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세계 최초 노면소음억제 기술 RANC 상용화… No 소음시대 '성큼'
  • 정형우 기자
  • 승인 2019.11.11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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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C에서 진화된 RANC, 제네시스 신차에 적용 계획

[인더스트리뉴스 정형우 기자] 고급 세단을 타고 가는 중이라 치자. 부드러운 소재의 최고급 시트에 앉아 첨단 기술이 접목된 인체공학적 설계로 편안한 승차감을 제공할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만약 노면 소음과 풍절음이 크게 들려온다면? 앞서 언급된 요소는 무의미해질 것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정숙성의 중요도를 높게 책정하고 새로운 기술, RANC(Road-noise Active Noise Control: 능동형 노면소음 저감기술)를 개발했다. [사진=현대자동차]

제 아무리 호텔 스위트룸 같은 안락한 승차감과 고급스러움을 갖춘 자동차라 하더라도 시끄럽다면 그 가치는 떨어지기 마련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정숙성의 중요도를 높게 책정하고 새로운 기술, RANC(Road-noise Active Noise Control: 능동형 노면소음 저감기술)를 개발했다. 세계 최초로 개발된 이 기술은 도로에서 발생해 실내로 유입되는 노면소음을 크게 줄여준다. 앞으로 나올 제네시스의 신차에 적용할 계획이다.

자동차 소음의 종류, 한 가지가 아니다

자동차에서 발생하는 소음의 종류는 다양하다. 엔진을 비롯한 구동계에서 올라오는 소음, 차가 주행함에 따라 공기의 저항으로 인해 발생하는 풍절음, 그리고 타이어가 노면과 접촉할 때 발생하는 노면소음이 대표적이다.

일반적으로 사람의 귀로 들을 수 있는 가청 주파수는 20~20,000Hz로 자동차 소음은 20~10,000Hz 사이에서 존재하며, 보통 500Hz를 기준으로 그 이하는 저주파, 그 이상은 고주파로 나눈다. 소음 중 노면소음은 500Hz 이하의 저주파로써 실 운전영역 대에서 자주 발생하기 때문에 운전 중 가장 신경쓰이는 소음이다.

문제는 이러한 저주파 소음에 자주 노출되면 스트레스, 피로감, 더 나아가 공황장애를 경험하기도 한다. 현대차가 RANC를 개발한 이유이기도 하다. 

소음 중 노면소음은 500Hz 이하의 저주파로써 실 운전영역 대에서 자주 발생하기 때문에 운전 중 가장 신경쓰이는 소음이다. [그림=현대자동차]

기존 수동적인 소음 차단 방식은 차음재, 다이나믹 댐퍼 등을 사용함에 따라 차 무게가 증가되고 비용 상승으로 이어져 불리한 연료소비효율과 원가상승을 불러왔다. 그리고 웅웅 거리는 저주파 소음의 차단도 불완전했다.

진화된 소음제어 기술이 필요할 떄

그래서 능동형 소음 저감 기술인 ANC(Active Noise Control)등장했다. 65~125Hz 대의 저주파 소음을 줄여주는 이 기술은 기아자동차 K9, 현대자동차 팰리세이드에도 적용된 바 있다.

ANC는 기존의 자동차엔 엔진소음에 국한돼 적용됐다. 엔진소음은 예측 가능한 범위 내에서만 발생하기 때문인데 반면, 노면소음은 약 0.009초만에 실내로 전달되는 데다 차단하기에는 처리해야 할 타이어 종류, 노면 상태 등 변수가 너무 많기 때문에 ANC 기술을 적용할 수 없었다.

하지만 RANC기술은 소음 분석부터 반대 위상 음파를 발생하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이 고작 0.002초에 불과하기 때문에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불규칙한 노면소음을 효과적으로 줄이는 것이 가능하다.

RANC는 Road-noise라는 단어에서 알 수 있듯이 주행 시 발생하는 노면소음을 저감시키기 위해 개발된 기술이다. 시스템은 가속도 센서, DSP(Digital Signal Processor, 음향신호 분석을 위한 제어 컴퓨터), 마이크, 앰프, 오디오 등으로 구성된다. 시스템을 최대한 단순하게 하기 위해 오디오는 별도의 오디오 시스템이 아닌 차에 원래 내장된 오디오를 활용한다.

RANC는 노면에서 올라오는 다양한 소음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그와 반대되는 주파수를 생성하는 방법으로 소음을 크게 줄인다. [사진=현대자동차]

RANC의 원리는 반응이 빠른 가속도 센서를 이용해 노면에서 차로 전달되는 진동을 계측하면 DSP(Digital Signal Processor)라는 제어 컴퓨터가 소음의 유형과 크기를 실시간 분석한 뒤 역위상 상쇄 음파를 생성해 오디오 시스템의 스피커로 내보내는 방식이다. 그리고 RANC용 마이크는 노면소음이 제대로 상쇄되고 있는지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 DSP가 소음 저감 효과를 높이도록 도와준다.

이 모든 과정은 소리보다 빠르게 이뤄져야 한다. 자동차의 실내공간에 따라 다르겠지만 보통 노면소음이 승객에게 닿기까지는 약 0.009초가 걸린다. 그러나 RANC가 진동과 소음을 파악해서 제어음을 만드는 데에는 불과 0.002초 밖에 걸리지 않는다. 거의 찰나에 가까운 시간 안에 실시간으로 소음을 측정하고 분석해 반대 위상의 소리를 만들어 주는 것이 바로 RANC의 핵심 기술이다.

특히 RANC는 기존의 흡음재와 ANC로 잡아내지 못했던 저주파 대의 노면소음을 3dB 저감 가능하다. 포장된 지 오래된 아스팔트 노면 및 교량의 연결부를 통한 부밍 소음 등을 효과적으로 제어할 수 있다.

이론으로만 존재하던 기술을 현실로

이미 100여년 전에 나온 ANC 이론은 측정과 분석기술이 뒷받침되지 못해 예측 가능한 엔진소음 정도에만 겨우 적용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를 해낸 것은 이강덕 연구위원이 이끄는 현대자동차그룹의 연구개발본부 NVH리서치랩이다. 이들은 RANC라는 이름의 노면소음 제어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현대자동차그룹 연구개발본부 NVH리서치랩 이강덕 연구원은 "선행 개발 당시 아날로그 센서를 이용해 초기 시험을 진행했다. 하지만 이 센서의 가격만 2,000만원이 넘었다. RANC 양산을 위해 경제성 있는 센서를 찾아봤지만 찾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내린 결론이 디지털 센서의 적용이었다. 2년 동안 진행한 아날로그 방식을 버리고 모든 걸 새로 시작해야 했다. 디지털 센서부터 가속도 센서, 마이크, 제어기까지 디지털 방식으로 전부 새로 만들어야 했다"고 말했다.

NVH리서치랩은 6년여의 개발기간을 거쳐 RANC기술을 완성해냈다. [사진=현대자동차]

NVH 리서치랩이 RANC 기술을 개발하는 데에는 약 6년이 걸렸다. 위에서 언급한 아날로그 방식에서 디지털 방식으로의 변경 외에도 노이즈 처리, 연산 딜레이 축소 등의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숱하게 많은 밤을 지새야 했다. 그리고 그 결과, 노이즈를 줄이고 연산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인 RANC를 완성한 것이다.

새로운 자동차 트렌드를 선도할 기술

RANC 적용으로 감소하는 약 3dB의 소음은 이를 적용하지 않았을 때보다 실내 소음에너지가 절반 수준으로 줄어드는 효과를 낸다.
즉, 기존 NVH저감 기술의 한계를 넘어 조용한 자동차 실내의 구현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수소전기차와 전기차는 파워트레인 소음이 거의 없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노면소음이 두드러질 수밖에 없어 RANC가 적용되면 더욱 효과가 클 것으로 보인다.
현대자동차그룹은 RANC의 핵심 요소기술인 센서 위치 및 신호 선정 방법에 대해 한국과 미국에 특허 출원을 완료했다.
이강덕 연구원은 “RANC는 기존 NVH기술을 한 단계 도약시킨 혁신적인 기술”이라며 “NVH 저감 기술 분야에서 지속 우위를 확보하고 고객에게 최고의 정숙성을 선사하기 위해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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