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제조장비산업 반도체‧디스플레이가 주도…공작기계 둔화, 산업용 로봇 선방
  • 김관모 기자
  • 승인 2020.09.02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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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연, 장비산업 분석결과 발표… “성장 열쇠는 R&D 및 M&A, 수익성 이끄는 정책도 필요”

[인더스트리뉴스 김관모 기자] 한국 제조장비산업이 2000년 이후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 중심으로 성장한 가운데 최근 산업용 로봇 분야도 빠른 성장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공작기계 분야는 전체적으로 성장이 둔화되거나 위축되는 모습을 보였다.

이와 관련해 한국기계연구원(원장 박상진, 이하 기계연)은 관련 보고서를 발표하고, 기업들에게는 고용과 R&D 투자 확대, 수익성을 높일 수 있는 과감한 M&A를 제언했으며, 정부에게는 더욱 정밀한 정책을 요구했다. 특히 각 산업 분야에 따라 성장패턴이 확연히 다르게 나타났다는 점을 지적하고, 분야별 맞춤형 과제를 분석하고 맞춤형 정책 수립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한국기계연구원이 '우리나라 제조장비기업의 성장·혁신·수익패턴 분석과 시사점'을 발간하고 제조장비산업의 19년사를 되짚어 분석했다. [사진=dreamstime, utoimage]
한국기계연구원이 '우리나라 제조장비기업의 성장·혁신·수익패턴 분석과 시사점'을 발간하고 제조장비산업의 19년사를 되짚어 분석했다. [사진=dreamstime, utoimage]

기계연, 성장·혁신·수익패턴으로 제조장비산업의 질적 분석 시도

기계연은 연구원 산하의 기계기술정책센터가 부경대학교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곽기호 교수 연구팀과 공동 연구로 9월 2일 기계기술정책 100호 <우리나라 제조장비기업의 성장·혁신·수익패턴 분석과 시사점>을 발간했다.

연구팀은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 공작기계, 산업용 로봇 등의 제조장비기업을 대상으로 지난 19년 간(2000년~2018년)의 성장·혁신·수익 패턴을 분석했다. 그 결과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은 급격한 성장을 보인 반면 공작기계 산업은 2010년 이후 성장 정체에 머무른 것으로 확인됐다. 산업용 로봇의 경우 성장세를 보였지만, 절대적인 규모면에서는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 산업의 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연구팀은 이번 제조장비산업 분석을 위해 성장과 혁신, 수익 등 세 가지로 패턴을 나눴다. 성장패턴에는 기업수와 매출 및 고용, 기간별 매출, 고용증가율 등이, 혁신패턴에는 R&D 비용 및 R&D 집약도가, 수익패턴에는 영업이익과 영업이익률, 부가가치율 등이 활용됐다. 관련 자료들은 한국기업데이터(KED)를 기반으로 이뤄졌다. 기업 범위는 산업활동에서 핵심 역할을 수행하며, 공신력 있는 재무정보를 제공하는 외감(자산 120억원 이상 혹은 자산‧부채가 각각 70억원 이상) 및 상장기업이었다.

연구팀은 “그간 이뤄진 정책연구들은 분석단위가 산업 및 수출입 품목에 그치거나 기업 단위 연구의 실태조사에 의존해왔다”며, “양적 성과에 따른 착시 현상을 경계하고 질적 도약의 시급성을 확인하고자 했다”고 이번 연구 배경을 설명했다.

주요 제조장비기업의 성장·혁신·수익패턴 분석 결과 요약 [자료=한국기계연구원]
주요 제조장비기업의 성장·혁신·수익패턴 분석 결과 요약 [자료=한국기계연구원]

반도체・디스플레이 급성장… 고용 및 R&D 강화가 주요

먼저 반도체・디스플레이는 2000년대부터 꾸준한 성장세를 기록해, 2000년 9,120억원이었던 매출액 2018년 20조4,069억원으로 무려 20배 가까이 성장했다. 고용 인원도 2000년 3,855명에서 2018년 2만7,306명으로 8배 이상 올랐으며, 기업수도 107개소에서 293개소로 3배 가까이 늘었다.

특히 이 분야에서는 R&D 투자와 집약도도 급성장을 보였다. 2018년 R&D 투자금은 7,786억원으로 2000년 152억원 대비 51배나 늘었다. R&D 집약도도 2018년 3.8%로 전반적으로는 상승세로 나타났다. 다만 2012년 6%대까지 치솟았던 당시와 비교하면 다소 주춤해진 형국이다.

한편, 2000년 1,121억원에서 시작한 영업이익은 2017년 2조원대를 돌파했다. 다만 영업이익률과 자산수익률은 등락폭이 컸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1,000~5,000억 기업의 성장세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들 기업이 50개까지 늘었으며, 2015년 이후에는 세메스가 매출 1조원 이상을 처음으로 달성했다.

기계연은 이처럼 반도체・디스플레이의 성장을 견인한 동력에는 높은 고용률과 R&D 투자가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2012년 매출이 주춤하던 시기에도 고용과 R&D 집약도가 높았던 점, 그 결과 매출과 영업이익이 늘어난 사실에 주목했다.

한국 반도체·디스플레이 성장패턴 [자료=한국기계연구원]
한국 반도체·디스플레이 성장패턴 [자료=한국기계연구원]
한국 반도체·디스플레이 혁신패턴 [자료=한국기계연구원]
한국 반도체·디스플레이 혁신패턴 [자료=한국기계연구원]
한국 반도체·디스플레이 수익패턴 [자료=한국기계연구원]
한국 반도체·디스플레이 수익패턴 [자료=한국기계연구원]

저수익 저투자 늪에 빠진 공작기계

반면, 공작기계 분야는 2010년을 기점으로 매출 정체가 두드러지고 있으며 고용도 감소 추세를 보였다. 연구팀에 따르면 2000년 867개에 달했던 기업수는 2018년 129개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매출은 2011년 3.5조원 이후 매년 감소해 2018년 2.9조원을 기록했다. 유일하게 매출이 증가하는 곳은 두산공작기계가 유일했다.

혁신패턴 역시 하향세를 보였다. 2000년 19억원을 보였던 R&D 투자는 2012년 700억원 가까이 급상승했지만 그 이후로 투자가 줄어들고 있다. 투자금액상으로 R&D 투자금은 2018년 954억원이었지만, 이 중 절반 가까이가 두산공작기계의 투자금이었으며, 전체적인 공작기계산업의 R&D 투자금은 485억원인 것으로 드러났다.

R&D 집약도 역시 두산공작기계만이 3~4%를 유지했으며, 전반적으로는 1%대에 머물고 있다. R&D 투자 수행 기업 비중도 60% 수준이다.

이런 매출 및 투자 감소는 영업이익의 급감으로 이어지고 있다. 2012년 2,000억원대를 넘었던 공작기계산업의 영업이익은 두산공작기계의 것을 제외하면 500억원대로 19년 전인 2000년대 수준까지 하락했다. 따라서 공작기계산업은 가면 갈수록 소수 국내 기업이나 외산업체에 쏠리는 현상이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공작기계 성장패턴 [자료=한국기계연구원]
한국 공작기계 성장패턴 [자료=한국기계연구원]
한국 공작기계 혁신패턴 [자료=한국기계연구원]
한국 공작기계 혁신패턴 [자료=한국기계연구원]
한국 공작기계 수익패턴 [자료=한국기계연구원]
한국 공작기계 수익패턴 [자료=한국기계연구원]

산업용 로봇, 선전했지만 갈길 멀다

한편 산업용 로봇은 정부의 스마트공장 보급 확산사업과 맞물려 소폭 상승한 모양새다. 하지만 여전히 산업 규모가 작고 R&D 투자도 주춤한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산업용 로봇 산업의 기업 수는 38개소로 2012년 이후 정체돼있었다. 다만 매출액은 9,762억원으로 2000년 1,894억원과 비교해 약 5배 가까이 성장했으며, 고용 증가속도도 높은 편이었다.

다만 혁신을 주도하는 R&D 투자금은 2018년 242억원으로 2011년 이후 상승세가 둔화된 것으로 조사됐다. R&D 집약도 역시 4% 가까이 찍었던 지난 10년과 비교해 3%대로 떨어졌다.

수익패턴 역시 만성적인 저수익 구조를 벗어나기는 했지만 전방산업의 부진으로 일시 급감하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었다. 특히 영업이익률과 자산수익률은 2012년 이후 하락 추세를 보였다.

한국 산업용 로봇 성장패턴 [자료=한국기계연구원]
한국 산업용 로봇 성장패턴 [자료=한국기계연구원]
한국 산업용 로봇 혁신패턴 [자료=한국기계연구원]
한국 산업용 로봇 혁신패턴 [자료=한국기계연구원]
한국 산업용 로봇 수익패턴 [자료=한국기계연구원]
한국 산업용 로봇 수익패턴 [자료=한국기계연구원]

“히든챔피언의 육성과 기업간 M&A 촉진으로 수익성 높여야”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제조장비 산업의 육성에 대한 정당성을 높이는 현상을 활용하고, 더 정교하고 구체적인 산업 혁신성장 정책을 수립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결론지었다.

따라서 연구팀은 제조장비산업 육성을 위한 과제로 △전략적 기업군 발굴 및 육성 △M&A 장려정책으로 글로벌 히든 챔피언 창출 △스타트업 육성 및 고용 지원정책으로 일자리 창출 △출연연구원의 지역기업 지원역량 강화를 토대로 비수도권 지역의 혁신역량과 수익성 제고 등을 제시했다.

3개 산업 모두 2010년 이후 R&D 집약도 상승세가 크게 둔화됐으며, 그나마 R&D 집약도가 높은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 분야도 글로벌 기업 대비 1/3 수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연구팀은 R&D 투자 강화가 필요하며, 이를 지원하기 위해 수익성을 높이고 디지털 서비스화 R&D 및 고부가가치화 정책을 시도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연간 매출 1조원 이상의 히든 챔피언이 단 2개에 불과했다는 점도 지적됐다. 연구팀은 “제조장비산업의 높은 경기 변동성에 대비하고, 수요산업에 대한 협상력 강화, 양질의 일자리 조성 등을 위하여 제조장비산업 산업 내 중견기업군 육성을 추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특히 연구팀은 공작기계의 경우 히든 챔피언으로 도약을 시도하는 기업들이 전무한 상황이었으며, 산업용 로봇도 기업군의 영세성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에 연구팀은 “단기간에 기술과 제품, 시장 확보가 가능한 기업들 간의 M&A를 적극 추진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국내외 M&A의 법인세 공제, M&A 연계형 R&D 등을 넘어서 잠재기업간 매칭, 투자 유치, 지분 규제 완화 등 전주기적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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