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는 ‘기후파업’ 앓이, 우리에게 선택권은 없다
  • 정한교 기자
  • 승인 2019.12.05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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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파업’, ‘기후위기’ 2019년 올해의 단어 선정… 국민 건강 최우선 고려해야

[인더스트리뉴스 정한교 기자] 11월 28일(현지시간)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 모인 유럽의회는 본회의를 열고 전 세계를 대상으로 ‘기후, 환경 비상사태’를 선언하는 결의문을 승인했다. 이에 앞서 아르헨티나, 캐나다의 국가 차원 선언과 미국 뉴욕, 호주 시드니 등 도시 차원의 ‘기후, 환경 비상사태’ 선언은 있었지만, 대륙 차원의 기후, 환경 비상사태는 최초이다.

유럽의회 환경위원회 파스칼 캉팽 위원장은 “이번 결의안 통과는 유럽을 ‘기후, 환경 비상사태’를 선언한 첫 번째 대륙으로 만들었다”며, “정치에 관한 것이 아니다. 우리의 공동 책임 문제”라고 말했다.

유럽이 대륙 차원으론 처음으로 ‘기후, 환경 비상사태’를 선언하는 결의문을 승인했다. 파리기후변화협약 시행 1년여를 앞둔 시점에서 전 세계가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경고하고 있다. [사진=pixabay]
유럽이 대륙 차원으론 처음으로 ‘기후, 환경 비상사태’를 선언하는 결의문을 승인했다. 파리기후변화협약 시행 1년여를 앞둔 시점에서 전 세계가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경고하고 있다. [사진=pixabay]

2019 올해의 단어 ‘기후파업’, ‘기후위기’

기후변화의 심각성은 해를 거듭할수록 커지는 상황이다. 로이터, dpa 통신에 따르면, 콜린스 사전은 11월 7일(현지시간) 올해 전 세계 수많은 언어 중 가장 두드러지게 사용된 단어로 ‘기후파업’을 선정해 발표했다.

‘기후파업’은 기후변화 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대응책 마련을 촉구하는 시위를 일컫는다. 학생들은 학교 수업을 빠지고, 직장인들은 회사를 결근한다. 2015년 시작된 기후파업은 스웨덴 출신 16세 소녀 그레타 툰베리가 2018년 8월부터 학교에 가는 대신 스웨덴 의회에서 1인 시위를 벌이며 국제적인 운동으로 퍼졌다.

올해 9월에는 유엔 연차총회가 열린 뉴욕에 전 세계에서 모인 100만 인파가 군집해 기후변화를 위한 행동에 즉각 나설 것을 촉구했다. 이와 함께 영국 옥스퍼드 사전은 2019년 올해의 단어로 ‘기후비상’을 선정했다.

11월 20일(현지시간) 마켓워치 등 현지 언론은 ‘기후비상’이 지난 9월까지 사용량이 예년의 100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기후변화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하는 범위가 각국 정부, 기업 등을 넘어 전 세계 대다수가 피부로 느끼고 있음을 알려주는 결과다.

시작 전부터 삐걱거리는 ‘파리기후변화협약’

2020년 만료되는 ‘교토의정서’ 이후 새로운 기후체제를 수립하기 위해 2015년 COP 21에서 채택된 파리기후변화협약이 본격 시행 1년여를 앞두고 있다. 협약 이후 선진국뿐만 아니라 개발도상국까지 기후변화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을 약속했지만, 약 4년여가 지난 현재 상황은 그리 장밋빛은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구온난화와 이에 따른 기후위기의 주장을 사기로 규정해왔다. 이에 관한 대응이 미국 경제에 악영향을 끼친다며, 파리기후변화협약 탈퇴를 선언했다. 탈퇴 선언을 철회하지 않는다면, 2020년 11월 4일 미국은 이 협약에서 탈퇴하게 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탈퇴 선언은 전적으로 자국의 이익을 우선시한 데 있다. 이전부터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노력이 국가 경제성장에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됐다. 하지만 파리기후변화협약 당시 세계 각국이 참여를 결정한 데는 자국의 이익보단 심각한 위기상황을 맞은 지구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필수불가결한 선택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탈퇴 선언 이후, 약 1만명의 전 세계 과학자들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긴급 행동을 촉구하며 ‘기후 비상사태’를 선언한 바 있다. CNN 등 외신은 11월 5일(현지시간) 153개국 1만1,258명의 과학자들이 국제과학저널 ‘바이오사이언스’에 발표한 공동성명 성격의 논문에서 “기후위기는 인류에 막대한 고통을 가져다줄 것”이라며, “시간을 허비하기보단 즉각적인 행동에 나서야 할 때이다. 과학자 다수의 예상보다 빠르고 심각하게 진행돼 인류와 생태계의 운명을 위협하고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미세먼지에 몸살 앓는 대한민국, 선택 아닌 필수!

현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정치권에서 꾸준히 논쟁 중인 문제가 하나 있다. 바로 ‘재생에너지 3020’이다. 해마다 반복되는 미세먼지, 일본 원전사고 등 환경과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다수의 요인을 방지하고자 정부는 ‘재생에너지 3020’ 정책을 선포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17년 12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 이후 2년여 시간이 지났지만, 이는 여전히 국내의 ‘뜨거운 감자’로 남아있다.

지난 10월 열린 산업통상자원부 국정감사에서도 여야 간 의원들의 주된 공방 소재로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이 거론됐다. 가뜩이나 어려운 국내 경제 상황 속에서 무리한 ‘재생에너지 3020’ 정책이 현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는 야당 의원들의 공세가 이어졌다.

하지만 해마다 찾아오는 미세먼지로 국민 건강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경제를 담보로 이를 차순위에 놓아선 안 된다. “건강이 최고다”라는 말처럼, 경제가 아닌 건강이 최우선 순위에 놓여야 할 것이다.

콜린스 사전은 올해 전 세계 수많은 언어 중 가장 두드러지게 사용된 단어로 ‘기후파업’을 선정해 발표했다. [사진=콜린스 사전(Collins Dictionary) 홈페이지 캡처]
콜린스 사전은 올해 전 세계 수많은 언어 중 가장 두드러지게 사용된 단어로 ‘기후파업’을 선정해 발표했다. [사진=콜린스 사전(Collins Dictionary) 홈페이지 캡처]

세계 각지에선 이상기후로 인한 각종 자연재해가 발생하며, 인류 존속을 위협하고 있다. 9월 25일 모나코에서 개최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제51차 총회에선 ‘해양 및 빙권 특별보고서’를 채택했다. 특별보고서는 기후변화가 극지의 빙하, 해수면 높이, 해수 온도 등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IPCC는 지난 2013년 5차 보고서에서 2100년 해수면 높이가 약 60~98㎝ 상승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특별보고서에 따르면, 2100년 지구 평균 바닷물 높이가 2005년 이전보다 1.1m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IPCC는 “남극 빙하가 녹으면서 해수면에 미치는 영향이 예상보다 커져 해수면 상승폭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고 설명했다.

2015년 부산발전연구원은 해수면 높이 1m 상승 시 부산의 해수욕장, 주요 항만, 산업공단이 침수되고, 해수면 2m 상승 시 해운대 마린시티 일부, 센텀시티 신세계‧롯데백화점, 용호동 등 주거단지가 물에 잠긴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와 함께 IPCC는 “지구의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 기준 섭씨 1.5도 이상 오르지 않게 해야 한다”며, “2050년까지 탄소배출량 제로(0)을 달성하는 탄소중립을 이뤄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2010년 대비 45% 감축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유럽의회의 ‘기후, 환경 비상사태’ 결의문 승인 며칠 후인 12월 2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제25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5)’가 개최됐다. 12월 13일까지 개최되는 총회엔 197개 당사국이 참여해 국제탄소시장(파리협정 제6조) 운영 지침(COP24 미타결 사항)을 포함해 모든 당사국에 공통으로 적용될 파리협정 이행 보고서의 구조·양식과 국가 온실가스감축 목표 이행기간 설정 등 총 87개 의제가 논의될 예정이다.

이에 앞서 AP, AFP통신에 따르면, 총회 하루 전 유엔 안토니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자연과의 전쟁을 그만둬야 한다”며, “글로벌 기후위기에 직면한 상황이다. 환경 복원이 불가능한 지점이 더는 지평선 너머에 있지 않은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이미 기후위기에 대처할 여러 방안이 마련됐다”며, “각국 정부가 이를 제대로 뒷받침하고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우리나라 역시 여야 간 전쟁을 멈추고 환경과의 전쟁을 멈출 방안을 함께 추진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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