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전선, 10년 공든 해저케이블로 100년 대업 기틀 마련
  • 최정훈 기자
  • 승인 2020.12.07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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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 전반 디지털화로 생산성 제고에 방점

[인더스트리뉴스 최정훈 기자] 세계 각지에서 해상풍력발전 붐이 일어나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 LS전선이 그간 공들인 해저케이블을 필두로 본격 열매를 거둬들일 채비에 나서고 있다. 

국내 최대 전선(케이블) 제조사 LS전선은 1962년 설립 후 2003년 LG그룹으로부터 독립, 2008년 LS지주사 체제를 갖추며 지금에 이르렀다. 2016년 베트남법인 지주사 LS전선아시아를 상장시키고, 지난 2018년에는 인도네시아 생산법인을 설립하는 등 중국, 미얀마, 인도 등 각국에 법인을 구축하며 현재 글로벌 기업으로 우뚝 섰다. 최근 바이든 시대가 열리면서 대거 쏟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미국발 해상풍력발전 관련 수주전을 위해 미주지역본부를 신설하며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강원도 동해시 동해항에서 LS전선 직원들이 해저 케이블을 선적하고 있다. [사진=LS전선]
강원도 동해시 동해항에서 LS전선 직원들이 해저 케이블을 선적하고 있다. [사진=LS전선]

전력, 통신, 기타 부문이 LS전선의 주요 사업이다. 선박, 해양, 철도, 풍력기 등 산업용 케이블을 비롯해 가전제품, 의료 등 특수 케이블도 다룬다. 또한 광통신, 광섬유, 광케이블 등 통신 케이블도 제조하고 있다. 

전력 부문에서는 초고압 전력 케이블이 주력 제품이다. LS전선은 주로 중동, 동남아 지역을 중심으로 판로를 개척하고 있으며 아프리카, 남미 등으로도 발을 넓히려고 지속 경주하고 있다.  

LS전선은 케이블 지름을 계속해서 줄여나가면서 생산과 운반, 포설이 용이하도록 제품을 개발해 왔다. 송전 용량이 클수록 케이블 크기가 굵어지기 때문에 송전 용량을 늘리면서 크기는 줄이는 것이 업계 기술력의 척도라 할 수 있다. LS전선은 지난 2018년 세계에서 가장 얇은 500kV급 송전 케이블을 선보이며 세계 무대에 무서운 존재감을 드러냈다. 전기를 생산 단가가 낮은 지역에서 높은 지역으로 보낼 수 있는 고압직류송전(HVDC)도 가히 자랑할 만한 기술이다. 일본, 러시아, 중국 등 국가 간 전력망을 잇는 핵심기술로 이 기술력을 보유한 업체는 전 세계 통틀어 손가락에 꼽을 정도이기 때문이다.

최근 LS전선은 유연성과 내구성은 높이면서 경량화한 탄소섬유를 적용한 통신 케이블을 개발했으며, 해킹방지용 광케이블도 국내 최초로 선보이는 등 세계 유수의 기술력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매출 견인할 해저케이블 

최근 유럽과 중동, 아시아 국가들을 중심으로 신재생 에너지 정책이 확대됨에 따라 해상풍력단지 건설도 늘어나고 있다. 자연히 해저케이블 수요도 가파른 성장세를 탈 전망이다. 해저케이블은 대륙과 대륙, 육지와 섬 등과 같이 바다를 사이에 두고 떨어진 두 지점 사이에 전력과 통신을 공급하기 위해 설치하는 케이블로 물 속에서도 탈없이 작동해야 한다는 점에서 상당한 기술력을 요하는 분야이다. 기술력뿐만 아니라 생산, 보관하기 위한 대형의 특수 장비와 설비 등의 인프라도 필수적이어서 시장 장벽 또한 높다. 

더욱이 경쟁도 치열하다보니 진입하면 곧바로 적자가 유력해 보였지만 LS전선은 해저케이블의 미래 성장 가능성에 통크게 투자했다. 2009년 처음 해저케이블 사업에 나선 이후 2018년까지만 해도 해저케이블은 전력 부문에서만 10% 가량의 매출을 차지하는 정도였다. 

해저케이블을 생산·시공하는 기업은 세계에서 손에 꼽힌다. 사진은 해저케이블 포설선박 [사진=인더스트리뉴스]
해저케이블을 생산·시공하는 기업은 세계에서 손에 꼽힌다. 사진은 해저케이블 포설선박 [사진=인더스트리뉴스]

이제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여줄 전망이다. 해저케이블을 생산하는 회사는 일본과 유럽 5개 회사에 불과하다. 그중 LS전선도 당당하게 톱5에 이름을 남기게 될 정도로 명성을 갖췄다. 해저케이블 투자를 멈추지 않고 고군분투하며 이뤄낸 LS전선의 기술력은 세계 유수 기업에 필적할 정도이다. 현재는 수백Km의 심해를 연결하는 장거리용부터 해상풍력발전에 특화된 제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해저케이블을 제조·시공할 수 있게 됐다. 

지난 2013년 국내 최초로 유럽, 남미 해저케이블 시장에 첫발을 내딛었으며, 지난 2017년 미국 해상풍력발전단지에 처음 해저케이블을 공급했다. 이후 동남아 지역에서 지속적으로 공급을 늘려 왔다. 지난 2017년 싱가포르에 이어 2018년 말레이시아의 400억원대 초고압 해저케이블을 턴키 계약식으로 체결하는 등 소기의 성과들을 거둬 들였다. LS전선은 덴마크 국영 에너지 기업 외르스테드(Ørsted)가 추진하는 대만 최대의 장화현 해상풍력단지, 벨기에 기업의 먀오리현 해상풍력단지, 세계 최대의 풍력발전단지인 영국 혼시(Hornsea) 프로젝트 등 다수의 해저·지중 케이블 프로젝트들을 진행하며 글로벌 해상풍력 사업자들과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특히, 최근 인천 연안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 최대 규모의 해상풍력단지 건설을 도맡고 있는 오스테드와 5년간 초고압 해저케이블 우선공급권 계약을 체결해 화제를 낳기도 했다. LS전선은 북미와 유럽, 중동 등에서 대규모 해저 전력망 사업을 성공적으로 완수하며 제조·시공 노하우는 물론 A/S 대응 경험칙도 갖췄다.

이처럼 LS전선은 지난해 대만에서만 총 5,000억원 규모 수주를 했으며, 올해 들어 미국, 네델란드, 바레인 등 북미, 유럽, 중동지역에서 3,000억원 규모의 수주를 신규로 받는 등 승승장구하고 있다.

정부는 대한민국의 새로운 100년을 설계하는 정책인 한국판 뉴딜의 일환으로 그린뉴딜 정책에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이에 그린뉴딜의 핵심 축인 해상풍력발전도 갈수록 뜨거워질 전망이다. 국가 간 전력망 연계를 통해 발전비용을 절감하려는 정책들도 해저케이블 수요를 끌어올리는데 영향을 줄 전망이어서 꾸준한 호실적이 기대된다. 

디지털화 박차, 다변화 드라이브

LS전선은 2019년 기준 수주 잔고가 1조9,000억원에서 2020년 3분기 2조800억원으로 늘며 안정적인 성장세를 타고 있다. 하지만 긴장을 늦출 수 없다. 전선 산업은 각 나라마다 자국 업체를 보호하려는 기조로 방향을 틀고 있고 선·후발 업체 간 기술 차이가 좁혀지면서 가격 경쟁은 심화되는 양상이다.

반면 신재생 에너지를 비롯해 4차 산업혁명, 5G 네트워크 등 디지털화가 성장의 기회로 다가오면서 LS전선도 발 빠르게 체질 변화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구자엽 LS전선 회장이 올초 경기도 안양시 LS타워에서 열린 ‘비전2030선포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사진=LS전선]
구자엽 LS전선 회장이 올초 경기도 안양시 LS타워에서 열린 ‘비전2030선포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사진=LS전선]

LS전선은 단순 케이블 제조사를 벗어나 전력, 통신 케이블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방침이다. LS전선 구자엽 회장은 “비전 2030은 LS전선의 새로운 10년을 이끌어 갈 나침반”이라며, “변화가 성공하려면 능동적, 자율적 기업문화를 바탕으로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고 올해 LS타워에서 열린 비전 2030 선포식에서 밝혔다.

아시아와 중동이 매출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사업구조에서 탈피해 사업을 균형화시키겠다는 복안이다. 이를 위해 유럽, 미주, 아프리카, 중남미 등을 중심으로 투자를 확대하고 생산, 판매 법인 등 해외 거점을 현재 25여개에서 40여개로 늘릴 계획이다.

고부가가치 서비스를 중심으로 비즈니스 모델 혁신에도 초점을 맞춘다. 케이블 단품 판매가 아닌 엔지니어링과 시공, 유지보수, 컨설팅 등 전력, 통신망 구축에 필요한 전체 서비스를 제공하고, 또 전기차 부품 등 신사업을 육성하고 풍력과 태양광 등 신재생 에너지 시장 진입도 지속적으로 검토하겠다는 태세이다.

LS전선은 사업 전반에 걸쳐 디지털 기반 생산성도 향상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개발 기간을 단축하고, 빅데이터를 이용해 고객 사용 패턴을 분석,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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