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스트리뉴스 이건오 기자] 중국외 글로벌 배터리 시장은 혼돈의 시기를 지나고 있다. 미국에서는 IRA 세액공제의 조기 종료 가능성과 전기차 의무화 행정명령 철회 등 정책 불확실성이 커지며 소비자 수요가 위축되고 있다.

북미에 생산 거점을 둔 기업들, 특히 파나소닉과 K-배터리의 성장 전략에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반면, 중국기업들은 자국 내수시장을 넘어 신흥국과 유럽 시장 등의 공략을 본격화하며 새로운 지형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이러한 전략 하에 중국 BYD는 140%가 넘는 고성장을 기록하며 수 년간 5위권 내에 자리잡고 있던 파나소닉을 제치고 중국외 글로벌 시장 5위에 랭크됐다.
BYD는 배터리와 전기차를 동시에 제조하는 수직 계열화 구조와 공격적인 해외 진출 전략을 기반으로 글로벌 영향력을 확대 중이다. 반면, 파나소닉은 테슬라 의존도에 따른 성장 한계와 북미 중심의 전략에도 불구하고 전년 동기 대비 사용량이 정체돼 6위로 밀려나게 됐다.
글로벌 배터리 시장은 이제 미국의 정책 리스크, 중국의 해외 공세, 유럽의 환경 규제 등 복합 변수에 좌우되는 불확실한 경쟁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한국·중국계 기업의 경쟁 구도가 뚜렷해지고 있으며, 전략 다변화를 통한 경쟁 구도 유지가 우리 기업의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K-배터리 3사, 소폭 성장했으나 점유율 ‘주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5년 1~5월 판매된 글로벌(중국 제외) 전기차(EV, PHEV, HEV) 탑재 배터리 총 사용량은 약 169.3GWh로 전년 동기 대비 26.0% 성장했다.
2025년 1~5월,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K-배터리 3사의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 시장 점유율은 전년 동기 대비 6.1%p 하락한 39.2%를 기록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전년 동기 대비 13.0%(36.5GWh) 성장하며 2위를 유지했고 SK온은 17.9%(16.8GWh)의 성장률을 기록해 3위에 올랐다. 반면, 삼성SDI는 8.5%(13.1GWh)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SDI의 하락세는 유럽 및 북미 시장 내 주요 완성차 고객들의 배터리 수요 감소가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전기차 판매량 따른 K-배터리 3사의 배터리 사용량을 살펴보면, 삼성SDI는 ▲BMW ▲아우디 ▲리비안 중심으로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으며, BMW i4, i5 판매 호조가 긍정적으로 작용했지만 리비안의 스탠다드 트림에 타사 LFP배터리가 적용된 점과 아우디의 Q8 e-Tron 판매 감소가 영향을 미쳤다.
SK온의 배터리 사용량은 주로 ▲현대자동차그룹 ▲포드 ▲메르세데스 ▲폭스바겐 등의 순으로 탑재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자동차그룹의 경우 전기 승용차인 아이오닉5와 EV6 반등과 포드의 F-150 라이트닝이 북미에서 견조한 판매량을 이어갔다. 이와 함께, 유럽에서의 폭스바겐 ID.4, ID.7 판매량 호조가 SK온의 배터리 사용량 증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사용량은 주로 ▲테슬라 ▲쉐보레 ▲기아 ▲폭스바겐 등의 순으로 탑재된 것으로 나타났다. 테슬라의 경우,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를 탑재한 트림의 판매량 부진으로 테슬라의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사용량이 23.2% 감소했다. 특히 유럽 시장에서 중국 OEM 중심으로 전기차 판매가 확대된 반면, 테슬라 수요가 줄어든 점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한편, 폭스바겐의 ID시리즈, 기아의 EV3 판매 호조와 얼티엄 플랫폼을 적용한 쉐보레 이쿼녹스, 블레이저, 실버라도EV의 북미 판매가 확대됨에 따라 총 사용량은 12.8% 증가했다.

BYD 140% 성장… 파나소닉, 북미 집중 전략 통할까?
주로 테슬라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파나소닉(Panasonic)은 올해 배터리 사용량 11.7GWh를 기록하며 6위에 머물렀다. 파나소닉은 최근 미국의 강화된 중국산 배터리 및 원자재 관세 정책에 대응하기 위해 공급망 재편을 추진하고 있으며, 북미 지역 내 현지 생산 비중을 높이기 위한 전략을 전개하고 있다.
특히, 파나소닉은 미국의 대중국 관세 강화에 대응해 현지 생산 확대와 소재 공급망 다변화 전략을 추진 중이다. 이러한 노력은 향후 북미 지역에서의 배터리 사용량 회복과 안정성 강화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시장에서 CATL은 전년 동기 대비 36.7%(50.4GWh) 성장하며 1위 자리를 유지했다. 중국 현지 OEM뿐만 아니라 글로벌 주요 OEM들 다수가 CATL의 배터리를 채택하고 있다.
BYD는 중국 외 시장에서도 142.9%(12.3GWh) 성장률을 기록하며 5위를 기록했다. 배터리와 함께 전기차(BEV+PHEV)도 자체 생산하는 BYD는 뛰어난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전기차를 시장에 선보이며 큰 인기를 얻고 있다. BYD는 해외 시장에서의 점유율 확대를 위해 현지 생산 및 공급망 확충에 나서고 있으며, 특히 한국과 유럽 시장 진출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외 글로벌 시장에서는 시장별 온도차가 뚜렷하게 나타난다고 언급한 SNE리서치 관계자는 “유럽은 CO2 규제 강화에 힘입어 회복세가 뚜렷한 반면, 미국은 세액공제 축소와 정책 불확실성으로 선제적 구매 수요가 미미하다”며, “미국 시장에서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IRA 세액공제의 조기 종료, 전기차(EV) 의무화 행정명령 철회 등 친환경차에 불리한 정책 전환이 가시화되고 있다. 특히 ‘One Big Beautiful Bill Act’로 불리는 세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EV 세액공제가 2026년부터 사라질 가능성이 높아 북미 전기차 수요는 중장기적으로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어 “이에 따라 국내 배터리 기업들의 실적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예상된다”며, “반면, CATL과 BYD를 비롯한 중국 배터리 및 완성차 업체들은 신흥국 진출, 유럽 OEM과의 협력 등 해외 시장 확대를 가속화하고 있어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시장에서는 한국 업체들이 정책 리스크와 중국계 공급 확대에 동시에 대응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