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한령 여파로 대기업 중국법인 매출 ‘반토막’… 배터리·반도체는 실적 올라
  • 이건오 기자
  • 승인 2023.07.05 14: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CEO스코어, 국내 대기업 중국생산법인 실적 공시 113곳 매출 조사

[인더스트리뉴스 이건오 기자] 국내 대기업의 중국생산법인의 매출 규모가 대폭 줄어든 가운데 차세대 성장 산업으로 주목되고 있는 배터리와 반도체는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어 격차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 한한령 등 한국기업에 대한 중국 정부의 압박이 본격화된 지난 2016년 이후 6년 동안 국내 대기업의 중국생산법인 가운데 매각하거나 청산한 법인의 수가 46곳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법인의 매출규모만 20조원에 육박한다.

그나마 생존하고 있는 국내 대기업들의 중국법인 매출규모도 13.1% 줄었다. 특히 지난해까지 성장세를 보인 배터리와 반도체 업종을 빼면 매출감소 규모는 37.3%로 대폭 늘어났다.

현대차, 삼성전자의 중국 생산법인 매출은 각각 75%, 43%가량 급감했다. 이는 기업공시를 통해 확인되는 수치들이다. 공시되지 않는 사업 진출 등을 합치면 국내기업의 대 중국 투자 손실 규모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국내 대기업의 중국생산법인의 매출 규모가 대폭 줄어든 가운데 차세대 성장 산업으로 주목되고 있는 배터리와 반도체는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어 격차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사진=gettyimages]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가 7월 5일, 창립 11주년을 맞아 국내 500대 기업 중 중국 생산법인 실적을 공시한 113곳을 대상으로 중국 한한령 등이 본격화한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 간 매출액을 조사한 결과, 이들 기업의 지난해 합산 매출액은 총 111조424억원으로 2016년 127조7,292억원 대비 13.1%(16조6,868억원)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중국 매출이 급증하고 있는 국내 배터리, 반도체 관련 기업을 제외할 경우, 국내 대기업의 중국 생산법인 매출액은 지난 2016년 117조2,300억원에서 지난해 73조4,485억원으로, 무려 43조7,815억원(37.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CEO스코어는 “한한령으로 국내기업들에 대한 제재가 본격화된 이후에도 미·중 무역 갈등, 공급망 위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복합 위기 상황이 지속되면서 국내 주요기업의 대 중국 사업이 후퇴를 거듭한 것으로 평가된다”며, “특히 과거 중국에서 강세를 보였던 국내 자동차·전자 대표 기업들이 중국에서 설 자리를 잃고 있는 반면에 배터리, 반도체등은 중국 내 시장 확산으로 성장세를 기록 중인 것으로 조사됐다”고 진단했다.

지난 6년 간 중국 생산법인 매출이 가장 크게 감소한 곳은 현대차였다. 현대차 중국법인인 ‘북경현대기차’의 매출액은 2016년 20조1,287억원에서 지난해 4조9,003억원으로 무려 15조2,284억원 급감했다. 국내기업 중 10조원 이상 매출이 감소한 업체는 현대차 중국법인이 유일하다.

아울러 같은 기간 기아의 중국법인 ‘강소열달기아기차’ 매출도 9조7,996억원에서 1조8,835억원으로 80.8%(7조9,161억원)나 급락했다. 현대차·기아의 중국 생산법인 매출은 6년 새 5분의 1 수준으로 토막이 났다.

완성차 업체인 현대차·기아의 추락은 국내 부품 업체들에게도 악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현대모비스의 중국 생산법인 매출은 1조7,051억원으로, 2016년 8조8,746억원과 비교해 80.8%(7조1,695억원) 줄었다. 또한 현대트랜시스 중국법인 매출 감소율은 55.1%나 됐고, 현대위아(-62.7%), 성우하이텍(-71.4%), 현대케피코(-74.3%) 등도 중국 생산법인 매출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

삼성전자도 중국 스마트폰 및 가전부문 위축으로 2016년 17조1,236억원이었던 중국생산법인매출이 지난해 43.5% 감소한 9조6,798억원으로 줄었다. 지난 2021년 중국 생산법인인 ‘Samsung Electronics Huizhou’를 청산한 것이 매출 감소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삼성디스플레이 중국법인 매출도 2016년 10조7,831억원에서 지난해 5조4,035억원으로 49.9%(5조3,796억원) 급감했다.

2016년 대비 2022년 업종별 중국 생산법인 매출 변화 [자료=CEO스코어]

CEO스코어는 이번 조사를 통해 “국내 자동차·전자 대표기업의 중국생산법인 매출이 6년 새 절반이상 쪼그라든데 반해 배터리·반도체 기업들은 중국 내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며 큰 폭의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며, “특히,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등 K-배터리 3사는 중국에서 역대급의 실적으로 대박을 터트렸다”고 전했다.

LG에너지솔루션의 지난해 중국법인 매출액은 12조8,458억원으로, 지난 2016년 2조4,167억원 대비 무려 431.6%(10조4,291억원)나 급증했다. 같은 기간 삼성SDI 중국법인 매출도 9,298억원에서 5조4,250억원으로 6년 새 483.5%(4조4,952억원)나 확대됐다. 이차전지 관련 생산법인 중 하나인 ‘Samsung SDI(Tianjin) Battery’는 2,558.7%라는 매출 증가율을 기록했다. 또한, 지난 2019년 중국에 신규 법인을 설립한 SK온은 지난해 2조979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안착했다.

K-반도체의 매출 성장도 주목할 만하다. 삼성전자의 중국 내 반도체 생산법인 중 하나인‘Samsung(China) Semiconductor’의 매출액은 2016년 4조1,521억원에서 지난해 9조6,798억원으로, 133.1%(5조5,277억원) 증가했다. 또한 지난해 SK하이닉스의 중국 생산법인 매출액도 2016년 3조6억원에서 지난해 7조5,454억원으로 4조5,448억원 늘었다.

이외에도 LG화학의 중국 생산법인 매출은 6년 새 179.4%나 치솟았고, LG디스플레이(38.7%), 효성티앤씨(182.3%), HD현대인프라코어(138.1%), 삼성전기(21.0%) 등의 중국법인 매출도 크게 증가했다.

업종별로 살펴보면 자동차·부품 업종의 중국 생산법인 매출 감소 폭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자동차·부품 기업들의 중국법인 매출액은 19조4357억원으로, 2016년 55조4686억원에 비해 36조329억원이나 급감했다. 또한 △생활용품(-2610억원) △건자재(-532억원) △철강(-355억원) 등도 중국 매출이 감소했다.

반면, IT전기전자 업종의 중국 생산법인 매출은 크게 증가했다. 2016년 55조9,709억원을 기록했던 IT전기전자 기업들의 중국법인 매출액은 지난해 68조4,533억원으로, 12조4824억원 확대됐다. 이어 △석유화학(6조290억원) △식음료(6809억원) △조선·기계·설비(3399억원) 순으로 매출 증가 폭이 컸다.

한편, 한한령 이후 국내 대기업의 중국 생산법인이 고전을 면치 못하면서 지난 6년 간 매각되거나 청산된 중국법인이 46곳에 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매각된 중국 생산법인은 30개사, 청산된 법인은 16개사에 달했다. 매각된 중국법인의 매출액은 2016년 기준 6조5,945억원, 청산 법인은 13조1,981억원에 달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