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충전기, 최저가입찰에 품질저하 ‘논란’
  • 박관희 기자
  • 승인 2017.12.21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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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저명한 경제학자가 2030년이 되면 지금의 자동차 산업이 몰락할 것이라고 예견했다. 전기차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명제가 됐다는 인식에 기초한 발언이다. 내연기관 자동차를 대체하는 전기자동차는 4차 산업혁명의 대표적 산업으로 빠르게 시장을 잠식해나가고 있다.

충전기 가격 절반이하로 떨어져, 환경부는 규모의 경제 타령

[Industry News 박관희 기자] 지난 19일 수도권 공공기관이 전기차 등 저공해차량의 의무구매 비율을 달성하지 못할 경우 3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수도권 대기환경 개선에 관한 특별법’이 공포됐다.

전기차 충전기 업계가 최저가 입찰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주무부서에서는 규모의 경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취재 논란이 예상된다.[사진=pixabay]
전기차 충전기 업계가 최저가 입찰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주무부서에서는 규모의 경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취재 논란이 예상된다.[사진=pixabay]

시행을 앞두고 있긴 하지만 앞으로 공공기관은 신규로 구매하는 차량의 50%는 의무적으로 전기차나 수소차 등 저공해차량으로 구입해야 한다. 단편적으로 보면 정부 정책이 이렇게 특정산업 육성을 위해 강력하게 추진됐던 적이 없다.

때문에 전기차 산업이 탄탄대로를 걷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완성차가 아닌 충전기, 유지관리 등 업체는 저가 입찰로 가격경쟁에 내몰리고 있고, 제도 미비 등으로 기술력을 보호받지 못한 채 시장에서 사라지고 있다.

지난해에 비해 전기자동차 충전기 가격은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조달(나라장터) 기준 지난해 평균 대당 2,000만원대에 결정되던 충전기 입찰 가격은 올해 1,000만원대로 떨어졌다. 최저가 입찰의 폐해다. 기술은 있지만 입찰을 포기하는 업체도 속출하고 있다. 수익은 커녕 원가도 보장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단가를 맞추려 주요 부품을 저품질 수입산을 활용하는 업체도 생겨 품질 저하도 심각하다. 시장에 제대로 진입조차 못하고 사업을 포기하는 사례도 목격되기 시작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의 입찰과 제도가 계속된다면 산업의 붕괴를 염려해야 할 지도 모를 일이다”고 밝혔다. 관계자는 “품질 저하를 유발하는 최저가 입찰도 문제지만, 입찰마다 검증되지 않은 스펙을 요구하고, 인증을 위해 2~3개월 소비하다보면 입찰완료 후 설치가 시작되는 상황이 발생하곤 한다”고 밝혔다.

또 “엔지니어 입장에서 보면 새로운 기술이나 효율을 높이는 기준이 제시되길 바란다. 현재 입찰과정에서 변칙적으로 제시되는 기준들은 안전도, 기술의 발전도, 산업발전에도 하등 도움 될 부분이 없다”고 밝혔다.

일례로 환경부의 가이드라인을 따라 설치되고 있는 고객확인용 LCD 모니터의 경우 대부분의 휴대기기가 채용하고 있는 정전식 방식이 아니라 압전식이 통용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가격이 저렴하다는 점 외에 압전식이 정전식에 비해 좋은 점은 없고, 가해지는 힘이 높아 고장 빈도가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

또 다른 충전기 업체 관계자는 “모니터의 경우 업계에서 정전식으로의 개선의 목소리가 높지만 환경부는 LCD 크기 기준에만 집착하는 등 복지부동이다”고 성토했다.

보급률에 급급한 나머지 무차별적인 충전시설 설치로 에너지 소비 문제도 지적되고 있다. 지난 달 개최된 관련 세미나에서 한 토론자는 “50kW 급속 충전기 20대가 설치되면 1000kW의 수전용량이 필요한데, 1000kW의 시설에는 관리자가 상시 대기해야 해 유지관리 비용이 상승하고, 보급률이 저조한 전기차 충전시설로 발생되는 대부분의 에너지는 결국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고 비판했다.

주무부서인 환경부 청정대기기획과 최호순 주무관은 본지와의 유선통화에서 “관련 업무는 환경부가 위탁해 공단에서 시행하고 있다”고 전제하며 “현재 입찰제도는 적정평가 이후 최저가입찰 등 2단계로 진행되고 있다”면서 “수입산 제품으로 품질저하가 논란이 되고 있는 업계 현실을 인지하고 있고, 내년에는 적정평가를 강화하는 등 입찰 제도를 개선할 것이다”고 밝혔다.

또 최 주무관은 “다만 2020년까지 35만대 전기차 보급을 위해서는 충전기의 보급이 중요하고, 규모의 경제가 필요한 측면이 있다”고 말해 (급속)충전기 가격하락 정책이 지속될 것임을 시사했다. 이어 “충전소의 규모는 에너지 효율적인 부분을 고려해 최대 5기로 생각하고 있다”고 소개하며 “환경부에서는 내년 서울, 제주, 세종시 등에 에너지 자립 충전소를 목표로 태양광 연계 ESS가 적용된 전기차 충전소 사업을 전개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한편, 최 주무관은 입찰제도, 충전소 LCD 모니터를 비롯한 업계의 전반적인 애로사항에 대해 내년 사업계획이 세워지는 2~3월경 정책 반영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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