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으로 휴대폰 보호필름 만든다… ‘보이지 않는 발전소’ 가시화
  • 정한교 기자
  • 승인 2025.06.16 11: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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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IST 양창덕 교수팀, 투명도·효율 뛰어난 반투명 유기태양전지 개발

[인더스트리뉴스 정한교 기자]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태양광 활용도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효율 10%가 넘는 반투명 유기태양전지가 나오면서 창문이나 모바일 기기 화면을 ‘투명 발전소’로 쓸 날이 머지않아 보인다.

10.81%의 광전변환효율과 45.43%의 가시광선 투과율을 기록한 반투명 유기태양전지 [사진=UNIST]

UNIST 에너지화학공학과 양창덕 교수팀은 10.81%의 광전변환효율과 45.43%의 가시광선 투과율을 기록한 반투명 유기태양전지를 개발했다고 지난 15일 밝혔다.

지붕이나 길가의 태양전지가 검게 보이는 이유는 전지가 태양광을 흡수해 전기를 만들기 때문이다. 태양광을 잘 흡수할수록 전지 효율은 높아진다. 반면 사물이 투명하게 보이려면, 태양광이 흡수되지 않고 통과돼야 한다. 고효율 투명 태양전지 개발이 쉽지 않은 이유다.

반투명 유기 태양전지(ST-OSC)는 자동차, 온실, 건물일체형태양광(BIPV) 등 다양한 응용 분야에 적합한 차세대 에너지 수확 플랫폼으로 주목받고 있다.

4FY 수용체 분자 기반 18 cm2 대면적 모듈의 효율 [자료=UNIST]

이러한 ST-OSC가 실제 상용화되기 위해서는 높은 광 활용 효율(LUE = 광전변환효율(PCE) × 평균 가시광 투과율(AVT)), 우수한 소자 안정성, 대면적 공정 가능성 등 복합적인 조건을 동시에 충족해야 한다. 이에 따라 소재 설계, 소자 구조, 광학 제어 등 다양한 측면에서 활발한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

분자구조 설계로 수명 17배 향상… 비결은 적외선만 흡수하는 ‘고성능 광활성층’

이번에 개발된 반투명 태양전지의 비결은 적외선만을 선택적으로 흡수하는 고성능 광활성층에 있다. 이 광활성층은 태양광 중 우리 눈에 보이는 가시광선 대역은 절반 가까이 통과시키고, 보이지 않는 적외선 대역을 흡수해 전기를 만든다.

적외선을 흡수해 발전하면 고에너지 가시광선을 흡수하는 것보다 광전변환효율이 낮아지기 마련인데, 광활성층의 수용체 분자 구조를 새롭게 설계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유기태양전지의 광활성층은 전자를 주는 ‘공여체’와 전자를 받는 ‘수용체’ 분자로 구성된다.

기존 Y6 (좌상단) 와 개발된 4FY (우상단)의 대칭 화학구조와 4FY의 비대칭 상호작용
기존 Y6 (좌상단) 와 개발된 4FY (우상단)의 대칭 화학구조와 4FY의 비대칭 상호작용 [자료=UNIST]

연구팀이 합성한 ‘4FY’ 수용체 분자는 전체적으로는 A–D–A 구조의 대칭형이지만, 불소와 수소, 불소와 황 사이에서 발생하는 국소적인 비대칭적 상호작용이 일어나도록 설계됐다. 이러한 분자 구조는 분자 간 정렬도를 개선하고, 전하 이동 경로를 확보해 전지 효율을 높인다.

제1저자인 양상진 연구원은 “비대칭성은 전지 효율을 높이지만 수명이 짧고 합성이 어려운 문제가 있는데, 분자 구조 내에 국소적인 비대칭성을 유발해 대칭성과 비대칭성의 장점을 모두 살린 분자 구조”라고 설명했다.

UNIST 에너지화학공학과 양창덕 교수팀. (사진 왼쪽부터) 양창덕 교수, 양상진 연구원, 조용준 박사, 쉬에시앙 황 박사, 김원준 연구원 [사진=UNIST]

이 전지는 주야간 조건을 반복하는 실외 환경을 모사해 총 134시간 동안 ‘다이얼 사이클(일주기) 안정성 테스트’를 수행했을 때 초기 성능의 대부분을 유지하며 높은 내구성을 입증했다. 이는 기존 Y6 수용체 분자 기반 반투명 태양전지 대비 약 17배 향상된 수명이다.

효율과 안정성, 대면적 공정 가능성이라는 ST-OSC의 세 가지 핵심 요건을 모두 충족한 이 설계 전략은 향후 대면적 BIPV 또는 투명 디스플레이 태양전지 상용화에 중요한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양창덕 교수는 “눈에 보이지 않는 빛으로 전기를 만드는 새로운 방식의 태양전지를 제시한 것”이라며, “스마트폰 보호필름, 건물 유리창, 투명 디스플레이 등 다양한 환경에서 ‘보이지 않는 발전소’를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앙게반테케미(Angewandte Chemie International Edition)에 6월 10일 출판됐다. 연구수행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연구재단, 산업통상자원부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등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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