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스트리뉴스 최인영 기자] 국산 AI 반도체를 7대 주력산업에 도입하기 위해 유관 기업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날 논의된 내용을 토대로 하반기에는 ‘AI 시대, 시스템반도체 산업 종합 지원방안’이 발표될 예정이다.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업부, 장관 안덕근)는 박성택 제1차관 취임 이후 첫 현장행보로 14일 퓨리오사 AI를 방문해 팹리스, 디자인하우스, SW기업 등 국내 AI 반도체 공급기업과 주력 산업에 AI 도입을 추진 중인 현대차, LG전자, 한화시스템 등 수요기업과 함께 AI 반도체 경쟁력 강화를 위한 간담회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간담회에서는 기기에 직접 탑재되는 ‘온-디바이스 AI’가 전 산업 분야로 확산되는 상황에서 자동차, 가전, 방산 등 업종별 AI 기술과 국내 반도체 적용 현황을 진단하고, 산업 맞춤형 고기능·저전력 AI 반도체(엣지용 반도체) 개발·적용 방안을 논의했다.
업계 참석자들은 주력 제조산업의 고도화를 위해서는 AI 내재화가 필요하며, 우리 반도체 산업은 역량 있는 설계 기업을 보유하고 있어 온-디바이스 AI 산업이 성장할 여건이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AI 반도체 시장에서 현재 엔비디아 등 일부 기업이 ‘서버용 반도체’는 주도 중이나, 우리는 주력 업종과 협력해 현장에 최적화된 ‘엣지용 반도체’를 개발하기 유리한 환경을 갖추고 있어 새로운 팹리스들이 진입할 기회가 열려 있다는데 인식을 같이 했다.
아울러 △업종별 맞춤형 AI 반도체 개발을 위한 수요연계 대규모 R&D 프로젝트 추진 △AI 반도체 개발·생산 인프라 구축 △팹리스 스케일업을 위한 대규모 금융 지원 △우수한 설계인력 양성 등을 건의했다.
7대 주력산업 중심 엣지 반도체 개발
AI 반도체는 기존 반도체 역할에 더해 주력산업과 제품의 부가가치를 크게 끌어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부는 내년부터 경쟁력, 시장성, 성장성 등이 높은 △자동차 △IoT·가전 △기계 △로봇 △에너지 △바이오·의료 △방산 등 7대 주력산업을 중심으로 엣지 반도체를 개발해 산업과 AI를 접목시키고, 새로운 AI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는 사업을 착수한다. 이는 신규 사업안으로 향후 주력산업별 AI 플랫폼을 개발하고 실증하는 대형 사업을 기획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자동차 분야는 고성능 연산능력을 갖춘 AI 반도체를 통해 통신 없이도 실시간으로 수집된 데이터를 처리해 차선 유지와 장애물 감지 등을 지원하고, 차량 진단을 통해 관련 상품을 추천하는 등 서비스·SW산업을 활성화한다.
가전·IoT 분야는 무선통신 지원 가능한 AI 반도체 개발로 실내 상황과 사용자의 사용 패턴을 분석하고, 실내 온·습도 조절과 소리·화면을 자체 조정하는 등 사용자의 편의성을 높여주는 스마트 가전 시대를 연다.
기계에 사용되는 고해상도 AI 반도체는 공장이나 건설 현장에 있는 기계·장비의 동작과 소리, 외형 사진 등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고장 상황을 미리 예측하고 대응해 기계 장비의 유지비를 낮추고, 제조 공장의 생산성을 제고한다.
로봇의 경우 고정밀 측정 AI 반도체를 통해 주변 상황을 실시간으로 인지함으로써 충돌 없이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물건을 배달하거나 사람이 작업할 수 없는 환경에서 자율적으로 채굴·건설 등이 가능하게 한다.
에너지 분야에는 계절, 사람 수 변화에 맞춰 건물과 집 등의 전력 소모량을 판단하도록 설계한다. 전력 소모량이 급증하거나 연기가 발생하는 등 이상 상황을 종합 분석해 전기 누출을 사전에 예방한다.
바이오·의료의 경우 생체 센서와 의료 영상 등을 통해 수집된 의료데이터를 AI 반도체가 실시간 해석해 환자 상태 모니터링 정확도를 높이거나 환부의 상태에 따른 적정 치료방법 등을 제시해 의료 정확도를 높인다.
방산 분야에서는 AI 기반 유무인 복합체계 구축 등을 통해 무기 저장고나 핵심 건물 등에 허락받지 않은 침입자, 침입기기의 접근을 사전 파악해 대응함으로써 국방, 공공 안전, 산업 분야 보안체계를 강화한다.
하반기 시스템반도체 산업 종합 지원방안 발표
산업부는 업계에서 건의한 △수요연계 대규모 R&D △AI 반도체 개발·생산 인프라 구축 △팹리스 스케일업을 위한 대규모 금융 △우수한 설계인력 양성에 대해 지원 중이며, 제기된 의견을 바탕으로 올해 하반기 ‘AI 시대, 시스템반도체 산업 종합 지원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11개 업종별 수요기업과 31개의 IP·팹리스·디자인하우스·SW기업 등이 참여하는 ‘AI 반도체 협업포럼’의 운영을 강화한다. 포럼 논의를 토대로 우리 주력산업과 결부되고 시장 파급력이 높은 산업별 엣지 반도체를 개발하는 한편 산업 현장 실증과 실제 적용까지 지원할 수 있는 R&D 사업을 우선 추진한다.
나아가 AI 반도체는 개별칩의 성능보다 수요기업이 필요로 하는 종합 기능이 중요한 점을 반영해 정부는 IP-팹리스-디자인하우스-SW까지 포함한 선단을 구성해 경쟁력 있는 AI 반도체 관련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 수 있도록 대형 사업을 기획할 예정이다.
올해 9월에는 성남 판교에 ‘시스템반도체 검증지원센터’를 개소해 AI 반도체 개발에 필수적인 고가의 장비를 활용한 설계·검증을 지원한다. 또한 미국 실리콘밸리에 ‘한·미 AI 반도체 센터’를 구축해 팹리스의 해외 진출을 뒷받침한다. 개발된 칩에 대해서는 파운드리 기업과 협의해 시제품 제작(MPW) 기회를 확대하고, 시제품 제작 지원 비용을 늘려간다.
아울러 스케일업과 M&A를 목적으로 하는 팹리스 기업을 대상으로 1조1000억원 규모의 반도체 생태계 펀드를 올해 3분기부터 집행한다. 현재 조성된 3000억원 규모 펀드를 시작으로 시스템반도체 기업의 대형화를 집중 지원한다.
이밖에 반도체 설계 인재 양성을 위한 대학교 내 양성과정을 강화하고, 현장에 즉시 투입 가능한 설계 엔지니어 교육과정을 신설한다. 유관부처와 협의해 우수한 외국인 인재가 국내 팹리스에 취업할 수 있도록 여건을 개선한다.
산업부 박성택 차관은 “모든 산업을 AI 관점에서 재설계해야 한다”며, “AI의 핵심은 맞춤형 고성능·저전력 시스템반도체인 만큼 반도체 시장에서 PC, 모바일에 이어 AI라는 제3의 물결이 오는 상황에서 정부는 우리 반도체 기업이 성공할 수 있도록 필요한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