업 중 하나다. 김영호 대표는 “현재 디지털 전환 등 트렌드로 자동화 분야에 다양한 생산기술들이 요구되고 있지만, 사실 오므론은 이미 보유하고 있는 것이 대부분으로 기술 조합의 문제”라며, “AR·VR과의 로봇 연결, 고속 PLC 연산에 기반한 다양한 제진 제어기술 등을 예로 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오므론제어기기 김영호 대표는 오므론그룹 해외지사 중 현지인이 대표로 임명된 첫 사례다. 2017년 업무보고를 위해 찾은 일본 본사에서 본사 대표이사에 의해 직접적인 임명이 이뤄졌다. 이례적인 인사를 진행할 만큼 김 대표를 높이 평가하고 있었다는 뜻이다. 이후 김 대표는 코로나펜데믹, 공급망재편 등 경영환경이 급변하는 시기에 흔들림 없이 회사를 이끌고 있다.
김영호 대표는 통상 글로벌 기업의 대표로서는 이례적으로 ‘현지화’를 강조했다. 김 대표는 “직원들에게 ‘본사에도 지지마라’라고 이야기한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한국 현장 지식 등은 우리가 더 잘 알 수밖에 없지 않나, 국내 현장에 맞는 현지화 영업을 하라는 뜻”이라며, “특히 한국이 선도하고 있는 반도체, 이차전지 분야에서는 그룹 전체적으로도 우리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고 밝혔다.
사원에서 대표이사까지 35년. 그야말로 입지전적인 인물인 김영호 대표를 만나 최근 화두인 탄소중립, 디지털전환 해법 등에 대해 두루 이야기를 나눠봤다.
그야말로 ‘오므론맨’이다. 소회와 비결이 있다면?
올해 10월이면 만 35년이다. 직장생활에 대해서는 원없이 정말 즐겁게 일해왔다. 개인적으로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창립 멤버로 신입사원 때부터 과장, 부장 역할까지도 소화하면서 누구보다 성취를 느끼며 정말 하고 싶은 일 다 해봤다. 이렇게까지 할 수 있었던 이유에는 회사의 미션이 나와 잘 맞았던 것도 있다. 오므론의 미션은 ‘우리들의 활동으로 우리들의 생활을 향상하고 보다 나은 사회를 만듭시다’이다. 신입사원 때부터 너무 신선하게 와 닿았다. 이런 미션을 바탕으로 오므론은 지금은 당연한 지하철 개찰구, 은행 ATM 기기 등도 개발해 사회에 제공하는 등 항상 사회문제의 기술적 해결에 앞장 서 왔다. 나도 이런 정신을 가지고 일을 하려고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한국시장에서 인지도를 높이고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를 꼽는다면?
‘고객시점·입장’에서 생각하는 비즈니스 방식을 꼽고 싶다. 우리는 단순 상품, 제품 영업 보다는 항상 현장에서의 문제 해결에 주안점을 둔다. 현장 라인과 장비에 대한 이해를 기본으로 깊이 들어가서 해결해야할 과제를 도출하고 고객들과 같이 고민하면서 해결하고 있다. ‘공동창조활동’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우리는 고객 기업의 제품 개발 과정에서부터 참여해, 생산장비 개발 활동도 하고 있다. 생산현장의 빠른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제품개발단계에서부터 참여해 누구보다 빠른 생산장비 구축을 돕기 위한 것이다. 아울러 성공적인 ‘현지화’도 비결로 꼽고 싶다. 직원들에게는 ‘본사에게도 지지마라’라고 이야기한다. 본사는 우리보다 현장 상황을 잘 알 수 없기 때문에 현장에 맞춰서 움직이라는 뜻이다. 특히 반도체, 이차전지 등 한국이 글로벌을 리드하고 있는 분야에서는 실제 그룹 내에서 우리의 역할이 중요한 상황이다.
최근 기술 트렌드·경영환경의 변화 속에 집중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면?
최근 트렌드를 한마디로 ‘변화가 빠르다’는 말로 요약하고 싶다. 거시적인 글로벌 환경은 말할 것도 없고, 미시적으로 일하는 사람, 제품의 변화도 빠르다. 이런 상황 속에서 고객과 우리가 함께 발전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가에 대해 계속 고민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집중하고 있는 솔루션은 ‘예지보전’ 분야와 AI, AMR을 꼽을 수 있다. 예지보전은 앞으로 로스없이 멈추지 않는 공장을 만들기 위해 필수가 될 것이다. 아울러 지금 공장 현장은 AI와 AMR이 빠지면 이야기가 안 된다. 이에 오므론도 AI에 대한 투자와 기본 솔루션 탑재를 늘리고 있다.
오므론은 AMR 군집제어에 있어 독보적인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 100대 이상의 실제 레퍼런스도 가지고 있어, 매년 큰 성장세를 가져가고 있다. 아울러 탈탄소화 흐름 속 ESG 경영에도 오므론은 RE100에 가입하는 등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다. 제품 자체도 사용 전력량을 기존에 비해 절반으로 줄인 제품을 출시하고 있으며, I-BELT(아이벨트)라고 해서 공장 현장의 데이터를 분석해 지속적으로 에너지를 줄일 수 있는 개선책을 제안하는 컨설팅 비즈니스도 하고 있다.
오므론이 제시하는 디지털전환 해법은?
오므론은 ‘i-Automation!’이라는 미래 제조현장 가치의 방향성을 제시한 컨셉 키워드를 제시하고 있다. 생산현장에서 ‘제어진화’(integrated), ‘지능화’(intelligent), ‘사람과 기계의 새로운 협조’(interactive)라는 세 가지 컨셉으로 현장에 혁신을 제공한다는 뜻이다. 이를 축으로 ‘사람을 넘는 자동화’, ‘사람과 기계의 고도협조’, ‘디지털엔지니어링 혁신’을 내걸고 있다. 이는 통칭 ‘ILOR+S’라고 부르는 약 20만개가 넘는 제어 제품을 통해 실현된다. 각각의 이니셜은 센서 등 입력기기 ‘Input’, 컨트롤러 등 제어기기 ‘Logic’, 모션 드라이브 등 출력기기 ‘Output’, 산업용 로봇 ‘Robot’, 안전기기 ‘Safety’를 뜻한다.
사실상 오므론은 자동화에 필요한 모든 기기를 라인업하고 있는 유일한 메이커다. 이 제품군들을 목적에 따라 자유자재로 조합해 이용할 수 있다. 아울러 이런 제어기기를 활용·결합할 수 있는 약 250개에 이르는 소프트웨어 애플리케이션도 제공한다. 고도의 오토메이션을 실현할 수 있다. 사실 최근 글로벌적으로 디지털전환 흐름속에 새로운 생산기술 등이 요구되면서 많은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나오고 있는데, 오므론 입장에서는 조합의 문제일 뿐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실제 최근 신기술의 현장 보급이 늘면서 과제가 되고 있는 로봇과 VR·AR 등과의 연결, 이차전지 공정에서의 액체 소재 이동에 따른 제진제어기술 적용 등에 대해 오므론은 이미 다 완성형 기술로 가지고 있다.
이울러 한국오므론제어기기는 오토메이션센터를 구축해 놨다. 대표적인 제어기기와 솔루션들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센터에서는 AI, IoT, Robotics 등 최첨단 기술을 고도로 접목한 기술을 체험하고, 고객이 실제 장비를 가져와 테스트도 할 수 있다. 또 우리 엔지니어와 함께 실증 실험이나 검증 및 도입을 위한 기술 훈련도 가능하다. 직접 방문해 눈으로 확인하시길 추천한다.
2024년 단기적 목표와 향후 중장기적 비전이 있다면?
올해는 정치, 사회적으로 국내외 이슈가 많아 시장 상황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연초에는 제조업계가 IMF 때보다 힘들다는 이야기까지 나왔었다. 하지만 미리 예상한 만큼 나름대로 지키면서 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 대선이 끝나고 나면 반도체, 이차전지 등 분야의 향방이 나올 것 같아 지켜보고 있는 중이다. 현재 상태로 가면 그래도 무난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4분기에 조금이나마 회복을 기대하고 있다.
이에 일찌감치 내년도 이후를 그리고 있다. 우선 달성해야 할 목표로는 5,000억 매출을 목표로 잡고 있다. 매출 5,000억을 달성하면, 직원 복지 향상은 물론, 회사가 한단계 점프업 할 수 있는 기반과 여력이 생길 것으로 본다. 하지만 이렇게 회사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결국 우리 직원들이 발전해야 한다. 이에 직원들에게 어학, 도서, 교육 등 지원을 많이 하고 있다. 직원들이 역량을 키우고, 그 역량을 회사에서 발휘할 수 있는 조직이 돼야 목표를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에 직원들에게는 무엇보다 ‘소통’과 ‘도전’을 강조하고 있다. 소통이 안 되는 조직은 발전할 수 없고, 도전을 두려워하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고 생각한다.
오므론은 ‘i-Automation!’이라는 미래 제조현장 가치의 방향성을 제시한 컨셉 키워드를 제시하고 있다
48시간 동안 자유시간이 주어진다면?
48시간 동안 제대로 집중해서 최근 화두인 ChatGPT에 대해 깊이 들어가서 알아보고 싶다.
평소 건강 관리는?
특별히 관리하는 건 없다. 시간이 되면 좀 많이 걷는 편이다. 또 우리 회사가 18층에 있어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고 오르곤 했었는데, 요즘에는 잘 못하고 있다. 그리고 자기 전에 푸쉬업을 가볍게 하고 있다.
본인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이 있다면?
시간이 나면 나가서 많이 걷는 편이다. 이런저런 생각도 많이하고, 그러다보면 혼자 웃기도 하고, 갑자기 생각나는 사람에게 전화도 걸고 한다.
직원들과 소통은?
출근을 하면 일단 내부 카페테리아에 무조건 나와서 사람을 가리지 않고 지나가는 직원들과 가볍게 대화를 나눈다. 이외에도 직원들과 업무시간이 끝날 때쯤 카페테리아에서 맥주도 한잔 하는 등 비공식적인 간담회를 자주 하는 편이다. 직원들에게 혼날 때도 많다.(웃음) 공식적으로는 2년에서 7년차까지의 직원들로 구성된 조직문화 TFT팀과 소통을 많이 하고 있다
직원들에게 평소 강조하는 말이 있다면?
‘즐겁게 해라’라는 말이다. 하루 대부분을 회사에서 보내는데 여기에서 즐겁지 않으면 어떻게 인생이 행복할 수 있겠냐고 말한다. ‘비가 오는 월요일 아침에도 출근하고 싶은 회사를 만들어 가자’라고 한다.
경영철학이 있다면?
회사가 발전하려면, 먼저 조직원이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내부적으로 어학, 독서 및 교육을 많이 지원하는 편이다. 직원이 역량을 키우고, 그 향상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회사라면, 무조건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주말은 어떻게 보내는 편인가?
겨울이 아니라면 골프 일정이 많다. 대부분 주말 골프를 치고, 없는 날에는 혼자 계시는 어머니를 찾아 뵙는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