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동서·삼양 6일부로 출고 중단
LG도 납품 중단…산업 전반 퍼지나

[인더스트리뉴스 서영길 기자] 홈플러스에 대한 각 기업들의 납품 중단 결정이 연쇄적으로 일어나며 ‘홈플러스 사태’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는 분위기다.
납품 대금을 떼일지 모른다는 우려에 홈플러스 납품사들끼리 ‘눈치 게임’에 돌입한 상황에서 한 곳이 납품을 중단하면 여타 기업들도 연쇄적으로 ‘납품 중단’을 선언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한 홈플러스에 식품 등을 납품해온 일부 제조사와 가전 업체들이 납품 중단을 결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산업군 전반에 걸쳐 납품 대금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감이 확산되며 홈플러스로의 납품 축소와 중단을 검토하는 기업들이 늘어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이날 홈플러스 납품 중단이 공식적으로 확인된 곳은 식품 업체가 대다수를 차지하고 주요 가전 업체도 납품 중단 행렬에 가세한 상황이다.
식품 업계에서는 롯데웰푸드, 동서식품, 삼양식품 등이 이날부터 홈플러스 납품을 중단했다.
납품을 중단한 업체는 홈플러스가 협력사 대금 지급 계획을 밝히지 않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 이에 납품 재개 시기도 미정인 상태다.
오뚜기, 롯데칠성음료 등은 납품 물량을 줄이는 방법으로 리스크를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오뚜기 측은 납품 완전 중단 대신 물량을 줄였다. 오뚜기는 홈플러스 매장 내 재고가 없는 일부 상품에 한해 납품을 하고 그 외 제품은 납품을 중단했다.
롯데칠성음료는 칠성사이다와 밀키스 등 음료 제품 공급을 중단하고 주류는 현재 납품 중단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CJ제일제당, 농심, 대상 등은 현재 차질없이 제품을 납품하고 있다. 다만 이들 기업도 납품 중단을 염두에 두고 홈플러스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국내 주요 가전 업체들의 홈플러스 손절 움직임도 가시화되고 있다.
LG전자는 홈플러스에 납품하는 제품의 출하를 이날부터 일시 중단했다. 삼성전자도 홈플러스 상황을 면밀히 따져보며 대응책을 논의 중인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기업들의 납품 중단이 지속되면 홈플러스의 일부 상품 매대가 3~4일 내에 텅텅 비는 상황이 현실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럴 경우 재고 소진 후 판매할 제품이 없어져 홈플러스의 경영 악화에 더욱 가속이 붙을 전망이다.

◆ 법정관리 절차에 지연되는 대금 지급…“납품중단 가속화”
이처럼 기업들이 홈플러스로의 납품을 꺼리는 이유는 납품 대금을 떼일 수 있다는 우려도 있지만 기업회생 절차에 따른 대금 지급 지연 이유도 크다.
기업회생절차가 진행되면 홈플러스는 대금 결제를 위해 자금을 쓰기 위해 법원에 보고를 해야 하고 이런 과정을 거치면 대금 정산 절차가 지연될 수밖에 없다.
특히 유동성이 풍부하지 않은 중소 납품업체들은 심각한 자금난을 겪을 우려도 제기된다. 자금 회전이 빠듯한 중소 업체들의 경우 납품 대금 지급이 장기간 지연되면 회사 존폐에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홈플러스로부터 지난 1월분 대금을 받지 못한 납품 업체들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며 홈플러스 손절 상태는 가속화되고 있다.
홈플러스 측은 이에 대해 “법원의 회생 개시 결정문에 따라 일반 상거래 채권은 4일을 기점으로 이전에 발생한 것은 순차적으로 일정을 정해 전액 변제할 계획이고 4일 이후부터는 납품사와 개별 계약에 따라 정상 지급한다”며 “현재 일부 납품사가 대금을 미리 달라고 해 협의가 다소 지연되는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이에 홈플러스는 매장 정상 영업을 위해 협력사들을 진정시키는 데 안간힘을 쓰고 있는 상황이다.
우선 회생절차 개시로 인해 일시 중지됐던 일반 상거래 채권에 대한 지급을 이날 재개했다.
지난 4일 오전 서울회생법원이 홈플러스에 대한 회생절차 개시를 결정하면서 모든 채권들에 대한 지급이 일시적으로 중지된 바 있다.
홈플러스에 따르면 이날 현재 이 회사의 가용 현금 잔고는 3090억원이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3월 동안에만 영업활동을 통해 유입되는 순 현금 유입액이 약 3000억원 수준으로 예상돼 총 가용자금이 6000억원을 상회하므로 일반상거래 채권을 지급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며 “6일부터 일반 상거래 채권에 대해 순차 전액 변제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홈플러스는 지난 4일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법원은 신청 11시간 만에 홈플러스의 회생절차를 개시하고 별도의 관리인 선임없이 현재 홈플러스 공동대표 체제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이런 이유로 납품업체들은 상품권 환급 지연 가능성을 대비해 홈플러스 상품권 사용을 중단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한편 이날 마트산업노동조합은 홈플러스의 대주주인 MBK파트너스(MBK)의 사무실이 있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 D타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MBK가 책임지고 파국을 막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노조는 이번 홈플러스 사태의 원인이 대주주인 MBK에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노조는 “홈플러스를 인수하기 위해 차입한 금액은 홈플러스에 막대한 금융비용으로 돌아와 경영 상태는 극도로 열악해졌으며 MBK는 차입금을 상환하기 위해 홈플러스 매장을 무차별적으로 매각했으며 현장에서는 수천명의 직영 직원이 감축됐다”며 “MBK는 아무런 자구 노력을 하지 않은채 갑자기 기업회생 절차를 밟으면서 지금까지 어떠한 대책도 내놓지 않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특히 노조 측은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을 겨냥해 “14조원의 재산을 가진 김병주 회장은 그 막대한 돈이 기업들 쥐어짜 벌어들인 것 아니냐”고 반문하며 “양심이란 게 있다면 사재를 출연해서라도 책임을 다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