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글로벌 시장 VS 암흑기 국내 시장, ESS 산업의 향방은?
  • 권선형 기자
  • 승인 2022.10.28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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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적으로 ESS 도입 늘리는 미국, 유럽 등 선진국, 국내는 화재로 발목 잡혀 존폐 위기

[인더스트리뉴스 권선형 기자] 왜 ESS(Energy Storage System)인가? 이런 질문을 던진다면, 답은 ‘가야할 길’이기 때문이다. 신재생에너지 확대=ESS 도입이란 등식이 성립할 정도로 신재생에너지와 ESS는 같은 길을 가는 상호 보완적인 존재이기 때문이다.

ESS는 무관성 전원, 간헐적인 출력 특성을 갖고 있는 신재생에너지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한 효과적인 수단이다. 갈수록 복잡하고 거대한 시스템으로 진화하고 있는 전력계통의 불안정성을 전력의 충방전 형태로 보상함으로써 주파수가 안정적인 범위 내에서 유지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 또한 ESS다. 신재생에너지가 확대됨에 따라 잉여 전력을 수용하기 위한 효과적인 수단 역시 ESS다.

이러한 ESS의 장점과 필요성으로 글로벌 시장에서는 ESS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글로벌 매체에 따르면, ESS 시장 규모는 2027년까지 130억5,000만달러(한화 약 18조원)에 이를 전망으로, 2030년까지 연평균 35% 성장해 302GWh가 보급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2021년까지 ESS 누적 설치용량 6GW(PCS 기준)를 달성했다. [사진=utoimage]
미국은 2021년까지 ESS 누적 설치용량 6GW(PCS 기준)를 달성했다. [사진=utoimage]

경쟁적으로 ESS 도입하는 미국

ESS 도입에 가장 적극적인 국가는 미국이다. 미국은 2021년까지 ESS 누적 설치용량 6GW(PCS 기준)를 달성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 설치된 ESS 총용량의 약 1.9배에 달하는 수치다.

글로벌 에너지 조사기관 우드맥킨지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의 ESS 시장 규모는 55억 달러(한화 7조8,897억원)로 전년대비 3배 이상 성장했다. 미국은 올해 1분기에만 758MW를 설치할 정도로 ESS 도입에 속도를 붙이고 있다.

현재 미국은 캘리포니아 등 주정부에서 전력사업자에 ESS 설치 의무를 부과하고 있으며, 주택용 ESS 상용화를 통해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에너지공단 지역수용성실 한종현 실장은 “미국의 탈탄소 기조에 따른 태양광과 풍력 발전 확대와 탄력적인 주택용 전력요금(누진제, 계시별 요금제 등) 등이 ESS 설치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ESS 투자 늘리고 있는 유럽

유럽 또한 화석연료 의존도를 낮추고 풍력, 태양광 발전 등 신재생에너지 사용 비율을 높여 에너지 가격을 안정화하려는 일환으로 ESS 도입에 적극적이다.

유럽 내 가장 큰 ESS 시장 중 하나인 독인은 2050년 재생에너지가 전체 발전량 중 80%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하며 전력계통의 분산화와 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해 부하 이전용 ESS를 10GW 이상 보급할 계획이다. 2030년 이후부터는 송배전망 보강을 위한 투자 회피와 부족한 선로 용량 확보를 위해 송배전용 대규모 ESS 확대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독일과 함께 유럽에서 가장 큰 ESS 시장으로 꼽히는 영국은 2019년 10월 국가 대규모 ESS 프로젝트 필수조건 완화, 2021년 4월 ESS 보조서비스 이용 요금 부과 기준을 개정해 ESS 보급 확대 기반을 마련했다. 이에 따라 영국은 2018년 ESS 누적 설비용량 1GW에서 2040년 29GW 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다.

유럽은 신재생에너지 사용 비율을 높여 에너지 가격을 안정화하려는 일환으로 ESS 도입에 적극적이다.  [사진=utoimage]
유럽은 신재생에너지 사용 비율을 높여 에너지 가격을 안정화하려는 일환으로 ESS 도입에 적극적이다. [사진=utoimage]

소형 태양광발전 설비 증가로 ESS 호황인 호주

2017년~2021년 신재생에너지에 공격적인 투자(약 33조원)에 나섰던 호주는 2017년 16.9%였던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을 2021년 32.5%까지 올렸다. 2021년 기준, 전체 신재생에너지에서 풍력은 35.9%, 소형 태양광은 24.9%, 수력은 21.6%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룬 분야는 소규모 태양광발전 설비다. 소규모 태양광발전 설비는 2021년 총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의 24.9%, 약 4분의 1을 차지하며 수력 발전을 누르고 2위로 올라서는 등 지난 5년 간 연평균 39%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한 해에만 총 3.3GW 신규 용량이 추가돼 5년 연속 기록을 갱신 중이다.

이 같은 소형 태양광발전 설비 보급이 확대됨에 따라 잉여 전력을 저장하는 ESS 수요도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호주 청정에너지협회(Clean Energy Council)에 따르면, 2017년~2021년 호주의 가정용 ESS 설치 수는 연평균 30%대의 성장률을 보였다. 특히 2021년 한 해에만 3만4,731개가 신규로 설치돼, 전년(2만3,796개 설치) 대비 5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호주에서는 ESS가 VPP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핵심자원으로 인정받고 있어 가정용 ESS 등에 대한 보조금 제도가 활성화 돼 있다. 남호주의 경우 약 4만개의 새로운 ESS 보급을 위해 약 1억달러의 예산을 책정하고 있다.

중국, 일본이 주도하고 있는 아시아 ESS 시장

아시아에서는 중국과 일본이 주도적으로 ESS를 도입하고 있다. 한전경영연구원에 따르면, 중국의 2050년 누적 설비용량은 2019년 1.4GW 대비 약 160배 증가한 222GW에 이를 전망이다. 누적 설비용량 기준 2021년과 2026년 한국과 미국을 넘어서며 세계에서 가장 큰 부하이전 ESS 시장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중국은 현재 계통운영자의 재생에너지 연계용 ESS에 대한 허가 기준이 완화돼 향후 성장이 더 기대되고 있는 시장이다.

일본은 재생에너지 연계 목표와 BTM-ESS 보급 증가로 2050년 누적 설비용량을 69GW로 확대할 전망으로, 대규모 재생에너지 보급에 힘입어 2050년 부하 이전용 ESS가 37%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2050년 BTM-ESS 보급 증가로 인해 주택용 및 상업용 고객이 자연재해에 대응하고 전기요금을 절감하는 데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국의 2050년 누적 설비용량은 2019년 1.4GW 대비 약 160배 증가한 222GW에 이를 전망이다  [사진=시능전기]
중국의 2050년 누적 설비용량은 2019년 1.4GW 대비 약 160배 증가한 222GW에 이를 전망이다 [사진=시능전기]

화재에 발목 잡혀 있는 국내 ESS 시장

글로벌 ESS 시장과는 달리 국내 ESS 산업은 존폐 위기에 놓여 있다. 화재가 발목을 잡고 있어서다. 이로 인해 국내 ESS 산업은 수주 실적이 전무할 정도로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ESS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수주가 거의 없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고 사업 전망도 어두운 실정”이라며, “2018년 ESS 사업을 시작한 기업들조차 사업을 축소하거나 폐쇄하는 등 사실상 ESS 사업 포기 사태를 맞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국내 ESS 산업 암흑기에 일부 기업들은 글로벌 시장으로 눈을 돌려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다. 효성중공업은 지난 6월 남아프리카공화국 전력청이 발주한 1,900억원 규모(293㎿h 규모)의 대형 ESS 구축 사업을 수주하는 데 성공했다. 특히 테슬라 등 18개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하며 까다로운 기술 평가를 거친 끝에 글로벌 기업들을 제치고 5개 패키지 중 최종 2개 패키지(3개 사이트)를 수주했다.

효성중공업은 지난해에도 영국 최대 전력 투자개발사인 다우닝(Downing)사와 영국 사우샘프턴 지역에 50MW급 규모의 대용량 ESS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50MW급 이상 대용량 ESS의 경우 국가 송전망, 대규모 공장 등 중요 설비에 직접 연결돼 에너지 저장 능력과 전력 변환 효율 등이 중요해 기술력이 요구되는 분야다.

효성중공업 최대희 ESS 총괄(칭화대 전기공학 박사)은 “효성중공업은 국내 ESS 사업에서 누적해온 시스템 설계 역량과 시스템 운영 기술을 바탕으로 고객들과 선제적으로 프런트 엔지니어링(Front Engineering) 진행을 통해 프로젝트 개발자들의 동반자로 지속성 있는 사업의 파이프라인을 구축하고 있다”며, “시스템의 초기 설계에 따른 CAPEX 중심의 사업에 시스템의 운영 및 유지보수를 포함하는 LTSA(Long-Term Service Agreement) 기반의 운영비용 최적화를 진행해 고객에게 최적의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전 전력연구원의 하이브리드 ESS

존폐 위기에 처한 국내 ESS 산업과는 별개로, ESS 연구개발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기술은 한전 전력연구원이 개발에 나서고 있는 하이브리드 ESS다. 하이브리드 ESS는 서로 다른 운전특성을 가진 이종 ESS로 구성된 것으로, 각각의 운전특성을 고려한 상호보완적인 운전을 수행함으로써 서로의 장점을 유지하되 단점을 상쇄시키는 효과를 얻기 위한 차세대 ESS 운영기술이다.

한전 전력연구원은 비나텍과 함께 지난해부터 하이브리드 ESS에 적용되는 MW급 주파수 조정용 슈퍼커패시터(슈퍼캡) 경제적인 모델 개발을 목표로, 내년 12월까지 ‘MW급 장수명·고용량 슈퍼캡 개발’, ‘슈퍼캡 배터리 하이브리드 ESS 기반 구축 및 운영기술 개발’, ‘MW 당 2.4억 수준의 슈퍼캡 시스템 경제성 모델 확보’에 나서고 있다.

슈퍼커패시터는 15년 이상 장기 사용이 가능하고 유지비용이 적어 다른 단주기 ESS보다 유지보수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배터리와의 하이브리드 ESS 협조 운전을 통해 역무를 분담해 배터리 수명을 대폭 연장하고 전기품질을 높일 수 있는 장점을 갖추고 있다.

슈퍼커패시터와 배터리 협조 운전을 실제 계통에 실증하는 기술은 선진국에서 시도됐지만, 아직 실증단계까지는 도달하지 못한 상황이다.

하이브리드형 ESS 개발에 나서고 있는 한전 전력연구원 신재생에너지연구소 그리드슈퍼캡프로젝트팀 박병준 책임연구원과 신제석 선임연구원은 “내년까지 슈퍼커패시터 에너지 밀도를 두 배 이상 높여 30초 이상 MW급 출력을 내는 고용량 시스템을 개발할 예정”이라며, “또한 사업화 모델을 확보해 한전 기술 우위와 다양한 수요 기반을 바탕으로 세계 시장 선점을 위한 전략적 아이템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대용량 ㎿급 슈퍼커패시터-ESS 하이브리드 설계·운영 기술이 향후 에너지 시장에서 신재생에너지 간헐성을 보완할 것”이라며, “탄소중립을 실현하는 중요한 축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한전 전력연구원이 지난 5월 개최한 주파수 조정용 하이브리드 ESS의 계통 적용을 위한 실증시스템 준공식 [사진=한전]
한전 전력연구원이 지난 5월 개최한 주파수 조정용 하이브리드 ESS의 계통 적용을 위한 실증시스템 준공식 [사진=한전]

ESS 전체 시스템 신뢰성 및 안정성 제고 절실

전문가들은 국내 ESS 활성화 방안으로 크게 ESS 전체 시스템 신뢰성 및 안정성 제고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국에너지공단 지역수용성실 한종현 실장은 “국내 ESS 산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화재 우려 해소, 신기술 개발과 수익모델 다변화가 필요한 상황으로 우선 정부에서 지난 5월 발표한 ESS(Energy Storage System) 안전강화 대책의 차질 없는 이행과 사전 화재 예방 활동으로 설비의 안전성 우려를 해소해야 한다”며, “이와 함께 비리튬계열, 대용량 등의 화재 위험성을 낮추고 오랜 시간 효율성을 유지할 수 있는 ESS 배터리 기술개발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어 “향후 재생에너지 입찰시장, 보조서비스 시장을 도입해 유연성 자원으로서의 ESS의 가치를 시장에서 보상받아 수익성이 확대될 수 있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전 전력연구원 신제석 선임연구원은 “2019년부터 침체기를 맞고 있는 국내 ESS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ESS 전체 시스템에 대한 신뢰성 및 안정성 제고가 필수적”이라며, “ESS를 구성하는 이차전지 및 관리시스템, 전력변환장치, 에너지관리시스템 등 개별적인 구성요소들을 통합해 전체 시스템을 구성하는 데 있어 설계, 제작, 설치 및 운영 등 전반적인 프로세스에 대한 전문적인 역량을 갖춘 기업을 육성하기 위한 제도적 지원, 검증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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