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발전설비는 기존에는 주로 산간지역이나 유휴지, 임야지 등에 설치됐지만, 최근에는 제조공장이나 공동주택, 일반 가정의 지붕 등에도 설치될 만큼 우리들에게 더욱 가깝게 다가왔다. 그러므로 태양광발전시스템에 화재사고가 발생하면 대물피해는 물론 심지어는 인명피해로까지 확대될 수가 있다. 뿐만 아니라 주변에 가연물이 설치돼 있으면, 대형화재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하겠다.
인명피해나 대형화재로 확대될 가능성 높아
최근 아산소방서의 현장대응 조사팀은 국내 최초로 약 2개월간에 걸쳐 ‘태양광발전시스템의 화재위험성에 관한 연구조사와 실험’을 실시했다. 이 실험은 가뜩이나 위축된 국내 태양광산업계에서 여간 다행스러운 시도가 아닐 수 없다. 더욱이 이번 화재원인 규명은 각종 재난 및 안전사고의 폭증으로 현 업무가중이 가장 심한 일선 소방서에서 실행했다는 점에서 국내 태양광발전시스템의 인증과 관련 연구기관에게 신선한 충격을 던져주기에 충분하다.
이 소방서가 태양광발전시스템의 화재원인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지난 4월 8일, 관할지역 주택에 설치된 태양광발전시스템의 전력변환장치인 태양광 인버터에서 발생한 화재였다. 당시 현장 출동해서 화재를 진압해본 현장대응 조사팀은 전원차단기에 단락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고, 또 전 단계인 접속함에 다이오드가 탄화(그을림)돼 처음 화재가 어디서 발화됐는지를 찾기 시작한 것이 계기가 됐다.
그 후 현장대응 조사팀은 화재원인을 분석하기 위해 각각 부하 상태와 무부하 상태에서 전압조정을 차별화해서 온도 상승의 정도를 분석했고, 또한 접속함과 태양광 인버터, 태양광 모듈의 데이터를 정성적으로 분석함으로써 화재원인을 규명하고자 했다. 따라서 약 2개월 간에 걸쳐 연구조사와 실험을 한 결과, 총 55건의 화재 중에서 45%인 25건이 접속함에 원인이 있다는 사실을 밝혀낼 수 있었다.
태양광발전설비의 화재는 자칫 감전사고로 이어져
이번 연구조사를 통해 밝혀진 또 다른 사실은 태양광발전설비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화재를 진화하는 과정에서 자칫 소방관이 감전사고에 노출될 확률이 높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태양광발전시스템은 화재가 발생하더라도 태양광 모듈은 계속 전력을 생산하기 때문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정격 전류에 적합한 퓨즈와 차단기를 설치해서 화재가 발생하면 출력측으로 전기가 흐르지 않도록 차단돼야 한다. 따라서 화재원인 연구조사팀은 이를 위해서 태양광 모듈과 접속함 사이에 차단기를 설치하는 등 태양광발전설비의 구조적 안전성에 대한 근본적인 보완장치가 뒤따라야 한다.
또한 태양광발전설비에 있어서 화재발생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접속함의 설비인증 강화도 시급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접속함을 실외에 설치할 경우에는 방수나 방진 테스트를 병행하지만, 이것은 일반 전기설비와 같이 설치되기 때문에 접속함에 실내 환기를 위해 구멍을 뚫는데, 이 구멍으로 먼지나 습기가 유입되기 때문에 화재에 구조적으로 매우 취약하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내화성 강화를 위해서는 현재 ABS 수지로 제조되고 있는 접속함의 외함도 발화점이 높고 내충격성, 내열성, 내후성, 자기 소화성 등이 강한 폴리카보네이트로 제조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라고 제시하고 있다.
접속함이나 인버터 내부 정기적인 점검 뒤따라야
현재 태양광발전설비에 화재가 발생할 경우, 화재보험에 가입된 태양광발전소 소유자는 보험회사로부터 보상을 받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소방서나 경찰서가 제조물에 대한 결함분석이나 화재원인을 규명하는 것이 현 실정이다. 따라서 화재원인을 규명하기에는 현실적으로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따라서 이번 화재원인에 관한 연구조사는 앞으로 태양광발전설비의 소유자와 제조사간의 명확한 과실에 대한 원인규명에 매우 중요한 가이드라인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한편, 이번 연구조사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태양광발전소의 화재발생을 줄이기 위해서는 접속함 내부나 인버터 내부의 정기적인 점검을 강화해야 하고, 점검업자들은 이를 꼼꼼히 실행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앞으로 20년을 내다보고 투자한 태양광발전시스템이 원인 모를 화재에 의해 한 순간에 전소되는 그런 아픔은 이제 더 이상 없어져야 한다. 다시 한번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태양광발전설비의 화재원인 분석에 노력한 관계자들의 노고에 감사 드리며, 이번 연구조사가 정부기관의 실질적인 보완대책 수립으로 이어지는 촉매제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SOLAR TODAY 편집국 (st@infoth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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