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배터리 시장,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주목해야
  • 정한교 기자
  • 승인 2019.10.04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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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무역협회 “2025년 2,500억유로 규모로 성장할 것… 안정적인 원재료 확보 필요”

[인더스트리뉴스 정한교 기자] 1873년, 세계 역사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전기차는 비싼 가격과 무거운 배터리, 긴 충전시간 등 무수한 약점으로 인해 시장에서 외면 받아왔다. 이후 1885년 휘발유 자동차가 출시되며 내연기관을 동력원으로 인한 자동차가 세계 시장을 이끌어왔다. 전기차가 다시 주목받기 시작한 건 파리기후변화협약 이후 내연기관 자동차의 환경오염을 막을 대체재로 부상하면서부터다.

에너지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는 지난 5월 ‘글로벌 전기차 시장 및 배터리 수급 전망(2019~2030)’을 발표, 전 세계 전기 자동차 시장 규모를 2019년 610만대에서 2020년에는 850만대까지 성장할 것으로 분석했다.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은 2018년 대비 434% 증가해 2025년 1,19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dreamstime]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은 2018년 대비 434% 증가해 2025년 1,19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dreamstime]

자동차 시장, 완성차 업체에서 배터리 업체로 무게중심 이동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시장이 성장하면서 이에 따른 배터리 산업, 소재 산업 및 부품 등 전기자동차 관련 다양한 산업군에서도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SNE리서치는 ‘전기차 및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 전망’에서 전 세계 전기자동차 판매량이 2018년 대비 390% 증가해 2025년 2,213만대,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은 2018년 대비 434% 증가해 2025년 1,19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처럼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전기차 시장에서 세계 각국 및 기업들은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더욱이 2021년부터 유럽연합(EU)이 한층 엄격한 자동차 배기가스 규제를 시행하면서 전기차 시장은 한층 더 불붙을 전망이다. EU는 2021년, 2025년, 2030년에 자동차 배기가스 기준을 상향할 예정인데, 현재 완성차 업체의 대부분 차량이 EU의 2021년 기준을 크게 초과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이주완 연구위원은 “전기차의 등장은 단순히 연료와 동력이 화석연료에서 전기로 전환되는 것뿐만 아니라 기존 완성차 업체들의 경쟁력 원천이었던 엔진룸이 사라짐을 의미한다”며, “더 이상 기존의 내연기관 자동차 메이커들이 자동차 시장의 기술 우위를 차지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2018년 전기자동차 시장 1, 2위는 미국 테슬라와 중국 BYD가 차지했는데, 이들은 처음부터 전기차와 배터리만을 생산하던 배터리 전문기업”이라며, “배터리 업체가 전기차를 생산하는 사례는 점차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배터리를 직접 생산하려는 완성차 업체들과 전기차를 직접 제조하려는 배터리업체들은 밀월 관계에서 동상이몽을 꿈꾸며 치열한 수 싸움을 전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기차 배터리, 신성장 산업으로 주목

스마트폰과 메모리반도체는 오랜 시간 한국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자처했다. 최고의 기술력으로 세계 최고 제품을 생산해오던 우리나라 기업들은 전 세계적으로 기업 가치를 인정받으며 스마트폰과 메모리반도체 시장을 이끌어왔다. 하지만 기술발전으로 인해 스마트폰 교체 주기가 늦어지는 등 관련 시장이 정체된 모습을 보이면서 국내 기업들이 ‘전기차 배터리’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지난 6월 26일 제주테크노파크 디지털융합센터에서 진행된 ‘국내 제1호 전기차배터리 산업화 센터 개소식’엔 박천규 환경부 차관,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 전우헌 경북 경제부지사, 설원희 현대 부사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사진=산업통상자원부]
지난 6월 26일 제주테크노파크 디지털융합센터에서 진행된 ‘국내 제1호 전기차배터리 산업화 센터 개소식’엔 환경부 박천규 차관, 제주특별자치도 원희룡 도지사, 경상북도 전우헌 경제부지사, 현대 설원희 부사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사진=산업통상자원부]

올해 국내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전기차 배터리 기술 유출과 특허 침해를 둘러싼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소송전은 배터리 기술과 글로벌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기업간 다툼으로,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 대해 기업들이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음을 잘 대변해준다.

우리 정부 역시 미래차 강국 도약을 위한 범정부 전략 마련을 통해 전기차 배터리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전기차 폐배터리 재활용, 전기차 저장에너지를 전력망에 연결하는 사업(V2G, Vehicle to Gird) 등 전기차 기반 서비스 실증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지난 6월에는 제주테크노파크에 ‘국내 제1호 전기차 배터리 산업화 센터’를 열고, 전기차 사용 후 배터리의 효율적 활용을 위해 중앙부처, 지자체, 자동차 업계가 협력해 관련 산업을 육성하고 유가금속을 회수하는 등 순환경제모델 구축에 나섰다.

경쟁력 위해 원재료 확보해야

현재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중국,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이 주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유럽산 배터리는 약 4% 규모에 불과하다. 유럽 자동차 업계는 이러한 상황을 탈피하고자 최근 전기차 배터리 생산에 10년간 1,450억유로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도 전기차 배터리 원재료 확보에서 핵심소재 연구·개발(R&D), 제조와 사용 및 재활용까지 자급 생태계 구축을 위해 2017년 유럽배터리연합을 출범시키며 구체적 실행계획과 함께 이행점검에 나섰다.

지난 8월 14일 한국무역협회(회장 김영주) 브뤼셀지부가 발표한 ‘유럽의 전기자동차 배터리 육성정책 주요내용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유럽에서 판매된 전기차는 40만8,000대로 전년대비 33% 증가하는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또한, 2025년에는 400만대 이상의 전기차가 판매,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2,500억유로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보고서는 “우리 기업들은 현지 투자로 유럽 전기차 배터리 공급사슬에서 중요한 위치를 선점하고 있지만 유럽 완성차 업계의 투자가 완료되고, 자체 배터리가 본격 생산될 2025년경부터는 본격적인 경쟁이 불가피하다”며, “우리나라는 배터리 및 소재 분야에서 기술 강국이지만 배터리 원가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원료의 자체 수급이 취약하다”면서 “안정적인 원재료 확보 방안은 물론 차세대 배터리 개발, 안정적인 공급처 확보, 인재 양성, 관련 규제 개선 및 인프라 구축에 힘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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