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에도 부는 ‘그린’ 열풍, 친환경적인 채권 ‘그린본드’의 부상
  • 정한교 기자
  • 승인 2020.06.11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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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그린본드 누적 발행액 1조 달러로 최고기록 경신… 국내 기업의 그린본드 발행도 증가 추세

[인더스트리뉴스 정한교 기자] 지난해 전 세계적으로 ‘그린본드’ 발행이 최고기록을 경신했다고 알려지면서 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 세계에너지시장 인사이트에 따르면, 2019년의 그린본드 누적 발행액이 1조 달러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채권시장 전체에 비하면 1%에 불과하지만, 그 성장속도와 ‘그린본드’의 발행목적으로 인해 주목받고 있다. 친환경 프로젝트에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발행하는 채권인 ‘그린본드’는 일반 채권과는 금융적 측면에서는 동일하나 발행자금의 용도가 친환경 프로젝트로 제한돼 있다는 차이점이 있다.

‘그린본드’는 친환경 프로젝트에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발행하는 채권으로, 지난해 누적 발행액 1조 달러를 기록하며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사진=dreamstime]
‘그린본드’는 친환경 프로젝트에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발행하는 채권으로, 지난해 누적 발행액 1조 달러를 기록하며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사진=dreamstime]

통상 그린본드를 규정하는 친환경 프로젝트로는 재생에너지, 에너지효율, 폐기물 관리, 토지이용, 생물다양성, 청정수송, 수자원관리, 기후변화 적응 등이 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친환경 프로젝트에 대한 자금수요가 증가하면서 친환경적 투자자와 자금 수요자를 연결하는 금융수단으로 그린본드가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발행자인 정부와 기관, 기업 입장에서 그린본드는 중・장기적으로 친환경사업 추진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효과적인 채널이 되고, 투자자 입장에서는 환경적・사회적 책임 및 윤리적 기준에 부합하는 투자를 할 수 있게 해준다.

선진국에서 신흥국으로, 국제기관과 정부에서 다변화로

최초의 그린본드는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유럽투자은행(European Investment Bank, EIB)이 발행한 6억 유로 규모의 ‘Climate Awareness Bond’로, 14개 재생에너지 및 에너지효율 사업에 투자된 바 있다.

이후 2013년에 들어서면서 5개의 대형 투자은행(SEB, BoAML, Morgan Stanley, Créit Agricole, JP Morgan) 중심으로 채권인수(underwrite)가 증가, 그린본드 시장이 본격적으로 성장하게 된다. 국제기관(supranationals)의 그린본드 발행이 급증하고, 선진국의 금융기관과 기업도 시장에 진입한다.

이후 규모를 키워가던 그린본드 시장은 2015년부터 인도, 중국, 일본 등 신흥시장 국가들이 진입, 2016년은 전년 보다 거의 두 배 가량(92%) 증가하며 성장세를 키워갔다. 2007년 6억 유로에서 시작해 2014년 370억 달러, 2018년 1,706달러로 성장한 그린본드 시장은 2019년에 이르러 1조 달러를 기록한 것이다.

발행국 역시 선진국이 주도했던 초창기 그린본드 시장을 지나 현재는 신흥국으로 확대됐고, 발행주체도 국제기관, 정부에서 공기업, 교육기관, 벤처기업으로 다변화됐다.

다양한 기준이 성장 저해한다는 지적도 있어

현재 그린본드를 정하는 국제적인 법적 기준은 없다. 이에 민간기준인 국제자본시장협회(International Capital Market Association, ICMA)의 ‘GBP(Green Bond Principle)’과 국제기후채권기구(Climate Bonds Initiative, CBI)의 ‘CBS(Climate Bonds Standards)’가 가장 널리 통용되고 있다.

GBP는 2014년 민간 금융기관들에 의해 마련된 가이드라인이다. 그린본드 △자금의 용도(Use of proceeds) △프로젝트 평가와 선정 절차(Process for project evaluation and selection) △자금의 관리(Management of proceeds) △사후보고(Reporting) 지침을 제공한다.

CBI는 녹색 투자활동을 판단하는 자체적인 분류체계를 기준으로 채권이 그린본드에 부합하는지를 결정한다. 이를 만족하는 채권은 ‘기후본드(Certified Climate Bond)’ 자격을 신청할 수 있다. GBP는 포괄적인 기준을 제시하고, CBS는 부문별로 그린본드 적합성 기준을 정한다는 차이점이 있다.

이외에도 그린본드 판별에 별도의 기준을 적용하는 국가도 있다. EU의 경우 그린본드 기준을 명확히 함으로써, 유럽 내 그린본드 발행을 장려하고 시장을 더욱 활성화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에 공적 성격을 지닌 범국가적 기준인 ‘GBS(Green Bond Standards)’를 마련해 운용하고 있다.

일부 투자은행 및 금융기관에서는 그린본드지수(green bond indices)를 발표해 지수에 포함된 채권은 그린본드로 인정하고 있다. 이처럼 기준별로 발행절차가 상이하고 복잡해 기준별 차이가 그린본드 및 친환경 사업 확대를 저해하는 요인이 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환경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증가하는 친환경 투자, ‘그린뉴딜’ 등의 친환경 정책이 강화되는 상황에서 ‘그린본드’는 지속적으로 그 규모를 키워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dreamstime]
전 세계적으로 환경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증가하는 친환경 투자, ‘그린뉴딜’ 등의 친환경 정책이 강화되는 상황에서 ‘그린본드’는 지속적으로 그 규모를 키워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dreamstime]

한전, 국내 최초 2년 연속 ‘그린본드’ 발행

지난 6월 8일, 한국전력이 국내 최초로 2년 연속 ‘그린본드’를 성공적으로 발행했음을 밝히면서 국내 시장 역시 ‘그린본드’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

2013년, 수출입은행이 국내 최초로 5억 달러 규모의 그린본드를 발행하면서 시작된 국내 그린본드 시장은 2019년에 들어서면서 에너지·화학기업을 중심으로 크게 확대되고 있다. 현대캐피탈이 친환경 자동차 할부금융 서비스를 목적으로 2,351억원 규모의 그린본드를 발행했고, LG화학은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15억6,000만 달러를 발행했다.

이어 한전(5억 달러), 한화에너지(3억 달러), SK에너지(3,000억원)가 2019년 국내 그린본드 시장 확대에 동참한 것에 이어 올해 한전이 다시 한 번 그린본드 발행에 성공한 것이다. 정부 역시 5억 달러 규모를 발행했다. 이처럼 국내 시장 역시 그린본드 발행규모가 점차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이번에 한전이 발행한 그린본드의 발행금리는 5년 만기 미국 국채금리 0.438%에 국가, 기업 신용도 등에 따른 가산금리 0.75%를 더한 1.188%이다. 발행예정액(5억 달러) 대비 10배(52억 달러)의 투자수요가 몰리면서 최초 제시 금리(1.638%)보다 0.45% 포인트 낮아진 1.188%수준으로 발행했다. 국내 은행 및 기업이 발행한 글로벌 달러채권 5년물 중 역대 최저수준이다.

한전 관계자는 “최근 전 세계적으로 환경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친환경 투자가 증가하는 상황”이라며, “한전은 국내 최초 2년 연속 글로벌 그린본드를 발행해 신재생 및 친환경 사업을 선도적으로 추진하고 국가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국내 기업들의 ‘그린본드’ 발행은 지속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은 한국판 뉴딜에 ‘그린뉴딜’을 포함하는 등 미래 경쟁력 확보에 에너지 전환 등을 핵심 요소로 구체적인 사업 구상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한전 관계자는 “최근 COVID-19 확산에 따른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 미중 갈등 확대 등 대외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한전의 펀더멘탈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와 한전의 에너지 전환 및 탈탄소화에 대한 투자자 요구를 확인한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한전이 국내 최초로 2년 연속 성공적인 그린본드를 발행함으로써 친환경 에너지 기업으로서의 이미지를 제고하고, 조달재원 다변화를 통한 저금리 조달로 금융비용 절감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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