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 화재’ 개선되나, KIST 고효율·저방전 분리막 개발
  • 정한교 기자
  • 승인 2019.12.22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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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나듐 레독스 흐름전지’ 성능 높이는 ‘PBI’ 고분자막 초박막화 성공… 빠른 방전·용량 감소 막아

[인더스트리뉴스 정한교 기자] 국내 연구진이 화재로부터 안전한 차세대 에너지 저장장치 ‘바나듐 레독스 흐름전지’의 핵심 소재를 개발하며, ESS 화재사고의 주 원인으로 거론되는 리튬이온전지를 대체할 바나듐 레독스 흐름전지 상용화에 한 걸음 더 다가선 것으로 보인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원장 이병권)은 수소·연료전지연구단 디억 헨켄스마이어(Dirk Henkensmeier) 박사 연구팀이 기존의 상용 불소계 전해질막보다 우수한 성능의 고분자 전해질막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은 수소·연료전지연구단 디억 헨켄스마이어 박사 연구팀이 기존의 상용 불소계 전해질막보다 우수한 성능의 고분자 전해질막을 개발했다. [사진=dreamstime]
한국과학기술연구원은 수소·연료전지연구단 디억 헨켄스마이어 박사 연구팀이 기존의 상용 불소계 전해질막보다 우수한 성능의 고분자 전해질막을 개발했다. [사진=dreamstime]

현재 차세대 에너지저장장치(ESS)에 주로 사용되는 리튬이온전지는 출력 용량이 높지만 화재가 잇따르면서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지난 2017년 8월부터 최근까지 국내에서 발생한 ESS 화재 누적건수는 28회에 이르고 있다.

리튬이온전지의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는 ‘바나듐 레독스 흐름전지(Vanadium Redox Flow Batteries, VRFB)’는 V 이온이 함유된 두 가지 전해질 용액에 전기 에너지를 저장하는 가역성 연료 전지이다. 대용량화가 가능하고 배터리 수명이 평균 20년 이상으로 긴 데다 특히 화재 위험이 없어 국내와 해외 모두 관련 기술 개발과 장치 도입을 서두르고 있는 상황이다.

100 um 두께 PVDF에 스프레이 코팅된 4μm 두께 PBI 막. 양이온은 PBI를 통과하지만, 바나듐 이온은 통과하지 못한다. [사진=한국과학기술연구원]
100um 두께 PVDF에 스프레이 코팅된 4μm 두께 PBI 막. 양이온은 PBI를 통과하지만, 바나듐 이온은 통과하지 못한다. [사진=한국과학기술연구원]

방전 시 V(2+) 이온은 음극 전해액에서 V(3+)로 산화되고, VO2(+) 혹은 V(5+)는 양극 전해액에서 VO(2+) 혹은 V(4+)로 환원된다. 충전하는 동안 반대되는 반응이 발생한다. 이런 2개의 전극을 분리하고, 반응 중에 2개의 전해질 혼합을 방지하고, 2개의 전해질 사이에서 양성자 또는 황산이온의 교환에 의해 전해질의 분극화를 방지하기 위해 전극 사이에 이온 전도성 막이 사용된다.

상업용 Nafion은 화학적 분해에 대해 매우 안정적이지만 양이온 교환막이기 때문에 금속이온을 전달해 빠른 자가 방전 및 전기전환효율이 낮은 문제가 있다. 금속이온 확산의 효과는 Nafion 막의 두께를 증가시킴으로써 감소될 수 있지만, 고분자막 두께를 증가시키면 구분자막의 이온전달 저항이 증가하여 전압효율이 저하된다.

연구팀의 이전 연구에서 polybenzimidazole(meta-PBI) 고분자막을 사용하면, 이런 두께와 이온전도도 사이의 트레이드-오프 관계를 벗어날 수 있다는 놀라운 보고가 있었다. 15, 25 및 35μm 두꺼운 PBI를 사용해 얇은 고분자막으로 전압효율이 향상되고, 전기전환 효율이 일정하거나 약간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3-셀 스택 실험에서 측정한 전하 효율 및 에너지 효율(60mA/㎠ 전류 밀도를 가지고 PVDF에 지지된 4μm 두께 PBI 막을 사용한 장치와 나피온 117을 사용한 장치의 비교) [사진=한국과학기술연구원]
3-셀 스택 실험에서 측정한 전하 효율 및 에너지 효율(60mA/㎠ 전류 밀도를 가지고 PVDF에 지지된 4μm 두께 PBI 막을 사용한 장치와 나피온 117을 사용한 장치의 비교) [사진=한국과학기술연구원]

이러한 방법을 통해 매우 얇은 PBI 막을 만들 수 있어 시스템의 가격을 줄일 가능성을 보였으나, 기계적으로 안정하며 PBI 낮은 전도도를 극복할 수 있는 얇은 고분자막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한 실정이었다.

연구팀은 유효면적 저항을 줄이기 위해 다공성 담지체 위에 4μm(마이크로미터) 두께의 얇은 PBI 스프레이 코팅막을 형성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렇게 개발된 PBI 고분자막은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권용재 교수팀과 독일 항공우주센터(German Aerospace Center)를 통해 진행된 물성 평가를 통해 200회 이상의 충·방전 사이클 테스트에서 기존 불소계 상용막 보다 안정적인 성능을 나타내는 것으로 확인됐다.

PBI 막은 바나듐이 고분자막을 통해 반대편으로 넘어가는 것을 매우 효율적으로 차단하지만, 양성자 전도성은 낮다. 연구팀은 PBI의 낮은 이온 전도성을 해결하기 위해, 4μm 두께의 PBI 층을 다공성 PVDF 막에 스프레이 코팅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했다.

전도도와 면저항 측정 데이터(14μm 두께의 PBI, PVDF에 지지된 4μm 두께의 PBI, 그리고 나피온 212막의 비교) [사진=한국과학기술연구원]
전도도와 면저항 측정 데이터(14μm 두께의 PBI, PVDF에 지지된 4μm 두께의 PBI, 그리고 나피온 212막의 비교) [사진=한국과학기술연구원]

바나듐의 확산 시험에서 개발막은 Nafion 212보다 31배 더 낮은 5.8 x 10-13 m2 s-1의 투과 계수를 나타냈으며, 이는 VO2+ 이온의 낮은 투과도를 나타낸다. 14μm 두께의 PBI의 면적 비저항은 상업용 Nafion 212보다 6.6배 높았지만, 4μm 두께의 PBI 선택적 층을 가진 새로운 막은 면저항(ASR)이 1.5배 더 높았다.

실제 플로우 배터리에서 전해질 용액의 바나듐 이온은 PBI보다 Nafion의 전도성을 더 감소시키기 때문에, 실제 장치에서 두 물질 사이의 이온전달 저항 차이는 훨씬 더 낮았다. 단일 셀 테스트에서 개발막을 사용한 장치의 전류효율 및 에너지 효율은 Nafion 212보다 5 및 2% 높았고, 3셀 스택에서 200회의 충전/방전 사이클 후 개발막의 에너지 효율이 1% 높아졌다.

전압효율, 전력효율, 에너지 효율에서 Nafion 117 보다 2%, 5% 및 7% 높은 결과를 보였다. 테스트에서 개발막이 양극을 향하는가, 혹은 음극을 향하는가가 충전/방전 사이클 중의 전하 효율과 충전용량 손실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연구진은 이번 연구를 통해 PBI 층이 양극을 향할 때 전지가 잘 작동하는 이유를 발견하고 이를 입증해냈다. 자체 방전 테스트에서 Nafion을 사용한 장치는 10.7시간 후에 방전됐지만, 개발 막을 사용한 장치는 16.4시간 후에 방전됐다.

KIST 디억 헨켄스마이어 박사는 “자체 방전 테스트에서도 기존 상용 분리막이 적용된 장치가 10.7시간 후 방전된 반면 PBI막을 적용한 장치는 방전까지 16.4시간이 걸렸다”며, “국경을 맞대고 있는 유럽과 달리 국가간 전력거래가 어려운 한국이 고효율의 재생 에너지 저장 시스템을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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