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를 기회로’ 소재·부품·장비 분야 경쟁력 강화 나선다
  • 정한교 기자
  • 승인 2019.09.10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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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폭 증가된 3,000억원 예산 편성, 연구개발 인프라 확충 등 차세대 성장동력 육성 계획

[인더스트리뉴스 정한교 기자] 미중무역전쟁 심화 및 일본의 수출규제 등 대외 여건 악화로 인해 국내 수출 실적이 감소했다. 지난 8월 관세청 통관자료 및 무역통계(KITA)를 살펴보면, 8월 수출 실적은 13.6% 감소한 442.0억달러로 나타났다. 올해 최대 감소치를 보였던 6월(13.8%)에 비해선 다소 개선된 상황이지만,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분명하다.

특히, 미중무역전쟁의 심화는 세계 경기를 둔화시키고 세계 교역 위축, 제조업 경기 부진이라는 결과를 낳고 있어 수출 상위 10개국이 모두 수출 실적이 감소되는 상황이다. IMF는 지난해 4월 4.7%로 전망했던 ‘2019년 세계 경제성장률 및 교역증가율’을 꾸준히 하향시키며 지난 7월 2.5%까지 하향 조정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소재·부품·장비 산업 경쟁력 강화는 경제강국을 위한 전략과제”라며 투자 확대, R&D 개발, 인프라 확충 등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사진=dreamstime]
문재인 대통령은 “소재·부품·장비 산업 경쟁력 강화는 경제강국을 위한 전략과제”라며 투자 확대, R&D 개발, 인프라 확충 등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사진=dreamstime]

수출 실적 감소는 제조업에서 두드러진다. 상위 수출국인 미국, 중국, 독일 등은 모두 제조업경기지수(PMI)가 50 이하를 기록했다. 미국이 50 이하를 기록한 것은 2009년 9월 이후 최초이다. 전 세계적인 수출 부진은 국가 경제의 상당 부분을 수출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 경제에 많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수출규제와 관련해선 산업통상자원부는 “아직까진 우리 수출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제조업의 근간인 핵심부품과 소재, 장비를 상당 부분 해외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국내 기업들이 자칫 장기화된 수출규제로 인해 큰 피해를 볼 수도 있는 상황이다.

소재·부품·장비 분야, 투자 확대 및 기술개발

정부는 일본의 수출규제로 인한 위기를 기회로 만들겠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2020년 소재·부품·장비 기초·원천 연구개발(R&D)에 기존 약 1,600억원 규모에서 대폭 증가된 3,000억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지난 8월 ‘소재·부품 경쟁력 강화 대책’ 및 ‘소재·부품·장비 연구개발 종합대책’을 발표한데 이어 대폭 확대된 예산안을 발표하며 소재·부품·장비 기초·원천 R&D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부의 의지를 확고히 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성윤모 장관은 “일본 수출규제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기 위해 소재·부품·장비 경쟁 강화대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할 계획”이라며, “소재·부품·장비 산업의 핵심 기술 확보를 위해 예타면제를 통한 대규모 R&D 자금을 투입하고, 글로벌 소재·부품·장비 기업과의 M&A에 무역금융을 지원해 수입선 다변화 뿐만 아니라 소재·부품·장비 산업을 차세대 수출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기 위해 정책적 노력을 집중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에 발맞춰 기초·원천 R&D 분야에 투자규모 대폭 확대, 투자 효율 제고를 위한 R&D 추진방식 혁신과 부처 간 칸막이 해소, 개방·공유·협력의 R&D 인프라 확충 등을 본격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소재·부품·장비 기초·원천 R&D 투자 2배 확대

정부는 2020년 소재·부품 등에 특화된 기조연구실 60여개를 지정,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주력산업의 핵심소재 기술 자립을 위해 연구 저변 확대와 기초기술 확보를 지원한다. 핵심 원천기술 확보를 위해선 나노·미래소재 원천기술 개발사업을 추진한다. 이를 위해 2020년부터 2032년까지 총 4,004억원이 투입되며, 해외 의존도가 높은 소재의 혁신적 대체소재 원천특허 확보를 위한 3개의 신규 연구단을 추가 선정할 계획이다.

또한,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받아온 기초·원천 연구와 개발·사업화 연구의 간극 해소를 위해 대학과 출연(연) 등이 보유한 원천기술과 기업의 수요를 융합하는 소재혁신 플랫폼을 구축한다. 이를 위해 소재혁신 선도 프로젝트(가칭)를 진행하고, 2020년 326억원을 투입한다. 잠재적 소재 전략 무기화 등에 대응하기 위해 주로 미래소재 중심으로 지원됐던 기초원천 R&D 투자를 주력산업 분야의 기술자립이 시급한 소재와 선제적 위기 대응 소재 등으로 다양화할 계획이다.

기초·원천 R&D 투자효율 제고를 위한 R&D 수행방식 혁신

기초·원천 R&D 투자효율 제고를 위해 기초·원천 R&D 추진 시 산·학·연의 과도한 과제 수주 경쟁을 완화하고, 연구개발 주체 간 역할 분담과 연계 강화에도 나선다. 공공연구기관 중심으로 운영됐던 ‘소재 연구기관 협의회’를 확대 개편해 ‘소재혁신전략본부(가칭)’를 출범한다.

또한, 이러한 R&D 사업들이 최적의 사업추진 방식을 통해 수행되도록 관련 기술 수준과 산업 성숙도 등에 따라 차별화된 지원방식을 적용한다. 기술수준에 비해 미흡한 산업 성숙도를 보이는 소재를 관련 기업과 연구단이 함께 명확한 기술목표를 설정하고 ‘기술 선도형 연구수행을 추진’한다. 산업 경쟁력에 비해 기술수준이 낮은 소재 분야는 ‘경쟁형 연구개발 방식’을 통해 조기에 기술 수준의 향상을 도모한다는 계획이다. 기술수준, 산업 경쟁력이 모두 낮은 미개척 분야는 연구자의 창의성이 극대화되도록 ‘도전형 연구개발 방식’을 도입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소재·부품·장비 분야에 대한 현금지원 규모를 투자규모 대비 종전 보다 10% 증가된 최대 30%에서 40%로 상향할 계획이다. [사진=산업통상자원부]
산업통상자원부는 소재·부품·장비 분야에 대한 현금지원 규모를 투자규모 대비 종전보다 10% 증가된 최대 30%에서 40%로 상향할 계획이다. [사진=산업통상자원부]

개방·공유·협력의 연구개발 인프라 확충

소재·부품 연구개발 주체 간의 정보 개방과 공유를 활성화하고, 첨단연구 인프라를 바탕으로 한 유기적 협업 연구개발 지원을 위해서는 올해부터 향후 5년간 약 1,700억원이 신규로 투자된다. 이중 450억원을 투입해 소재·부품 연구개발 과정에서 개별 연구자들이 축적한 다양한 연구데이터를 수집·공유·활용하는 소재연구 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한다. 플랫폼 구축으로 연구개발의 소요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고, 다양한 연구 성과의 연계와 융합도 촉진할 계획이다.

또한, 기존 소재 원천기술의 완성도 제고를 통한 조기성과 창출과 시급한 반도체 소재·부품 테스트베트 구축을 위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올해 241억원의 추경예산을 편성해 추진 중이며, 9월 중 연구단 및 시설·장비 구축기관 선정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소재·부품·장비 외국인 투자유치에 집중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9월 5일 ‘외국인 투자 정책협의회’ 개최를 통해 새로운 외국인 투자정책 방향을 모색하고, 이에 따른 인센티브 제도 개편방안 등을 논의했다. 이날 한국무역보험공사 정대진 투자정책관은 최근 무역전쟁, 수출규제 등으로 소재·부품·장비 분야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음을 지적하며 “소재·부품·장비 분야에 대한 외국기업 유치를 중심으로 ‘5년 연속 외국인 직접투자 200억달러 이상 달성’을 위해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협의회를 통해 산업통상자원부와 각 지자체, 코트라(KOTRA)는 소재·부품·장비 분야의 기업 타깃 선정 단계부터 함께하며 유치역량을 집중시킬 계획이다. 아울러 소재·부품·장비 분야에 대한 현금지원 규모를 투자규모 대비 종전 보다 10% 증가된 최대 30%에서 40%로 상향한다. 공장 설립 시 인허가 절차 소요기간 단축 등 기업 애로사항 해결에도 적극 행동할 계획이다.

전 세계적으로 위축되고 있는 FDI 환경에 보다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9월 19일 독일에서 국가-지자체 합동 투자유치설명회(IR)를 개최하고, 이후에도 중국(10월), 미국(11월), 영국(2020년 초) 등 다양한 국가에서 IR을 개최할 예정이다. 또한, 외국기업의 증액투자 유도를 위해 ‘외국인투자 카라반’, ‘분기 외투기업인의 날’, 외투기업과의 간담회 등을 개최한다. 코트라 해외무역관은 외국기업의 투자 동향을 모니터링하고 한국 투자와 관련된 특이 동향 발생 시 선제적으로 대응한다.

대통령 소속 전담조직 설치

소재·부품·장비 산업 경쟁력의 획기적인 강화를 위한 방안으로 대통령 소속 전담 조직인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위원회’가 설치된다. 정부는 9월 10일,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를 개최하고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정안’을 심의·의결했다. 위원회는 품목별 경쟁력 강화를 위한 주요 정책 사항을 효율적으로 심의·조정하기 위해 대통령 소속으로 설치되며, 기획재정부 장관이 위원장을 맡게 된다. 부위원장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맡으며, 약 30여명의 위원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를 통해 “소재·부품·장비 산업 경쟁력 강화는 경제강국을 위한 전략과제”라며, “최근의 한일관계 차원을 넘어 한국 경제 100년의 기틀을 세우는 일이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를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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