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가 정치 불확실성 제거하고 예측 가능한 일정 내놓아야 한다"는 주장 점증

[인더스트리뉴스 성기노 기자]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이 변론 종결 후 평의에 한 달 넘게 걸리면서 역대 대통령 사건 중 최장기간 평의 기록을 매일 경신하고 있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지난달 25일 변론을 끝낸 뒤 34일이 지난 이날까지 재판관 평의를 이어가고 있다. 전직 대통령 탄핵심판 때보다 3배 이상 시간을 들여 논의했지만, 아직 선고일 발표에 이르지 못했다.
변론 종결부터 기간을 보면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우 변론종결일(4월 30일)부터 11일 뒤인 5월 11일 선고일을 공개하고 사흘 뒤인 14일 선고했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때는 2월 27일 변론을 끝내고 9일 지난 3월 8일 선고일을 고지해 이틀 뒤인 3월 10일 파면했다.
윤 대통령 사건은 작년 12월 14일 접수돼 탄핵소추일로부터 107일이 지났다. 두 전직 대통령은 소추 이후 각각 63일, 91일만에 선고됐다.
법조계는 다음 달 18일 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이 퇴임하는 만큼 그전에는 사건을 매듭지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신임 재판관 임명 없이 두 명이 퇴임하면 헌재가 현 8인에서 6인 체제가 돼 주요 사건 심리와 결정 선고가 훨씬 더 어려운 데다, 두 재판관은 대통령 지명 몫이라 권한대행 체제에서 후임을 지명할 수 있느냐는 논란에 다시 휩싸일 우려도 있어서다.
이 때문에 빠르면 4월 1∼2일 중 선고일을 발표한 뒤 3∼4일께 선고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일부 재판관이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고 요구하거나 만약 의견이 인용 5인과 기각·각하 3인으로 팽팽히 엇갈려 어느 쪽도 택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이면 결론 도출을 위한 평의가 계속될 수 있다. 이 경우 4월 11일 또는 그 이후 선고 가능성도 거론된다.

앞서 헌재는 윤 대통령 탄핵심판을 접수한 뒤 최우선 심리하겠다고 밝히고 주 2회 변론하며 신속히 진행했지만, 지난달 25일 변론 종결 후에는 '마은혁 불임명' 권한쟁의심판부터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심판까지 다른 굵직한 사건들을 먼저 결론 내며 강행군을 이어왔다.
이 기간 헌법소원 등 일반사건 정기 선고 외에 권한쟁의 2건, 탄핵 5건을 선고했다.
지난달 27일에는 마은혁 재판관 후보자 임명보류에 관한 권한쟁의심판 청구를 전원일치로 일부 인용하며 당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마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은 것은 국회 권한을 침해한 위법행위라고 판단했다.
같은 날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감사원을 상대로 낸 권한쟁의심판도 '선관위에 대한 감사원의 직무감찰은 위헌·위법'이라며 전원일치 인용 결정했다.
지난 13일에는 최재해 감사원장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조상원 4차장·최재훈 반부패2부장검사 탄핵소추를 전원일치 기각했다.
헌재는 이어 24일 한 총리 탄핵심판을 선고했다. 12·3 계엄 사태와 관련된 고위공직자에 대한 헌재의 첫 사법 판단이었다.
탄핵 청구는 재판관 8명 중 5명 기각, 1인 인용, 2명 각하 의견을 내 기각됐다. 윤 대통령 사건보다 먼저 선고한 것은 국정 공백 장기화에 따른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는 평가가 나왔다.
헌재의 탄핵심판 선고가 이렇게 예상외로 장기화하자 정치권에서는 '지연 현상'에 따른 헌재의 약속 위반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야권에서는 "헌재가 헌정질서 문란을 방조하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민주당에서는 "국민들은 헌법재판관들이 헌법만 생각할 것이라고 믿었는데 이렇게 선고가 장기화되면서 헌법 해석보다 다른 정치적 의도를 가진 헌법재판관이 고의적으로 재판을 지연시키는 것 아니냐"라는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다.
헌재가 선고 일시를 두고 내부 진통을 겪고 있는 것만은 확실한 상황에서 정치의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예측 가능한 일정을 내놓아야 한다는 주장이 점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