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재생에너지 3020 목표 달성에 필요한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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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1.03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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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20일, 13쪽 남짓 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이 공개됐다.
이소영 법률사무소 엘프스(ELPS) 변호사
이소영 법률사무소 엘프스(ELPS) 변호사

[Industry News] 일찍이 9월 말부터 마무리 단계라고 했던 것인데, 수개월이나 늦어지며 대체 어떤 내용이 담기는 것인지 기대가 집중된 바 있다. 기대가 컸던 것일까. 공개된 이행계획에 실망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아 보인다. 새롭고 진취적인 내용들도 담겨 있지만, 이번 계획의 아쉬운 점 몇 가지를 짚어 보려 한다.

먼저 눈에 띄는 점은, 설비확충 계획이 2023년 이후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번 3020 계획안에는 2018년부터 2030년까지 13년 동안 재생에너지 신규 설비를 총 48.7GW 늘리겠다는 목표가 담겨 있다. 그런데, 시기별로 따져 보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간 12.4GW(연 2.5GW), 그 이후부터 2030년까지 8년간 36.3GW(연 4.5GW)를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즉, 현 정부 임기 내인 처음 5년 동안은 목표의 25%만을 채우고 그 이후의 정부에서 8년 동안 75%를 채워야 한다는 것이다. 기존 RPS 의무비율도 2023년 이후부터 단계적으로 상향시킨다고 명시돼 있다. 에너지전환을 선언한 현 정부가 정작 그 임기 내에 의미 있는 진전을 이루지 않고 다음 정부로 숙제를 미루려 하는 게 아닌지 우려되는 대목이다.

계통 인프라 확충 등 계통연계 해법이 포함됐어야
다음으로, 지금까지 재생에너지 확대의 물리적 난관이었던 계통연계 문제가 거의 언급되지 않은 점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이번 3020 계획안에 따르면 당장 2018년부터 연평균 2.5GW 규모씩 재생에너지 설비를 늘려가야 하는데, 최근까지도 상당한 물량이 계통접속 지연으로 인해 접속대기 상태로 묶여 있는 실정이다.

보조금 제도가 개선되고 입지규제가 해소되더라도 설비를 연결할 수 있는 계통망이 빠른 속도로 확충되지 않으면 재생에너지 확대에는 병목현상이 생길 수밖에 없다. 또한, 분산전원 확대에 따른 배전선로 투자계획도 마땅히 이번 이행계획에 포함됐어야 하는 내용이다.

그런데 공개된 계획안을 보면, 당장 5년 내에 진행할 5GW 상당의 대규모 프로젝트에 대해 ‘선제적 계통연계’를 검토하겠다고 한 부분을 제외하고는 계통확충이나 계통운영방식 개선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

지난 29일 확정된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큰 틀의 계통 인프라 확충계획과 재생에너지 관제시스템을 언급하고 있지만, 재생에너지 확대에 요구되는 계통 인프라와 그에 대한 투자·제도개선 계획들이 재생에너지 이행계획에 종합적으로 담겼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든다.

재생에너지 수익성 유지가 중요
마지막으로, 이번 3020 이행계획은 2023년 이후부터 RPS 의무비율을 단계적으로 상향하겠다고 밝히고 있어, 2022년까지는 전 정부에서 만들어진 RPS 의무비율을 그대로 유지하려는 것으로 이해된다. 그런데, 현행법에 따라 RPS 의무비율을 연 1%씩 제한적으로 높여가는 상황에서 당장 재생에너지 설비가 연평균 2.5GW씩 늘어나면 REC 가격은 하락할 수밖에 없다. 또한, 당분간 원전·석탄과 같은 기저발전원이 대거 추가되면서 전기 도매가격(SMP)도 하락이 예견되는 상황이다.

REC 가격과 SMP의 하락으로 재생에너지의 수익성이 악화되면, 재생에너지 외 다양한 전원을 보유한 한전 자회사는 살아남겠지만 재생에너지만을 가진 민간 사업자들은 사업 참여가 어려워져 재생에너지 확대 동력이 주춤해질 수 있다. 이에 대한 고민이 보이지 않는 점도 아쉬운 부분이다.

현 단계에 맞는 정책과 현장의 문제 해결할 방안 필요
우리가 현재 서 있는 지점은 어디인가? 많은 선진국들이 20~30%에 육박하는 재생에너지 비중을 확보해 나가고 있지만, 우리는 아직도 국제기준의 재생에너지 비중이 2% 남짓에 불과하다. 이제 막 재생에너지 도입을 시작하는 ‘초급’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수준에서 재생에너지를 일정 수준 이상으로 확실하게 늘려 나가기 위해서는 입지규제나 계통연계와 같은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고, 안정적인 보조금 제도를 통해 충분한 사업유인과 투자신호를 제공해야 한다.

이번 3020 이행계획은 IoE, 스마트시티, AI 를 포함한 ‘4차 산업혁명’ 등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그 중에는 당장 ‘초급’ 딱지를 떼는 데에 도움이 안 되는 것들도 포함되어 있다. 이번 이행계획안을 기초로 수립될 제4차 신재생에너지 기본계획 수정안과 향후 정책에서는 ‘현장의 문제’를 해결할 방안과 고민이 더 구체적으로 담긴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을 볼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