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화기 맞은 해상풍력에 ‘전용설치선’ 시장도 들썩
  • 최정훈 기자
  • 승인 2021.09.06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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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더스트리뉴스 최정훈 기자] 조만간 짧은 시간 내 주력 고부가가치 선박으로 자리매김 할 해상풍력터빈 설치선(WTIV, Wind Turbine Installation Vessel) 시장 선점에 한국과 중국의 신경전이 관측되고 있다. 

에너지 전환 분위기가 전세계 각국으로 번지면서 신재생에너지의 한 축인 해상풍력 시장도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클락슨(Clarkson Research)에 따르면 2020년 18개 해상풍력 발전단지 건설에 510억 달러 규모의 투자자금이 모여들어, 석유가스(410억 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까지는 영국, 독일, 덴마크, 벨기에 등 유럽 해역을 위시로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점차 주 무대는 아시아로 옮겨질 것으로 점쳐진다. 세계에너지보고서(World Energy Report)에 따르면, 2030년까지 아시아 해상풍력 발전기 설치량은 126GW으로 현재 유럽 국가들이 계획하고 있는 78GW보다 큰 규모로 추산된다. 보고서는 2050년경에는 아시아가 613GW, 유럽이 215GW로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전세계적으로 해상풍력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면서 터빈설치선 WTIV의 몸값도 불어날 전망이다. [사진=utoimage]

이에 해상풍력 터빈을 설치할 요체인 WTIV의 몸값도 덩달아 오를 전망이다. 해상풍력 프로젝트는 정보수집, 사전환경성 조사, 풍황자료 수집, 터빈 제조, 운송 및 설치, 전력송전 연계 등의 작업이 진행된다. 최근 프로젝트 발주사나 선주는 WTIV가 위치추적 및 말뚝박기 등 프로젝트 공정상 부수적으로 생겨나는 작업도 도맡을 수 있는 스펙을 요구하고 있다. 해상풍력 프로젝트가 점점 더 외해로 발을 넓히는데다, 하루가 다루게 터빈선두 업체들이 14,15MW급 대형 터빈을 선보이고 있어, 터빈과 구조물을 선적할 수 있는 갑판 면적, 정격하중의 크레인 성능에 관심이 모이는 것이다.

현존 WTIV는 이 같은 요구를 충족시키기 버겁다고 평가되고 있다. 클락슨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기준 전 세계 700여척 WTIV가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되는데 이 중 크레인의 안전하중이 800톤 이상인 선박은 5%도 안 되는 31척인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 건조 중인 WTIV에서도 10여척 정도가 800톤 이상 안전하중을 충족한다. WTIV 크레인 안전하중이 800톤 이면 6MW급 터빈을 다룰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신 15MW급 터빈을 선적 하역하려면, 평균 하역하중이 2,500~3,500톤 정도 돼야 한다. 

WTIV는 2억 달러 이상의 고부가가치 선박으로 진입장벽이 높다. WTIV는 승강식 철제 기둥인 잭업리그(Jack-up Rig)를 내려 선박위치제어 시스템(Dynamic Positioning)으로 일정 파도에서도 제 위치에서 정선해야 하는 특수목적선이다. 유럽, 싱가포르, 한국 정도만 건조 레퍼런스를 보유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영국, 독일, 중국, 덴마크, 벨기에 등 유럽 해역을 위시로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주요 시장은 아시아로 옮겨질 것으로 점쳐진다. [사진=지멘스에너지]
지금까지는 영국, 독일, 중국, 덴마크, 벨기에 등 유럽 해역을 위시로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주요 시장은 아시아로 옮겨질 것으로 점쳐진다. [사진=지멘스]

수요가 공급에 비해 턱없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는 시장이 열릴 것으로 보이자, 조선 강국들의 움직임이 관측되고 있다. 올해 발주된 WTIV는 14MW급 이상 터빈을 이송 설치할 수 있도록 건조되고 있다. 레퍼런스를 보유하고 있는 한국은 올해 지난 5월 대우조선해양이 모나코의 에네티(Eneti)로부터 WTIV 1척을 수주했다. 옥포조선소에서 건조돼 2024년 3분기 인도될 예정이다. 이 WTIV는 길이 148m, 폭 56m 규모로 14~15MW급 대형 해상풍력발전기 5기를 한번에 싣고 운항할 수 있으며, 수심 65m까지 터빈을 설치할 수 있다. 

중국도 시장 공략을 가속화하겠다는 태세다. 최근 중국 CMHI(China Merchant Heavy Industry) 조선소는 세계 최대 규모의 WTIV를 진수했다. 지난해 5월 노르웨이 OHT(Offhore Heavy Transport)가 발주한 선박으로 길이 216m, 선폭 56m 규모로 정격하중이 3,000톤에 달한다. 영국 해상풍력 프로젝트에 투입될 예정으로 수개월간 장비테스트 시운전 이후 최종 인도된다. 

자국 WTIV 확보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중국은 50여척의 WTIV를 보유하고 있지만 대부분 평균 하역하중이 1,000톤 내외로 10MW 이상의 대형 터빈과 지지구조물 설치가 불가능하다.

중국은 기존의 석유가스 시추 잭업리그를 WTIV로 개조하겠다는 솔루션은 내놨다. 지난 5월 중국 시노오션(SinoOcean Offshore Assets Management)은 우촨(Wuchuan) 조선소 야드의 GustoMSC CJ46-X100-D 시추 리그와 상하이(Shanghai Waigaoqiao Shipbuilding)에서 건조한 JU2000E 리그를 WTIV로 개조한하겠다고 공표했다. 해외 리그 소유주에 의해 야드에 발묶인 잭업리그를 신시장에 맞춰 대응하겠다는 복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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