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스트리뉴스 권선형 기자] 국내 연구진이 차세대 태양전지로 불리는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세계 최고 효율 경신에 성공했다.
UNIST(울산과학기술원, 총장 이용훈)는 UNIST 김진영 에너지화학공학과 교수와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김동석 책임연구원 연구팀이 스위스 로잔공대(EPFL) 연구진과 공동으로 태양광을 전기에너지로 전환하는 효율(광전효율)이 25.6%에 이르는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를 개발했다고 4월 6일 밝혔다. 이번 25.6% 광전효율은 지난 2월 한국화학연구원 화학소재연구본부 서장원 책임연구원 연구팀이 ‘네이처’에 논문을 통해 발표한 광전효율 25.2%를 뛰어넘는 세계 최고 기록이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4월 5일자에 게재됐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김동석 책임연구원은 “개발된 물질로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구조의 태양전지 셀(cell)을 설계하고 제작해 25.2%의 높은 공인 기록(미 Newport 공식인증)도 확보했다”라며, “동일한 품질의 전지를 만드는 것이 가능해 상용화에 유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포메이트 활용해 페로브스카이트 효율 10% 이상 높여
페로브스카이트는 하나의 음이온과 두 개의 양이온이 결합해 규칙적인 입체구조(결정)를 갖는 물질이다. 합성이 쉽고 저렴해 태양광 발전 원가를 낮출 수 있어 차세대 태양전지 소재로 관심을 받고 있다.
일과 중 태양이 떠 있는 위치에 따라 발전효율이 크게 달라지는 실리콘 태양전지와 달리 입사각에 민감하지 않아 설치 위치에 제약이 적은 장점을 갖고 있다. 또 기존 실리콘 등의 무기물 전자 소자와 비교해 공정 과정이 간단하고 제작비용이 저렴하다.
하지만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광전효율이 실리콘 태양전지에 미치지 못하고, 내구성도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양이온의 조합 등을 바꿔 효율과 물질의 안정성을 개선하려는 연구가 그동안 활발히 전개돼왔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페로브스카이트를 이루는 음이온 일부(용액함량 2%)를 포메이트(HCOO-)란 물질로 교체하는 방식으로 전지 효율과 내구성을 향상시켰다. UNIST 김진영 교수는 “아이오딘(I-)이나 브롬(Br-) 이온만을 음이온 자리에 쓸 수 있다는 고정관념을 깼다”라며, “포메이트의 크기가 기존 음이온과 비슷하다는 데서 이번 연구를 착안했다”고 설명했다.
포메이트는 페로브스카이트 소재 내부의 규칙적인 입체구조가 단단히 성장하는 것을 돕는다. 포메이트가 금속 양이온과 상호작용해 결합력을 강화하기 때문이다. 입체구조가 규칙적으로 잘 자란 소재(결정성이 우수한 소재)를 쓰면 전지 효율이 높다. 실제로 이번 연구에서는 포메이트를 첨가하지 않은 페로브스카이트 전지 대비 효율이 10% 이상 향상된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유사할로겐 음이온 물질’(Pseudo-halide Anion)인 포메이트(HCOO-)를 페로브스카이트 구조에 넣어 상호작용하는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페로브스카이트 광활성층의 전기적·화학적 성질을 획기적으로 향상하는데 성공했다.
포메이트는 이전에 연구되지 않았던 물질이라 기초적인 영역에서부터 분석했다. 먼저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이용해 페로브스카이트 구조 내 이 물질의 호환성을 예측하는 과정을 거쳤다. 그 후 포메이트 물질이 페로브스카이트 구조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밝혀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연구 결과, 포메이트는 광활성층인 페로브스카이트 박막이 전하의 수명을 기존에 비해 50% 가까이 증가시켜 많은 전하를 전기에너지로 바뀔 수 있게 했다. 태양광 자극을 받은 페로브스카이트 물질은 전자(음전하 입자)와 정공(양전하 입자)을 내는데 이 둘은 이른 시간에 재결합해(recombination) 사라지는 특성이 있다. 포메이트는 이를 막는 역할을 한다. 또 페로브스카이트 박막의 입자 크기를 키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수직성장을 가능하게 만들어 결정성을 향상시켰다.
작동 안정성, 450시간 동안 초기 효율의 80% 이상 유지
연구팀은 페로브스카이트 박막에서 포메이트 물질이 기존 할로겐 물질(이이오딘, 브롬)들과 비교해 어떤 면에서 뛰어난 특성이 있는지도 분석했다. 포메이트는 할로겐 음이온으로 사용되고 있던 Br-, I-, Cl-와 BF- 보다 음이온 공석(원자가 있어야 할 자리가 비어 있는 것)에 대한 결합에너지가 높아 광활성층 내 결함을 빠르게 막아준다는 사실을 분자동역학적 시뮬레이션(Molecular dynamic simulation)을 통해 확인했다. 빈자리를 빠르게 메워 결함을 제거하는 셈이다. 결함 자리에서 태양광 생성 전하 입자가 소멸하기 때문에 결함이 적을수록 효율이 높다. 또 최상 품질의 페로브스카이트 박막 결정을 얻기 위해 사용되는 물질의 농도뿐만 아니라 실험실 내의 온도와 습도까지 세세하게 제어했다.
개발된 광활성층을 이용한 태양전지의 구조는 메조스코픽 구조를 사용했다. 이 구조는 평면구조와 비교해 전지의 안정성이 뛰어나고 페로브스카이트의 히스테리시스(Hysteresis) 특징을 효율적으로 억제할 수 있어 널리 사용된다. 이 전지의 전력변환효율은 현재 논문 출간된 효율 중 최고 효율인 25.6%를 기록했다. 미국의 공인인증기관인 Newport에서도 25.21±0.8%의 전력 변환 효율을 인증 받았다.
기록적인 전력변환효율은 페로브스카이트 광활성층의 뛰어난 전기적·광학적 특성 때문이다. 특히, 개방전압 손실의 경우 Shockley-Queisser가 제시한 한계치의 96%의 값을 기록했고, 이는 유사할로겐화물이 페로브스카이트 박막내의 비방사재결합(non-radiative recombination, 생성된 전자와 정공이 재결합하면서 사라질 때 열에너지를 방출하는 것)을 효과적으로 줄여줘 가능했다.
박막봉지(encapsulation) 과정 없이 20%이하의 습도에서 섭씨 60℃로 열을 가할 때 1,000 시간 동안의 안정성도 확보했다. 특히,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상용화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되는 작동 안정성 부분에서도 450시간 동안 초기 효율의 80% 이상을 유지했다.
연구팀은 “이 물질은 특히 벌크(bulk) 구조의 형성에 도움을 줘 페로브스카이트 발광 다이오드, 디텍터(센서), 열전소자 연구에도 활용되고 있다”며, “유연한 필름을 코팅할 때 사용하는 용액공정으로 제작하면 구부러지고 휘어지는 웨어러블 기기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논문의 제1저자인 정재기 UNIST 박사(現 로잔공대)는 “포메이트가 페로브스카이트 결정 내 음이온 자리에서 주위 원소들과 상호작용 할 수 있다는 것을 세계 최초로 밝혀냈다는 점에서 학문적 의미도 크다”며 “이번 연구로 페로브스카이트 물질 연구의 방향성을 새롭게 제시했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