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조기업, 시대 흐름에 따라 인력운영 제대로 준비해야
  • 전시현 기자
  • 승인 2018.03.03 19: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모든 공정과 기능이 자동화되고, 고객의 요구에 맞춰 쉽게 제어할 수 있는 공장의 모습이 멀지 않았다. 이에 따라 제조업에서는 스마트 팩토리 도입이 가져올 직무의 변화와 인력 운영 문제는 피해갈 수 없는 현실이 됐다. 기업마다 스마트 팩토리 적응과 역량개발 방안에 집중투자를 해야 할 때이다.

스마트팩토리에 집중하는 동시에 전문 인력 양성에 힘써야

[Industry News 전시현 기자]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이 4차 산업혁명과 스마트팩토리에 대한 논의를 점화한 이후 글로벌 기업들의 스마트화 열기는 그칠 줄 모르고 있다. 마치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공개한 이후 세상이 스마트폰 이전과 이후로 양분된 것처럼 보이던 양상과 비슷하다. 스마트폰처럼 모든 공정과 기능이 자동화되고, 고객의 요구에 맞춰 쉽게 제어할 수 있는 꿈의 공장을 실현하고자 하는 기업들의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포스코경영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도입되면서 작업자 역할이 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업계 전문가는 스마트팩토리가 확산되면 작업자는 대량생산 작업의 수행자에서 기계의 감독자로 변화하게 된다고 조언했다. [사진=Roland Burger]

생산비용을 절감할 뿐만 아니라, 경쟁사보다 높은 품질의 제품을 신속하게 고객에게 전달할 수 있는 체제라는 점에서 스마트팩토리는 더욱 확산할 기세이다. 이에 더해 정보통신기술의 혁신은 상상을 초월하여 공장 전체의 모든 물리적 상황을 감지하고 자동화 전반을 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

스마트팩토리, 고도의 자동화와 일하는 방식의 변화
스마트팩토리의 자동화는 양날의 칼과 같아서 기업 구성원 사이에 일자리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세계경제포럼은 자동화로 인해 2020년까지 전 세계 제조업, 건설 및 광업뿐만 아니라 사무 행정직 일자리 7백만 개가 사라지고, 컴퓨터-수학-엔지니어링 등 미래 일자리 2백만 개가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줄잡아 5백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는 공포감은 과거 1차 산업혁명 당시 러다이트 운동의 악몽을 되새기게 한다.

스마트팩토리가 확산되면 작업자는 대량생산 작업의 수행자에서 기계의 감독자로 변화하게 될 것이다. 독일의 유명한 글로벌 컨설팅사 롤랜드버거는 이를 '육체 작업자'에서 '디지털 감독자'로 변화하게 될 것이라는 설명으로 표현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도입되면서 엔지니어 역량체계가 변화할 것이라고 업계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사진=독일 VDI, 엔지니어협회]

천성현 포스코경영연구소 경영컨설팅센터 수석연구원은 "작업자는 로봇과 각종 센서로부터 작업 현황을 파악할 수 있게 되기 때문에 육체적 작업은 최소화하게 되고, 다른 작업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작업자의 여력이 생긴다. 또한 산업 인터넷으로 연결된 각종 센서는 사물인터넷 기술과 접목하여 공정의 각종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통합 분석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주고 있다"라며 "인공지능 기술이 접목되면 공정 이상치, 품질불량 가능성을 사전에 파악하여 작업자에게 알려주거나 자동으로 대처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설명했다. 

현장에서 조업하던 작업자는 이제 전체 생산일정과 로봇에 동작을 입력하는 작업계획관리 업무를 주로 하게 된다. 또한, 공정작업뿐만 아니라 각종 센서와 데이터 분석 결과를 받아서 설비의 고장을 사전에 예지하거나 예방하기 위해 소프트웨어를 변경하는 보전업무를 동시에 수행하게 된다. 

스마트팩토리가 정착이 되면 현장에서 조업하던 작업자는 이제 전체 생산일정과 로봇에 동작을 입력하는 작업계획관리 업무를 주로 하게 된다. 제조 현장의 직무 감소는 불가피하게 된다. [사진=pixabay]

자동화로 인한 직무변화와 일자리에 대한 인식차
스마트팩토리로 인한 자동화는 아직 현실화되어 피부에 와 닿지 않은 탓에 기업 내 직무가 감소할 것이라는 비관론과 오히려 새로운 형태의 고도화된 직무가 늘어날 것이라는 낙관론이 팽팽하다. 다보스포럼 자료에 따르면 현재 스마트팩토리에 의해 현재 일자리는 당장 5백만 개 줄어든다.

보스턴컨설팅도 2015년 당시 미국 내에서 당장 7만 개의 인공지능 기계 제조업 일자리와 11만 개의 IT와 데이터 분석 직무가 증가하더라도 생산 분야와 품질관리 등 제조업에서는 17만 개의 일자리 사라질 것으로 보았다.

특히 천성현 수석연구원은 "동일 제조업 현장에서의 일자리가 증가 또는 감소하는 보완적 방식이 아니라 생산 현장에서 감소하고, 기계 제조업이나 정보통신산업의 일자리가 증가하는 방식이라는 점이 골칫거리"라며 결국 제조 현장의 직무 감소는 불가피한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을 내세웠다.

반면 자동화 직무가 고도의 업무로 변화됨에 따라 보완적인 대체가 이뤄지기 때문에 전체적인 직무 수의 변화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노동대체론은 비관론을 다소 누그러뜨리기도 한다. 특히 제임스 베센은 1980년부터 2013년까지 기업 내부의 직무와 고용을 분석한 결과 컴퓨터 활용을 통해 자동화가 높은 기업의 성장률이 높아 직무감소 효과를 상쇄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낙관론의 한 축을 이루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이 발표한 국내 주요 직무의 자동화로 인한 대체 가능성 연구 결과를 살펴보면 미국 내 일자리 대체율 47%에 비해 훨씬 높은 57%의 직업군이 자동화로 대체될 수 있는 고위험군으로 나타났다. 프레이앤오스본(Frey & Osborne)의 산출 방법에 따라 2014년도 한국내 직업군별 특징을 재분석한 결과, 제조업 분야에서는 기계관련직(0.753), 재료관련직(0.715), 화학관련직(0.725), 식품가공관련직(0.762)로 고위험군 10위권 내에 포진하고 있다.

한국고용정보원의 조사결과에서도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현행 직무가 부분적으로 대체될 것이라고 인식하는 직장인의 비율이 80%에 달했다. 그 중에서도 기계-재료-화학 관련 제조업 직무는 일자리가 감소할 것이라는 응답이 60% 이상을 차지하여 금융보험업 다음으로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자동화로 인한 직무 대체나 일자리 감소보다 더욱 큰 이슈는 직원들이 4차 산업혁명의 변화에 준비가 돼 있다는 응답이 20%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80%의 직원들이 전혀 준비되어 있지 않거나 일부 준비되어 있다는 정도의 응답이라 스마트팩토리 도입으로 인한 변화를 수용하기에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

지식 노동자로 환골탈태해 나갈 제3의 길을 찾아야
기업이 스마트팩토리를 도입하여 직무 변화가 이뤄진다면, 이를 수용할 수 있도록 구성원을 준비시켜야 할 필요가 있다. 전사적으로 기술 변화에 따른 인력운영계획을 수립하고 이에 따른 인력의 단계적 전환 배치를 통해 안정적인 변화과정을 다져 나가야 한다.

만약 인력운영에 대한 준비가 사전에 이뤄지지 않으면, 자칫 우수한 기술 인력임에도 불구하고 재배치할 자리가 부족하여 내보내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독일 정부도 인더스트리 4.0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도제교육과 함께 전체 공정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여 인력 개발을 체계적으로 준비하는 데에 공을 들이고 있다.

국내 기업 중 스마트 팩토리 도입의 선도사로 유명한 LS산전의 경우, 고도의 자동화 설비를 도입하고, 설계부터 생산 및 고객 전달과정을 체계적으로 정비했다. 스마트 팩토리 도입 이후 자동화에 따라 현장 작업인력은 스마트 설비를 조작하고 운영 현황을 모니터링 하는 기계의 관리자로서 역할을 수행하게 됐다. 현장 작업 변화로 인해 생겨 난 여유 시간에 기술 지식에 대한 역량 향상과 각종 설비관련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그 결과 현장 사원들은 설비를 연구하여 각종 개선 아이디어를 창출하고 새로운 공정을 제안하고 장착하는 혁신 추진자, 지식 근로자로 변신하게 됐다.

국내 스마트팩토리 구축을 위한 ICT 기업의 변신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LG CNS, 삼성 SDS, 포스코 ICT, SK C&C 등 주요 그룹의 정보통신 계열사들도 공장 전반의 스마트 솔루션을 개발하고 현장에 구축하기 위한 시스템 구축에 나서고 있다. 이를 위해 IoT, 빅데이터 분석 전문가 등 신기술 인력을 조기에 확보하는 데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고 있는 독일 정부와 기업은 향후 엔지니어들이 갖춰야 할 역량을 연구하여 체계적인 교육훈련에 활용하고 있다. 독일 엔지니어 협회 VDI의 조사에 따르면 사람과 기계가 협업하기 위해 IT지식과 역량, 데이터 처리 및 분석 기술, 공정 구조 이해, 설비 및 로봇 조작 스킬을 반드시 갖춰야 한다고 조언한다.

더 나아가 전 공정과 전 기술을 이해하고 융합하여 문제해결 할 수 있는 역량도 중요하고, 향후에는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밍과 코딩 스킬도 갖출 것을 권고하고 있다.

포스코경영연구소 천성현 수석연구원은 "국내 P사도 제조업 혁신을 위해 스마트 팩토리 구축을 중요한 핵심전략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도 스마트 팩토리를 주도하는 지도자들도 서로의 경험을 나누며 4차 산업혁명을 끌고 나가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사진=포스코경영연구소]

글로벌 기업도 디지털 기술인력 양성에 집중 운영
한편 GE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를 육성하기 위해 디지털 기술인력 양성과정을 대대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일회성 집합교육이 아닌 2년간 프로젝트 수행과 온오프라인 교육방식을 병행하는데, 총 3~4회 정도 업무순환 배치를 통해 소프트웨어 개발 프로젝트를 경험하게 하고, 주기적으로 2주간 집합교육과 온라인교육 등을 통해 실무와 프로젝트 리더십을 배양한다.

국내 P사도 제조업 혁신을 위해 스마트 팩토리 구축을 중요한 핵심전략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스마트 팩토리 구축을 위해 기존 생산 공정에 각종 IoT 센서를 통해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하기 위한 전문가를 육성하고 있다. 단순히 신기술 강의에 그치지 않고, 제조 현장의 스마트화를 위한 혁신과제를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하여 해결하는 액션러닝 방식으로 진행한다.

천성현 수석연구원은 "제임스 와트, 매튜 볼턴, 다윈의 할아버지 에라스무스 다윈, 조사이어 웨지우드, 산소를 발견한 조셉 프리스틀리, 이들의 공통점은 18세기 영국 버밍엄에 정기적으로 밤에 모여 토론하는 '루나 소사이어티(Lunar Society)'의 회원이다. 이들은 서로 모여 새로운 기계에 대해 아이디어를 내기도 하고, 제조 공정상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토론하던 모임이었다"라며 "이들이 곧 영국 산업혁명을 주도한 아이디어 산실이자 새로운 공장인 소호제작소의 스폰서라고 할 수 있다. 국내 기업들도 스마트 팩토리를 주도하는 지도자들도 서로의 경험을 나누며 4차 산업혁명을 끌고 나가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