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더스트리뉴스 한원석 기자] 최근 중국의 생성형 인공지능(AI) ‘딥시크’ 출시 여파로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이 대중국 수출 통제를 강화하는 가운데, 일본과 네덜란드 등도 이에 동참한 것으로 확인됐다.
무역안보관리원은 10일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네덜란드, 반도체 제조 장비 독자 통제 범위 대폭 확대’와 ‘日, 반도체·양자컴퓨터 등 신흥기술에 대한 수출통제 강화’를 다룬 이슈 리포트를 발간했다고 밝혔다.
리포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지난달 31일 반도체, 양자컴퓨터 등 신흥기술에 대한 수출통제 개정안을 발표했다. 이 개정안은 내달 1일까지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이르면 5월말 발효될 예정이라고 블룸버그 통신은 전했다.
이번 조치로 일본 정부는 반도체 장비 22종, AI 2종, 양자컴퓨터 6종 등의 품목을 신규 통제하거나 개정했고,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극자외선(EUV) 포토레지스트 등의 설계·제조 기술 수출시 포괄 허가를 엄격하게 적용토록 개정됐다.
구체적으로 반도체장비의 경우 첨단반도체 제조를 위한 노광·식각·증착·세정·검사 등 장비가 수출통제 대상에 추가되거나 관련 통제가 강화됐다.
AI 분야에서는 600GB/s 이상의 양방향 전송 속도를 갖는 AI용 집적회로, AI용 집적회로 컴퓨터 등 2종이 신규 통제 대상에 올랐다.
양자컴퓨터 운용을 위한 극저온 웨이퍼(반도체 제조용 실리콘판) 측정 장비와 극저온 동작 저잡음 증폭기 등 6종도 신규 통제 대상에 등재됐다.
관련 품목의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 수출 시에도 거래 상대방이 사전에 특정된 경우에만 포괄 허가를 적용한다. 다만 한국 수출의 경우 기존과 같이 완화된 일반 포괄허가 정책이 적용된다.
일본 정부는 무기로 전용 가능한 물자의 수출을 관리하는 ‘캐치올(Catch all)’ 통제도 강화하기로 했다.
기존에는 일본에서 무기 금수국으로 수출하는 경우만 통제했으나 앞으로는 일본에서 기존의 백색국가인 ‘그룹 A 국가’를 거쳐 무기 금수국으로 우회 수출되는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그룹 A 국가로의 수출도 경산성 통지가 있을 경우 통제하도록 규정을 강화했다. 그룹 A 국가는 미국, 캐나다, 호주, 영국, 한국 등 27개국이 해당된다.
일본은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해 ‘중요 관리 대상 기술’ 목록을 변경해, 리튬이온전지 분리막·전해질·바인더 등 3종과 티타늄 스펀지, 거대자기저항 센서 등 5종을 신규 추가해 총15종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앞서 네덜란드는 지난달 15일 첨단 반도체 제조 장비에 대한 독자적 수출통제 조치 개정안을 발표하고, 오는 4월부터 시행키로 했다.
네덜란드는 지난해 12월 미국의 반도체 수출통제 강화 조치에 상응하는 고대역폭 메모리(HBM) 생산에 필수적인 실리콘관통전극(TSV) 식각장비, 첨단반도체 패턴 공정이 가능한 임프린트 노광장비 등에 대한 유럽연합(EU) 역외 수출 통제를 강화한다. 이들 장비는 미국이나 일본에서 통제하고 있으나, 그동안 네덜란드에서 통제되지 않았다.
이번 조치로 통제 대상은 27종으로 늘어났는데, 네덜란드의 세계 최대 반도체 장비 업체인 ASML사가 주로 취급하는 인라인 검사장비, 오버레이 계측장비 등이 포함됐다.
김주현 무역안보관리원 연구원은 “네덜란드가 미국과 유사한 수준의 통제범위 및 기술 사양을 도입하며 주요국 반도체 제조 장비 통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