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미세먼지, 숨막힌다…상위 100대 도시 중 ‘한국 44곳’
  • 김태환 기자
  • 승인 2019.03.19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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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제주도에 사상 처음으로 고농도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됐다. 회색빛 먼지 층은 청정 제주도에도 침입해 섬 중심에 우뚝 솟아 있는 한라산 형체마저 집어삼켰다. 이날 오전 11시 기준 제주시 이도동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매우나쁨 수준인 105㎍/㎥에 달했다.

대기오염 조사기관 에어비주얼, ‘2018 세계 대기질 보고서’ 발표

[인더스트리뉴스 김태환 기자] 지난 5일 제주도에 사상 처음으로 고농도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된 사실은 제주도라 특별했을 뿐 국내에서 미세먼지가 ‘나쁨’ 수준 이상을 보이는 날은 이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글로벌 대기오염 조사기관인 에어비주얼(AirVisual)이 ‘2018 세계 대기질 보고서’를 분석해 발표했다. 그 결과 국내 초미세먼지의 심각성이 더욱 드러났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미세먼지를 1등급 발암물질로 규정하고 있다. 일반적인 먼지는 코로 들어오면 코털과 기관지 섬모에 의해 단계적으로 걸러진다. 하지만 입자 크기가 작은 미세먼지는 몸 속 깊숙이 침투하기 때문에 건강에 해롭다. 초미세먼지의 경우 폐에서도 걸러지지 않고 호흡기 내부로 유입돼 호흡기, 심혈관 질환 및 다양한 질병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때문에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81~150㎍/㎥)’ 단계 이상이라면 실외활동을 피하고 외출을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국내에서 미세먼지가 ‘나쁨’ 수준 이상을 보이는 날은 이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사진=인더스트리뉴스]
국내에서 미세먼지가 ‘나쁨’ 수준 이상을 보이는 날은 이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사진=인더스트리뉴스]

에어비주얼이 이번에 발표한 해당 보고서는 2018년 전 세계 초미세먼지 오염도를 국가 및 도시 단위로 측정, 순위를 매긴 최초 자료로 73개국 3000여 개 도시를 대상으로 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2018년 초미세먼지(PM2.5) 평균농도가 24.0㎍/㎥로, 전체 73개 조사 대상국가 가운데 27위를 차지했다. 이 가운데 1위 방글라데시(97.1㎍/㎥), 2위 파키스탄(74.3㎍/㎥), 3위 인도(72.5㎍/㎥)를 비롯해 25위 이란(25.0㎍/㎥)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국가가 아닌 나라를 제외하면, 한국은 26위 칠레(24.9㎍/㎥)에 이어 가입국 가운데 2위로 나타났다. 이외에도 몽골(58.5㎍/㎥) 6위, 중국(41.2㎍/㎥) 12위에 오르는 등 아시아 국가들의 오염도가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OECD 가입 국가 중 최악은 면했으나 개별 도시 단위를 살펴봤을 때 초미세먼지의 심각성은 더욱 두드러졌다. OECD 도시 중 초미세먼지 오염도가 가장 높은 100개 도시에 국내 도시 44개가 이름을 올렸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지역으로는 경기도 안성과 강원도 원주, 전라북도 전주, 경기도 평택, 이천, 충청북도 청주, 경기도 시흥, 양주 등이 포함됐다.

연평균 초미세먼지 농도는 점차 개선되고 있지만 대기정체 등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고농도 미세먼지 일수가 증가한 것이 높은 순위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그린피스는 “한국은 전국 대기질 모니터링을 시작한 2015년 대비 2018년 연평균 초미세먼지 농도가 26㎍/m³에서 23㎍/m³으로 감소했다. 그러나 초미세먼지 ‘나쁨’과 ‘매우 나쁨’ 일수 또한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보고서 내용을 보면 2015년 수도권의 ‘매우 나쁨’ 일수는 하루도 없었지만, 2018년에는 5일로 늘어났다. ‘나쁨’ 일수 역시 62일에서 72일로 대폭 증가했다. 평균적인 초미세먼지 농도는 감소했지만, 수도권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내려질 정도의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 일수는 도리어 증가한 것이다.

아시아 지역, 석탄발전과 석유 사용이 문제

그린피스는 아시아 지역 내 초미세먼지 발생의 주요 원인으로 석탄 발전과 수송 부문의 화석연료(석유) 사용을 지적했다. 2018년 에너지통계연보에 따르면 한국의 수송 분야 석유 사용량은 꾸준히 증가했다. 석탄 소비 역시 증가세를 보였다.

국가별 초미세먼지 평균농도 [사진=그린피스]
국가별 초미세먼지 평균농도 [사진=그린피스]

그린피스 글로벌 대기오염 부서 손민우 캠페이너는 “대기오염은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현상으로 사람들의 안전과 보건문제로 직결돼있다”며 “한국이 세계보건기구 권고 기준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증가하는 화석연료의 사용을 절대적으로 줄여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수송 부문에서의 화석연료 사용은 2015년 대비 7% 이상이 증가했고, 석유 에너지 소비량 중 절반 이상인 58%가 도로 운송”이라며 “고농도 초미세먼지 현상이 서울과 수도권에 쏠린다는 점을 고려할 때 시민의 호흡권에 가까운 도로교통 오염원을 줄이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대기환경 전문가인 우정헌 건국대학교 공과대학 기술융합공학과 교수는 “최근 증가하는 고농도 미세먼지 현상은 기후변화와도 관련이 높다”며 “고농도 현상은 기후변화로 인해 바람이 전반적으로 정체되는 현상이 발생할 때, 국외 유입과 국내 배출원이 만나 발생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 교수는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원인은 주로 화석연료 사용으로 인한 복사강제력의 변화이며, 그 영향은 매우 다양하고 크다. 이것이 온실가스 감축이 대기오염 물질 저감과 동시에 고려돼야 하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한편 자유한국당 홍철호 의원이 질병관리본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초미세먼지로 인한 국내 조기사망자 수는 1만 1924명인 것으로 확인됐다. 미세먼지로 인한 질병은 ‘심질환 및 뇌졸증’이 가장 많았고 ‘만성폐쇄성폐질환과 폐암’ 등이 그 뒤를 이었다. 보건 전문가들에 따르면 조기사망이란 미세먼지가 없었더라면 더 살 수도 있었던 사람들이 미세먼지 때문에 짧게는 몇 개월에서 길게는 몇 년 정도 일찍 죽는 것을 의미한다.

홍 의원은 “의외로 미세먼지가 우리에게 얼마나 위험한 요인인지 인식체계조차 제대로 잡혀있지 않기 때문에 정부가 미세먼지에 대한 국민들의 경각심부터 적극 제고해야한다”라며 “미세먼지는 현재 그 어느 재난보다도 심각한 현재진행형인 재난으로써 정부가 조속히 긴급회의를 소집해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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