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태양에너지학회 김현구 회장, “에너지 위기 극복, 탄소중립 실현에 마중물 될 것”
  • 권선형 기자
  • 승인 2022.08.29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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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발전 통해 사회에 기여하는 학회 정체성부터 구체적으로 실현해 나갈 계획

[인더스트리뉴스 권선형 기자] 1970년대는 에너지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였다. 1973년~1974년 1차 석유쇼크에 따른 에너지 위기가 전 세계를 강타한 이후, 석유를 대체하려는 구체적인 행동에 처음으로 나선 때였기 때문이다. 1977년 에너지부연구소를 설립한 미국을 비롯해 주요국들은 에너지 관련 부서와 연구소를 연이어 만들며 에너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갔다. 한국도 1977년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의 전신인 열관리시험연구소와 태양에너지연구소를 설립하는 등 에너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구체적 행동에 나선 시기였다.

그런데 1차 석유쇼크가 발생한지 50여년이 흐른 지금, 인류는 다시 에너지 위기와 만났다. 코로나 19로 인한 인플레이션에 더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까지 발발하며 천연가스를 비롯한 에너지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이에 탄소중립 실현이란 공동 목표로 단합해 왔던 각국의 태도는 극명하게 나뉘고 있다. 이해관계나 지도자의 신념에 따라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쪽과 한동안 미루자는 쪽으로 갈라지고 있는 것이다.

최악의 에너지 위기를 맞을지도 모른다는 암울한 전망까지 나오고 있는 혼돈의 시대, 우리는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또 어떻게 해야 에너지 위기 상황에서도 탄소중립이란 대의를 지킬 수 있을까? 그 혜안을 듣기 위해 한국태양에너지학회 김현구(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신재생자원지도연구실장) 회장을 세종시에 위치한 학회 사무실에서 만났다.

한국태양에너지학회 김현구 회장은 “학회장으로서 학술지의 질적 수준 향상, 탄소중립을 위한 학술단체 간 학술교류 활성화, 교육현장을 연결하는 학술대회 개최를 최우선 방향으로 삼아 에너지 위기를 극복하고 탄소중립을 조기에 실현할 수 있는 마중물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인더스트리뉴스]
한국태양에너지학회 김현구 회장은 “학회장으로서 학술지의 질적 수준 향상, 탄소중립을 위한 학술단체 간 학술교류 활성화, 교육현장을 연결하는 학술대회 개최를 최우선 방향으로 삼아 에너지 위기를 극복하고 탄소중립을 조기에 실현할 수 있는 마중물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인더스트리뉴스]

국내 에너지 분야에서 가장 권위 있고 오래된 학회인 한국태양에너지학회는 태양에너지를 연구·개발하는 산·학·연·관 전문가들이 모인 학술단체로, 김 회장은 올해 초 26대 회장으로 취임했다. 석유쇼크로 한창 에너지 위기를 겪고 있던 1977년 12월 설립된 학회는 이후 글로벌 에너지 역사와 궤를 같이하며 위기의 순간에 비전을 제시하는 등대 역할을 해왔다.

“비용, 기술개발, 투자, 효율 등도 중요한 개념이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이러한 기술적 요인들이 세상을 변하게 할 수는 없다. 기술을 필요로 하고 적용하는 주체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세상이 변하려면 사람이 변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탄소중립 실현과 에너지 위기 극복도 사람이 변해야 실현 가능하다.”

김 회장이 무엇보다 먼저 강조한 건 에너지 위기 극복과 탄소중립 실현의 원동력이자 구심점은 개개인이 돼야한다는 전제였다. 아무리 많은 비용을 쏟아 붓고 혁신적인 기술이 개발된다 하더라도 결국 이 모든 기술은 사람이, 사람과 함께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김 회장은 이 위기와 기회가 공존하는 시기인 지금, 개인들의 참여와 희생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지금 가장 시급한 일은 에너지 절약인데 주변에서 에너지 절약을 말하는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며, “신기술만 개발되면 난관을 극복할 수 있으리라는 경향이 주를 이루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이러한 현상으로 볼 때 사회와 국가가 변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그 근거로 1970년대 겪었던 에너지 위기를 예로 들었다. 김 회장은 “당시 효율이 낮고 가격이 비싸 태양광이 활용되지 않았다”며, “하지만 그때 사람들의 의식이 변해 태양광 기술개발에 적극 나서 신재생에너지를 도입했다면 지금과 같은 에너지 위기와 기후 위기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비용과 기술력 등의 문제는 사람의 의지와 노력으로 해결할 수 있는 사안으로, 이번 에너지 위기 또한 의식이 변한다면 지혜롭게 잘 헤쳐 나갈 수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김 회장은 이런 때일수록 한국태양에너지학회 역할이 더 중요한 시기라고 힘주어 말했다. 전문가들이 함께 모여 고민하고 연구한 결과를 사회와 국가에 나눠 에너지 위기 극복의 마중물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김 회장은 학술발전을 통해 사회에 기여해야 한다는 학회의 정체성부터 구체적으로 실현해 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김 회장은 “학회장으로서 학술지의 질적 수준 향상, 탄소중립을 위한 학술단체 간 학술교류 활성화, 산·학·연 협력을 통한 산업현장과 연구현장, 그리고 교육현장을 연결하는 학술대회 개최를 최우선 방향으로 삼아 에너지 위기를 극복하고 탄소중립을 조기에 실현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한국태양에너지학회는 그 어느 때 보다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학술지 논문 수의 경우 2018년 33편에서 2021년 62편으로 두 배 증가했고, 지난 2년간 코로나19 상황이었음에도 학술대회 참가자 수가 계속 역대 최고치를 갱신하고 있다. 올해 발표되는 학술지 논문 수는 100여 편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은 “매우 고무적인 사실은 매년 20여명 이상의 박사학위 5년 이내의 신진과학자가 학회에 가입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특히 올해는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의 협조로 태양에너지와 건물에너지 분야에서 공통으로 사용되는 국가참조표준 기상자료를 학회를 통해 공개한 것도 중요한 성과”라고 밝혔다.

현재 우리나라 재생에너지 및 건축분야 기업들은 사업의 타당성 조사를 위해 외국 기업으로부터 관련 데이터를 구입하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의 모 기업으로부터 일사량 자료를 구입해 태양광 발전 시뮬레이션을 통해 일조량이 가장 풍부한 특정 위치를 찾거나 건물에너지 최적 설계에 해당 데이터를 적용하는 식이다.

김 회장은 “이번에 무료로 공개된 국가참조표준 기상자료는 우리나라의 지리적, 자연적 특성을 고려한 태양에너지 산정 모델을 활용해 세계 최고 수준인 96%의 정확도를 기록했다”며, “앞으로 재생에너지와 건축분야에서 매우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참조표준 기상자료 개요 [자료=한국태양에너지학회]
국가참조표준 기상자료 개요 [자료=한국태양에너지학회]

지난해 탄소중립 법제화 후 올해 탄소중립 원년을 보내고 있다. 올해 중점 사업은?

탄소중립을 달성하려면 태양에너지 즉 태양광, 풍력이 핵심이며, BIPV(건물일체형 태양광발전)를 포함해 건물에너지의 효율화도 매우 중요하다. 한국태양에너지학회는 태양에너지와 건물에너지를 주축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탄소중립을 이끄는 중추적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있다. 탄소중립의 핵심적인 화두는 섹터커플링(Sector Coupling)이다. 초과 생산되는 재생에너지를 다른 에너지 자원으로 전환하거나 저장해 활용도와 경제성을 높이는 기술을 말한다. 섹터커플링 기술개발과 함께 이러한 기술을 연구개발하는 전문가 또는 학회간의 연계, 즉 소사이어티 커플링(Society Coupling)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올해 학회 사업의 방점을 소사이어티 커플링에 두고자 한다.

한국 정부는 최근 원전 확대 정책을 발표했다. 국내 태양광 산업을 전망한다면?

새정부 출범 후 에너지 정책도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당연히 이러한 변화는 국내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더욱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촉발된 에너지안보 문제는 국제시장에 큰 여파를 미치고 있다. 하지만 기술적 관점에서 탄소중립은 선택사항이 아니라 결정된 운명이다. 그 핵심수단은 재생에너지로의 전환과 그 재생에너지로 만드는 그린수소다.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경로(pathway to carbon neutrality)는 국가의 정책이나 시장상황에 따라 다소간의 차이가 있겠지만 도착지는 정해져 있다. 따라서 태양광 산업은 계속해서 상당한 폭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에너지생산, 에너지절감, 제로에너지건물 기술을 연구하고 있는 학회가 최근 주목하고 있는 태양광 기술이 있다면?

현재까지 우리나라의 태양광은 정부정책에 힘입은 보급 위주의 시장이었다. 이미 해외에서는 태양광이 그리드패리티(Grid Parity), 즉 경제성을 확보했고 더 이상의 정책지원이 필요 없는 수준에 도달했다. 따라서 우리나라 태양광도 국제시장에서 가격 경쟁력과 기술 경쟁력으로 우위를 선점할 수 있어야 한다. 학회에서는 미래 태양에너지 기술 경쟁력의 핵심은 바로 에너지 ICT라는 인식 하에 수 년 전부터 에너지 인공지능 강습회, 국가참조표준 일사량 데이터 강습회 등을 제공하고 있다. 해당 분야 최고 전문가들을 모셔 강좌를 열다 보니 대학원생의 호응이 매우 뜨겁다. 오는 10월 제주도에서 개최될 추계학술대회에는 강습회 참석자들의 요청과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한국에너지공단, 국가참조표준센터, 전남대 에너지AI 사업단 등의 후원에 힘입어 에너지 데이터-인공지능 경진대회와 태양광 예보 경진대회를 개최한다.

2022년 춘계학술대회 개회식 [사진=한국태양에너지학회]
2022년 춘계학술대회 개회식 [사진=한국태양에너지학회]

4차 산업혁명 핵심 단어는 융합이다. 학회에서 최근 주목하고 있는 태양광 융합 기술은?

학회는 섹터커플링 중 태양에너지-수소, 즉, 태양광, 태양열, 풍력-수소와 태양에너지-에너지저장 등 에너지 융합에 주목하고 있으며, 이번 추계학술대회에서 태양에너지-수소-에너지저장 특별세션을 개최한다. 수소융합얼라이언스, 한국남동발전, 전남테크노파크, 제주테크노파크 등이 후원할 예정이다. 또한 한국에너지기후변화학회와는 섹터커플링 공동포럼을 개최하며, 전기기술사회와도 태양광 설비안전에 대한 MOU를 체결하는 등 실질적 소사이어티 커플링의 첫발을 내딛게 된다. 대한건축학회와는 건물에너지 분야 협력을 위한 모임을 시작했고, 한국태양광발전학회와는 공동 영문저널 발간을 위한 협의를 진행 중이다.

글로벌 태양광 시장에서 최근 눈여겨 보고 있는 기술은?

전세계적으로 태양전지의 고효율화를 위한 페로브스카이트와 탠덤 태양전지가 핫이슈다. 우리나라는 페로브스카이트 분야에서 계속해서 세계 최고 효율을 갱신하고 있다. BIPV(건물일체형 태양광발전), 인공지능 기반의 태양광발전소 진단기술, 위성영상 기반의 태양광 발전량 예보기술 등도 급격히 성장하는 분야다. 한국태양에너지학회에는 바로 이러한 분야의 산학연 전문가들이 많이 포진하고 있다.

국내 태양광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제안은 무엇인가?

학회의 임무는 학술발전을 경진함으로써 궁극적으로 국내 산업에 기여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산-학-연-관 전문가가 모여서 최신 정보와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수준 높은 학술대회를 개최하고 우수한 학술논문을 발표함과 동시에 젊고 유능한 연구자를 배출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 즉, Back to the basics, 학회의 기본에 충실함으로써 산업 경쟁력 제고에 이바지하고자 한다.

춘계학술대회 논문 발표 [사진=한국태양에너지학회]
춘계학술대회 논문 발표 [사진=한국태양에너지학회]

태양광 기업들의 대응 전략을 조언한다면?

국내 태양광 시장은 정책지원에 의한 보급시장에서 기술력에 의한 경쟁시장으로 바뀌고 있다. 따라서 국내 기업들은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지속성장의 관건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학회는 한국태양광산업협회, 한국태양광공사협회와 상생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다양한 워크샵과 학술대회를 통해 연구자와 산업체를 연결함으로써 개발된 기술을 산업체가 활용할 뿐 아니라 시장이 요구하는 기술을 연구자가 개발할 수 있도록 연결의 장을 제공하고 있다. 기업들이 학회를 기술습득과 전문가 네트워킹, 홍보의 기회로 적극 활용하면 좋겠다.

탄소중립 실현을 앞당기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탄소중립 달성에 요구되는 재생에너지 잠재량은 어마어마하다. 현재 화석연료 전기를 모두 재생전기로 전환해야 할 뿐 아니라 산업과 수송 분야 연료도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그린수소로 대체해야하기 때문이다. 한편 우리나라는 국토가 넓지 못하기 때문에 재생에너지를 설치할 면적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그렇다고 다른 나라에서 그린수소를 수입할 수는 없는 문제다. 에너지안보 측면에서 위험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서도 자명하게 밝혀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건물일체형 태양광발전과 같이 최대한 태양광을 보급할 수 있는 영역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태양전지의 효율을 높이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효율이 높아지면 같은 면적에서 더 많은 전기를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중요한 것은 개개인의 의식이 달라져야 한다는 점이다. 개인이 달라질 때 사회가 달라지고 나아가 국가가 올바른 방향으로 지속발전할 수 있다. 이러한 여건이 형성돼야 탄소중립을 더 빠르게 실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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