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삼성전자, 100% 재생에너지 사용도 경쟁 요소로 등장
  • 이건오 기자
  • 승인 2018.09.27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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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정에너지, 재생가능에너지로 생산된 제품을 요구하는 구매자들이 점점 늘고 있다. 재생에너지로 생산하거나 사업장을 운영하는 것이 이제는 기업의 경쟁력을 판단하는 요소가 되고 있어 많은 기업들이 깨끗한 에너지를 활용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 ‘RE100’ 선언하며 재생에너지로 전환 박차

[인더스트리뉴스 이건오 기자] 지난 9월 13일 애플의 신제품 발표 현장에서는 아이폰XS의 공개에 이어 애플의 환경정책 담당 리사 잭슨(Lisa Jackson) 부사장이 연사로 나서 자사의 모든 생산시설을 100% 재생에너지로 가동하고 부품 재활용을 확대하려는 노력을 소개했다.

우리가 지구를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을 결코 멈추지 않았다는 걸 알고 있을 것이라고 언급한 리사 부사장은 지난해 96%였던 자사의 재생가능에너지 사용률을 생산라인을 비롯한 데이터센터, 전 세계 모든 사업장에서 100%로 끌어올렸다고 전했다. 2012년 100% 재생가능에너지 사용 약속을 선언한 애플이 쿠퍼티노 애플 본사 옥상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는 등 꾸준하게 구체적인 이행 계획과 함께 적극적인 실행으로 이뤄낸 결과여서 더욱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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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13일 애플의 신제품 발표 현장에서 환경정책 담당 리사 잭슨 부사장이 모든 생산시설을 100% 재생에너지로 가동하는 자사의 노력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애플]

애플 외에도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자사 운영에 필요한 에너지원을 100% 재생에너지로 조달하기 위한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고 있다. 2012년 34%에 불과했던 재생가능에너지 사용률을 지난해 100%로 끌어올린 구글을 비롯해 2040년까지 전 세계 모든 사무소 및 생산 공장을 완전히 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고 발표한 소니 등 다양한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2014년부터 시작된 캠페인인 ‘RE100’은 이러한 뜻을 가진 기업들이 자사에서 사용하는 에너지원의 100%를 목표 시점까지 재생가능에너지로 전환하겠다는 약속이다. BMW, 구글, 이케아, 마이크로소프트, 나이키, 스타벅스 등 140개 이상의 글로벌 기업이 가입해 있다. 글로벌 기업들의 RE100 선언은 자사 사업장뿐만 아니라 부품공급 업체까지 이어져 그 범위는 더욱 확대되고 있다.

RE100 참여기업들은 전 세계 보유시설의 전력 사용을 재생에너지 전력으로 구매 또는 자가생산으로 조달해야 하며, 매년 RE100에 보고해 제3의 단체를 통해 재생에너지 사용을 입증받는다. 전력구매는 발전소와 직접 계약하거나 전력구매계약(PPA), 재생에너지전력인증서(REC) 구매로 이뤄진다.

이케아 등 일부기업에서는 고효율 및 재생에너지 제품(LED, 태양광패널 등)을 판매해 소비자들의 접근성 향상을 위한 홍보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또한, 현재 참여기업의 재생에너지 전환실적은 평균 65% 이상이며 2020년까지 80%에 도달할 것을 목표하고 있다.

RE100 선언 등 재생에너지 전환을 계획하고 있는 주력 분야는 IT 분야다. 한국에너지공단에서 발표한 최근 보고 자료에 따르면, 데이터사용량 증가에 따라 전력사용량도 늘어나 향후 연 7%의 증가율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며 2030년에는 데이터센터 운영에만 세계 전력의 13%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다.

글로벌 기업들의 데이터센터가 몰려있는 미국 버지니아주는 지난해 국가 전체 전력수요의 변동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9%의 전력수요 증가를 보였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IoT의 확대로 전력수요 증가가 예상됨에 따라 구글과 아마존 등 글로벌 선도기업이 데이터 센터 등을 중심으로 재생에너지를 확대해 나갈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은 재생에너지 사용이 친환경·사회적 책임이행 등 기업이미지 제고뿐만 아니라 에너지 비용변동에 대한 리스크를 줄여 안정성과 가격적인 면에서도 유리하다고 판단해 적극 동참하고 있다”며, “글로벌 기업들의 재생에너지 사용이나 구매계획 발표가 시장에서 일종의 개런티로 작용해 태양광 및 풍력 기업들이 은행융자를 받는 데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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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기업인 삼성전자는 2020년까지 미국, 유럽, 중국에서 100% 재생에너지 사용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했다. [사진=dreamstime]

국내에서는 삼성전자가 2020년까지 미국, 유럽, 중국에서 100% 재생에너지 사용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했다. 국내에서는 지역별 사업장 내 건물 옥상 및 주차장 등 6만3,000m2의 유휴부지를 활용해 태양광을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내 상황으로서는 에너지원을 선택해 전력을 구매하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아 기업들이 목표 설정 및 실행 계획을 세우는 데 어려움이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거래 활성화를 위해 전력시장의 구조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사업법 등의 개정을 통해 국내 대기업들의 재생에너지 확대 계획 시행이 가능하도록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며, “세계적인 재생에너지 사용 의무화 추세에 따라 국내 전력시장이 도태된다면 국가경쟁력을 상실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부품 제조 및 수출 산업구조를 가진 국내 상황상 글로벌 대기업의 결정에 영향을 받지 않는 산업이 거의 없다”며, “재생에너지 사용이 협력사 결정의 요소로 그 중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어 시급한 전력거래 관련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기후변화는 전 세계적인 가장 시급한 문제로 이에 대응하는 것은 주도권을 가진 국가나 정부의 몫을 넘어 기업과 시민 등 모든 구성원이 함께 풀어가야 할 과제다. 그리고 그 혜택 또한 모두가 공유해야 한다. 기업적 측면에서는 경쟁력 확보를 넘어 비즈니스 기회를 만드는 일이 될 수 있다.

기후변화 대응의 핵심 중 하나는 에너지전환이다. 전 세계적인 에너지전환의 추세에 따라 청정에너지로 생산된 제품을 요구하고, 청정에너지로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구조가 더욱 늘어날 것이다. 이에 따라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정책 및 구조적 개선도 함께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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