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이슈] 각 지자체, ‘지역 밀착형’ 대응책으로 日 수출 규제 ‘돌파구’ 마련
  • 최기창 기자
  • 승인 2019.08.20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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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특색 반영한 지원책으로 눈길 끌어

[인더스트리뉴스 최기창 기자] 지난 두 달 동안 한국은 다양한 위기에 직면했다. 이중 가장 큰 이슈는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였다. 지난 7월 초 일본 정부가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포토레지스트, 불화수소 등 반도체 3개 품목 수출시 의무적으로 개별허가를 받도록 지정한 뒤 일본 각의를 통해 수출무역관리령을 개정하며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했다.

정부도 즉각적으로 대응에 나섰다. 일본의 조치를 ‘무역 보복’으로 인식한 정부 역시 일본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했다. 또한 각 부처는 다양한 각도로 단‧중‧장기 정책을 쏟아냈고, 소재부품수급대응지원센터를 설립해 통합 대응에도 나섰다.

김경수 경남지사가 일본 수출 규제와 관련해 총력 대응을 지시했다. [사진=경상남도]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일본 수출 규제와 관련해 총력 대응을 지시했다. [사진=경상남도]

오는 8월 28일 일본의 수출무역관리령 시행을 앞두고 각 지방자치단체 역시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이들은 이번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에 따라 지역 경제와 밀접한 영향이 있는 제조업이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다양한 해결 방안들을 내놓았다.

부산‧울산‧경남, “위기는 기회, 재도약 기회로 삼겠다”

제조업 부흥에 매진 중인 부산‧울산‧경상남도 지역은 일찌감치 대응에 나섰다.

그동안 일본과 가장 활발한 교류를 이어오던 부산시는 부산중기청, 부산세관, 금감원 등 정부 산하기관과 무역협회, 부산상의, 부산경총 등 민간 관계기관과 함께 ‘수출규제지원대책단’을 출범했다. 이후 피해기업조사반, 긴급자원지원반, 산업육성지원반, 관광산업지원반 등 대책반 4개를 꾸린 뒤 다양한 활동을 전개했다.

우선 일본의 수출규제 품목과 해당 기업체 현황 분석에 나섰다. 부산시 측은 “부산 지역의 경우 2,121개 품목에 회사 2,841개가 이번 일본 무역 규제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 수입액도 24억92백만 달러로 조사됐다”며, “이 중 50% 이상 의존도는 132개 품목 658개사, 90% 이상은 59개 품목 244개사, 100% 의존도는 16개 품목 63개사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부산시는 의존도가 높은 품목과 기업을 중심으로 재고 현황, 대체 가능 여부 등을 정밀히 조사해 지원대책을 추가로 마련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더욱 효율적인 지역밀착형 정책 마련이 기대되는 이유다.

또한 100억원 규모의 긴급 특례보증 절차를 8월 안에 완료해 피해기업이 직접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며, 추경예산에 수입선 다변화 지원 등 관련 예산 48억원을 긴급 편성했다. 소재 부품산업 국산화 과제도 발굴‧기획할 계획이다. 더불어 관광이 특성인 부산의 산업 구조를 반영해 일본 관광객 감소와 항공편 감축으로 인한 여행업계와 소상공인 피해 상황도 지속해서 점검할 예정이다.

지역 정부기관인 부산지방중소벤처기업청과 부산본부세관에서도 자체 피해센터 및 상담창구를 개설했다. 금융감독원 부산울산지원에서도 ‘금융 부문 비상대응 테스크포스(TF)’를 운영하는 등 부산 지역 기관 대부분이 피해기업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선다.

특히 부산시는 일본 무역 분쟁과 함께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영향도 면밀히 관찰한다는 계획이다.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전자부품, 철강제품 등 중간재 및 자본재 등의 교역량 감소로 지역 경제가 타격을 입을 것으로 분석했기 때문이다. 부산시 유재수 경제부시장은 “지금 당장의 피해는 없지만, 불확실성 증가로 인해 기업들의 우려가 큰 것이 현실”이라며, “긴급자금 지원 등 단기적인 대책은 즉시 시행하고 산업육성 등 장기적인 과제는 정부정책과 연계하여 연구․개발(R&D) 과제 발굴과 예산 확보 등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각 지자체들이 일본의 수출 규제와 관련해 '지역 맞춤형' 정책을 쏟아냈다. [사진=dreamstime]
각 지자체들이 일본의 수출 규제와 관련해 '지역 맞춤형' 정책을 쏟아냈다. [사진=dreamstime]

울산광역시도 마찬가지다. 울산시는 울산지방중소벤처기업청, 울산경제진흥원, 한국화학연구원, 울산발전연구원 등 유관 기관과 함께 다양한 정책을 펼친다. 중소기업 피해 사례와 애로 사항, 대일본 무역 현황 조사는 물론 향후 규제 가능성이 있는 화학소재에 대한 분석 등을 진행했다.

또한 지난 7월 23일 설치한 ‘일본 수출규제 대응 비상대책반’을 활용해 기업 피해 사항 등 정확한 실태 파악, 수입경로 발굴 지원, 수입선 전환 비용 지원사업 추진 등의 업무를 적극적으로 수행한다. 또한 관련 연구 기관과 함께 핵심 소재 국산화를 위한 연구 개발 및 기반 구축을 추진할 계획이다.

더불어 추경 예산을 소재융합혁신기술개발 및 소재부품기술개발, ICT 융합 전기추진 스마트선박 국산화 기술 개발, 피해기업체 조사 및 맞춤형 기업지원 사업 등에 투입하기로 했다. 또한 기업 피해 상황 상시 모니터링과 함께 일본산 부품‧소재‧장비의 수입선 다변화와 대체 시장 발굴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며, 울산신용보증재단을 통해 300억원 규모의 특례보증자금을 마련할 예정이다.

경상남도 역시 조기 대응에 팔을 걷었다. 8월 초 김경수 도지사가 직접 “이번 일본의 수출 규제를 경남 제조업 도약의 계기로 삼겠다”고 선언한 뒤 다양한 대책을 내놓았다. 즉각적으로 ‘경상남도 일본 수출입애로 상담센터’ 운영에 돌입했고, 관련 기업과 유관기관, 연구기관 관계자가 대거 참석한 ‘산업혁신분과 Kick Off 회의’를 통해 다양한 정책 논의를 펼쳤다.

경상남도는 피해 예상기업 상담과 300억원 규모의 긴급경영안전자금 지원을 비롯해 지방세 납부 연장, 징수유예 등 세제 지원도 병행한다는 복안이다. 더불어 일본 수출규제 관련 설명회 개최, 기업 실태조사 및 현장방문 등을 통해 기업이 궁금해하는 정보를 제공해 기업 피해 최소화에 나선다.

제조업 체질 개선을 위한 장기 과제 수행에도 적극적이다. 경상남도는 신기술 제품 상용화를 위한 부품 소재 시험평가와 인증지원센터를 구축할 방침이며 추경 예산 5억원을 활용해 스마트산단 표준제조혁신 공정모듈 구축 지원에도 팔을 걷었다. 이번 위기를 오히려 도약의 계기로 삼겠다는 김경수 지사의 의지가 발 빠른 대응책으로 진화한 셈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일본 수출규제와 관련해 다양한 정책을 소개했다. [사진=서울시]
박원순 서울시장이 일본 수출규제와 관련해 다양한 정책을 소개했다. [사진=서울시]

‘금융 지원 중심’ 서울… 경기도는 ‘생산 인프라 구축’이 핵심

서울시도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금융 지원 관련 정책에 방점을 찍은 것이 특징이다. 우선 중소기업육성기금 융자금을 2,000억원으로 확대해 운영한다. 수출 규제 대상 업종 직접 피해 기업은 물론 간접 피해 기업과 핵심소재 국산화 추진 기업에도 융자를 지원한다. 피해업종 매출채권 보험료 신규지원에도 나선다. 이를 통해 반도체와 정밀화학원료, 전자부품, 엔진, 승용차, 탄소섬유, 화학물질 및 제품, 플라스틱, 전기장비 부품 등 일본 수출의존도가 높은 10대 품목 분야 기업의 경영 리스크 완화에 이바지한다는 방침이다.

중소기업 수출보증 보험료도 지원한다. 단기 수출보험은 물론 수출신용보증에도 나서며, 피해 기업에 대한 지방세 징수 및 재산세 고지 유예, 징수 연장 등 세제 지원책도 마련했다. 또한 일본 수출규제 종합대책 상황실과 피해조사단 운영 등을 통해 앞으로 닥칠 위기에도 대비한다는 복안이다.

제조업에 집중 투자 중인 경기도 역시 구체적인 지원책 마련에 분주하다. 이재명 지사가 직접 “일본의 경제 침공은 위기지만, 새로운 출발을 위한 기회”라며 다양한 해결책 마련을 지시했다. 특히 대형 반도체 공장이 있는 경기도의 특성에 맞는 다양한 정책들을 꺼냈다.

이에 따라 경기도는 단기적 긴급자금 및 산업피해 조사, 대체 물량 확보 및 국산화 추진, 긴급경영특별 자금 및 상환유예 확대 검토 등 대일 수입 의존도가 높은 품목들과 연관 있는 기업들을 위한 맞춤형 지원책을 준비했다. 수입선 다변화를 위한 대체 물품 확보도 지원한다. 또한 중앙부처와 협력해 반도체 소재부품 연구개발비 지원, 제품 개발 및 수요 업체 세제지원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경기도형 생산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소재부품 국산화 연구개발센터(가칭)와 경기글로벌기술협력센터(가칭) 구축을 통해 경기도를 소재부품 국산화 R&D의 메카로 만들겠다는 복안이다. 또한 소재부품 평가 플랫폼을 구축해 성능인증 테스트베드도 지원함은 물론 국산화 지원 펀드 조성 및 반도체 전문 인력 양성에도 힘을 쏟을 계획이다.

경기도는 특히 시군과의 협력체계도 구축했다. 지난 8월 5일 이화순 행정2부지사 주재로 개최한 시군 부단체장 영상 회의를 통해 피해기업들의 애로 사항 해결과 안정적 경영활동 지원을 위한 다양한 지원책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수원과 용인, 화성, 파주, 이천 등 지방자치단체의 시 단위 대응 상황도 공유하는 등 경기도와 시군의 유기적인 협력을 위한 다채로운 의견을 교환했다.

경기도가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를 기회로 경기도형 생산 인프라 구축에 나선다. [사진=경기도]
경기도가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를 기회로 경기도형 생산 인프라 구축에 나선다. [사진=경기도]

추경 예산 일부도 이번 사태 대응에 활용한다. 경기도는 우선 R&D와 자금지원, 인프라 등 3개 분야 7개 사업에 321억원을 편성했다. 특히 소재‧부품 국산화 연구개발사업과 기술개발사업에만 2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며, 글로벌 기업 연계 부품국산화에도 예산을 지원한다. 화이트리스트 배제로 핫 이슈가 된 ‘미래 먹거리’ 시스템 반도체 육성 및 국산화 사업에도 10억원을 편성하는 등 R&D에만 220억원을 투입한다.

피해 기업 구제책 마련에도 신경을 썼다. 경기도신용보증재단과 경제과학진흥원을 통해 ‘소재부품장비 피해기업 운전 및 시설투자 특례지원’, ‘소재부품 국산화 펀드 조성’ 사업 등에 총 100억원을 지원한다.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전략 수립을 위한 ‘인프라 분야 수출규제 대응 전략 수립 연구용역’에도 1억원을 반영했다.

이 밖에도 다른 지역들 역시 추경 예산을 활용해 지역 제조업 기반 조성과 피해 지원에 나서는 등 지역 제조업 기반 유지를 위한 다양한 정책들을 발표했다.

다채로운 지역 밀착형 정책들이 쏟아져 나온 가운데 다만 현황 조사 등 구체적인 피해 파악에는 아직 미흡하다는 지적도 있다. 또한 지자체 행정 범위의 한계로 인해 세제 및 금융 지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도 아쉬운 점이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들은 앞서 중앙정부 및 각 부처가 제시한 해결 방안 등의 보완책이다. 또한 지역의 요구를 각 지자체가 빠르게 반영해 정책을 마련했다는 것은 긍정적이다.

지방정부의 다양한 노력이 일본 수출 규제로 인한 제조업 위기의 돌파구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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