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 VS LG화학, "자동차 배터리 전쟁 시작됐다"
  • 김관모 기자
  • 승인 2019.12.02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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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점시기에 들어선 배터리 시장"... 치킨게임 가속화될 듯

[인더스트리뉴스 김관모 기자] 전기자동차 산업이 점차 성장기에 돌입하면서 주요 부품인 배터리 시장 역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배터리 사업권을 두고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본격적인 전쟁에 들어섰다는 분석이 나왔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이주완 연구위원은 12월 2일 '배터리 전쟁의 서막, LG화학-SK이노베이션'이라는 제목의 연구보고서를 통해서, "국내 자동차용 배터리시장의 치킨게임이 본격화되면서 점유율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고 경쟁사간 분쟁도 격화될 전망"이라면서 "LG-SK 배터리 전쟁은 서막에 불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동차용 배터리 시장을 두고 경쟁전이 점차 치열해지고 있다.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 간의 분쟁은 그 서막이라는 것이 전문가의 분석이다. [사진=dreamstime]
자동차용 배터리 시장을 두고 경쟁전이 점차 치열해지고 있다.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 간의 분쟁은 그 서막이라는 것이 전문가의 분석이다. [사진=dreamstime]

이 연구위원에 따르면 두 기업간의 싸움은 2011년 LG화학이 이차전지 분리막 특허를 출원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했는데, 2014년 사실상 소송에서 패소했다. 당시 두 회사는 특허와 관련해 국내외 소송을 10년간 금지하기로 서로 합의하면서, 잠시 휴전 상태에 들어갔다.

하지만 2017년 인재전쟁이 시작되면서 두 회사간의 싸움은 다시 시작됐다. 당시 LG화학의 배터리 인력 76명이 SK이노베이션으로 대규모 이직했는데, 이를 LG화학이 문제삼은 것. LG화학은 중요 인재들이 이직하는 과정에서 중요 영업비밀이 함께 유출됐다면서 2019년 한국과 미국에서 SK이노베이션을 제소했다. 이에 지난 9월 서울지방경찰청이 SK이노베이션을 압수수색했으며, 미국 ITC(국제무역위원회)도 10월 조사에 들어간 상태다.

이 연구위원은 두 회사 간의 이런 분쟁은 이미 예견된 상태였다고 밝혔다. 전기차 시장이 개막하면서 LG화학이 선두를 치고 나섰고, 후발주자였던 SK이노베이션이 베터리 셀 제조에 참여하면서 LG화학과 고객 유치 경쟁을 벌이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지난 2018년에는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의 주요 배터리 고객 중 하나인 폭스바겐의 북미 지역 배터리 공급권을 따내면서 사실상 분쟁은 시간문제였다. 이 연구위원은 "SK만이 아니라 삼성SDI 역시 폭스바겐이나 재규어, 아우디 등 LG화학과 중복되는 고객이 늘고 있어서 언제든지 법적 분쟁 가능성이 잠재돼있다"며 "이제 배터리 시장은 LG화학 독점에서 과점의 시기로 넘어섰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도 "LG화학의 이차전지는 전사 매출의 30%에 달하는 주력 사업이기 때문에 LG는 기업의 생존을 위해 배터리 사업에 전력 투구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 "일본과 중국 일부 업체를 제외하고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선두주자였던만큼 보유하고 있는 IP를 활용해 한국은 물론 중국 경쟁자들을 견제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다. 2019년 LG화학의 전기차 배터리 시장점유율은 12.8%로 2013년 32.6%에 비해 상당히 낮아진 상태다. 한편, 삼성SDI는 4.4%, SK이노베이션은 2.4% 순이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점유율 [자료=하나금융경영연구소]
전기차 배터리 시장점유율 [자료=하나금융경영연구소]

이 연구위원은 "앞으로 이차전지산업은 광산과 소재, 배터리(셀), 전기차 간의 경계가 사라지고 복수의 비지니스를 영위하는 기업이 다수 등장하면서 경쟁구도의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며 "현재의 공급망(Supply Chain) 구조는 더이상 유효하지 않으며 협력업체나 고객이었던 업체가 경쟁자가 되는 등 무한경쟁 시대가 도래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등 IT산업의 역사를 살펴보면 원천기술을 보유한 기업의 독점시기를 지나서 수많은 기업이 난립하는 시기를 거쳐 3~4개 기업이 과점하는 체계가 형성됐는데 자동차 배터리도 이런 과정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며 "과점 시기에 진입하는 초기에 치킨게임이 본격화될 것이다. SK와 LG의 전쟁은 서막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한편, 이 연구원은 2020년 중국 전기차 보조금 폐지가 한국 업체들에게 양날의 검과 같은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점도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중국의 보조금이 폐지되면 한국기업들도 공정한 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기 때문에 중국시장에 진입할 수 있지만, 중국 전기차 시장 자체가 위축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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