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생명, 기본자본 확충 위한 유상증자에 지배 구조가 걸림돌
김동원 사장, 지분율 0.03% 불과해 유증 지분 변동 버티기 역부족

[인더스트리뉴스 홍윤기 기자] 금융당국이 보험사 자본의 질(質) 관리 차원에서 ‘기본자본 K-ICS(지급여력비율)'를 감독기준으로 새로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기존에는 자본성증권 발행을 통한 보완자본 확충으로도 K-ICS·킥스 비율 관리가 가능했지만, 기본자본 K-ICS가 도입되면, 당기순이익 제고나 유상증자 등을 통해 기본자본을 늘려야 하는 상황이다.
기본자본 확충의 가장 현실적인 방안은 유상증자다. 기존 주주들의 반발 가능성 때문에 모든 보험사들이 유상증자에 섣불리 나서지는 못하고 있지만 한화생명의 경우 지배구조와 얽혀 더 고민이 클 수 밖에 없다.
김승연 한화 회장의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이 확보한 회사 지분은 0.03%에 불과하다. 따라서 유상증자로 인한 지분 변동을 감내하기에는 김동원 사장이 지분 규모가 너무 적어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11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12일 금융감독원은 ‘기본자본 K-ICS’ 비율을 의무 준수기준(적기시정조치 요건)으로 도입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K-ICS는 대표적인 보험사 건정성 지표로, 보험금 지급 능력을 비율로 나타낸 것이다. 기존 K-ICS는 요구자본 대비 가용자본(기본자본+보완자본)으로 산출됐다.
기존 K-ICS 체제에서 보험사들은 기본자본 확충 보다는 주로 자본성증권 등 보완자본 확충을 통해 K-ICS 비율을 관리해 왔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보험업권 자본성증권 발행액은 8조7000억원으로 전년(3조2000억원) 대비 272% 급증했다.
금감원이 기본자본 K-ICS를 의무화 한 것도, 채권으로 분류되는 자본성증권의 범람과 가중되는 이자부담을 잡아보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아직 당국이 내놓은 기본자본 K-ICS 규제 기준은 없다. 다만, 유럽과 캐나다의 규제수준을 참고했을 때 50~70% 수준이 될 것으로 업계에서는 내다보고 있다. 금감원은 올 연말 결산시 부터 기본자본 K-ICS를 본격적으로 감독기준에 포함시킨다는 계획이다.
이로 인해 보험업계 전체 기본자본 확충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한화생명의 고민은 갈수록 깊어지는 모양새다.
한화생명 역시 현재 기본자본 K-ICS 비율 73.8%로 규제수준을 간신히 넘어서는 수준이기 때문에 추가 기본자본 확충이 요구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기본자본을 늘리는 방안으로는 당기순이익 제고와 유상증자 등이 있는데, 이 가운데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조달이 가장 현실적인 방안으로 꼽힌다.
문제는 유상증자로 인한 오너일가 지배구조의 균열이 생길 수도 있다는 우려다. 일각에서는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의 지분율이 너무 낮아 섣불리 유상증자를 할 수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만만치 않다.
지난해 말 기준 김동원 사장의 회사 지분율은 0.03%에 불과하다. 유상증자는 기존 주주 지분율 희석과 지분구조 변동을 유발 할 수 있는데, 유증으로 인한 변동을 감내하기엔 지분이 너무 낮다는 얘기다.
더군다나 한화생명은 금융 계열사 지배구조의 핵심이어서 더욱 민감할 수 밖에 없다. 한화생명은 지분구조상 ㈜한화⟶한화생명⟶한화손보로 이어지는 지배구조의 중심에 위치해 있다.
구체적으로 지난해 말 ㈜한화는 한화생명의 지분율 43.24%를 보유해 최대주주다. 이어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1.75%, 김동원 사장 0.03%, 여승주 한화생명 대표이사 부회장 0.02% 등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한화생명은 한화손해보험의 대주주로 51.36%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한화생명은 기본자본 K-ICS 도입을 앞두고 아직까지 기본자본 확충을 위한 뚜렷한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금융당국이 자제를 권고하는 6000억원 규모 신종자본증권을 신규 발행하며 당국과 상반된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한화생명의 다음 행보가 주목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