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①] 전환기 맞은 태양광 산업, 미래 선도할 키워드 5
  • 이건오 기자
  • 승인 2023.10.06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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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 산업 자생할 수 있는 환경 조성 시급… “민간 중심 새 판 짜야”

글로벌 태양광 시장은 지속적인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국내 태양광 시장은 신규 설치와 R&D, 규제 등 전반적인 하향세에 있어 관련 업계의 우려가 큰 상황이다. 이에 본지는 전환기를 맞은 태양광 산업의 지속가능성을 제시하고자 에너지 관련 기관, 발전사, 협회, EPC·모듈·인버터 기업을 취재하고, 온라인 시장조사를 통해 업계의 다양한 의견을 정리했다. 아울러 이를 5개의 키워드로 묶어 [스페셜리포트] 2회에 걸쳐 보도하고자 한다. / 편집자주

[인더스트리뉴스 이건오 기자] 글로벌 연간 신규 태양광 설치용량 400GW 시대가 눈앞에 왔다. 블룸버그(BNEF)가 최근 발표한 ‘2023년 글로벌 태양광 시장 전망’에 따르면, 올해 신규 태양광 설치용량이 사상 최고치에 해당하는 392GW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국내 태양광 시장은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연간 신규 태양광 설치용량 4GW를 넘어섰던 2020년 이후, 가파른 하향세에 접어들어 올해는 연간 2GW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7월 한국수출입은행이 공유한 2023년 태양광산업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태양광 신규 설비 규모는 전년 대비 15% 감소한 2.7GW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하반기 극심한 정체 현상으로 2GW를 넘어서는 것도 쉽지 않을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본지는 국내 태양광 시장의 현재 상황을 살피고, 업계의 다양한 의견을 종합해 글로벌 태양광 시장 기조에 역행하는 국내 시장 환경을 진단했다. 아울러 전환기를 맞은 국내 태양광 산업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어가기 위한 전략을 5개의 키워드로 정리했다.

글로벌 태양광 설치량 현황 및 전망(단위: GW) [자료=한국수출입은행, BNEF]
글로벌 태양광 설치량 현황 및 전망(단위: GW) [자료=한국수출입은행, BNEF]

#1.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_NDC

지난 9월 23일 개막한 아시아 스포츠 축제 ‘항저우 아시안게임’은 친환경 대회로 개최하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곳곳에 묻어났다. 주최측은 경기장 재활용과 제로웨이스트 시도를 비롯해 56개의 모든 경기장이 그린에너지를 사용한다고 전했다. 그린에너지는 칭하이성과 간쑤성, 신장위구르 등 서북부 일대에서 생산되는 태양광과 풍력발전을 끌어왔다.

제조업 중심의 경제 성장을 이뤄온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해 기후악당 국가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강제 노동, 온실가스 배출 등이 무역장벽으로 세워져 글로벌 경제 활동에 제약이 되자 중국은 태양광, 풍력을 비롯해 재생에너지 산업을 집중 육성했다. 많은 이목이 쏠리는 국제대회를 친환경 대회로 디자인한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우리나라 또한 기후악당 국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2021년 기준, 한국은 G20 국가 중 석탄발전에 따른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이 호주에 이어 2위에 해당한다.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으로는 중국보다도 높은 위치에 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글로벌 기후위기 대응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 감소와 에너지 전환은 국제 무역과 경제에 있어 가장 예민한 주제가 됐고, 세계 주요국들은 탄소중립 달성과 경제 구조 개편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쏟아내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2030년까지 국제사회에 감축 이행을 약속하는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제출하고, 구속력 있는 이 목표를 이뤄내기 위한 중장기적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항저우아시안게임 올리픽 스포츠센터 스타디움 [사진=항저우아시안게임 홈페이지]
항저우아시안게임 올리픽 스포츠센터 스타디움 [사진=항저우아시안게임 홈페이지]

우리 정부도 지난 2021년 10월, 2030년까지 국가 온실가스 배출을 2018년 대비 40% 감축하는 방안을 확정하고, 같은 해 11월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6)에서 우리나라의 NDC 상향안을 발표한 바 있다.

더불어 ‘2050 탄소중립’ 달성을 목표로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를 발족하는 등 대응에 나서고 있으며, 각계각층에서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지난 3월 25일에는 2050 탄소중립 국가목표 달성을 위한 법정 절차와 정책 수단을 담은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이 국회 국무회의에서 의결돼 시행되기도 했다.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에서 태양광·풍력·수소에너지 등을 통해 감축을 이행할 수 있는 전환부문 비율이 상당이 크다. 정부가 지난 3월 밝힌 바에 따르면, 전환부문 감축목표 비율을 기존 44.4%에서 45.9%로 소폭 상향했다. 원전과 재생에너지의 조화를 통한 균형 잡힌 에너지전환과 청정에너지 전환 가속화를 이뤄내겠다는 전략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10차 전기본에서 원전 비율을 높이고 재생에너지 비율은 낮춰 NDC에 기여할 수 있는 계획을 구상했다고 하는데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이 상당히 많다”며, “10차 전기본의 방향은 유럽, 미국 등 재생에너지 확대를 핵심으로 하는 세계 주요국들의 방향과 다르다.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대란을 겪은 독일은 재생에너지 비중을 2030년 80%, 2035년 100%로 설정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러시아의 유럽 내 천연가스 공급 중단 이슈로 대체 에너지원인 태양광을 찾는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자 공급난 우려가 없는 태양광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 CNN이 독일태양광협회 자료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독일 내 태양광 모듈 설치가 전년 동기 대비 22% 증가했다. 독일 태양광 모듈 제조기업인 스마트플라워(Smartflower)의 제임스 고든(James Gordon) CEO는 “독일 국민들은 에너지 안보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며, “독재자는 가스관 밸브를 잠그고 에너지를 차단할 수 있지만 태양은 아무도 건드릴 수 없다”고 말했다.

에너지 컨설팅 업계 한 관계자는 “원전은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리 이슈가 있다”고 언급하며, “7년 중간저장시설과 24년 영구처분시설 등에 대한 부지확보를 비롯해 처리 문제를 확실하게 정리해야 무리 없이 발전 비중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원전과 재생에너지의 대립보다는 석탄 중심의 화석연료 발전 비중을 줄이고, 에너지 안보와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전략을 통해 무역 경제에서도 도태되지 않도록 정책 설계를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글로벌 연간 신규 태양광 설치용량 400GW 시대가 눈앞에 왔다. [사진=gettyimages]
글로벌 연간 신규 태양광 설치용량 400GW 시대가 눈앞에 왔다. [사진=gettyimages]

#2. 그리드패리티_Grid Parity

본지는 재생에너지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태양광 산업의 시장 현황을 살피기 위해 에너지 관련 기관, 발전공기업, 태양광 모듈 제조기업, EPC 및 개발사 등 업계 관계자들을 직접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아울러 시장 설문조사를 통해 온라인에서도 업계의 의견을 모았다.

태양광 산업이 돌이킬 수 없는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는 표현도 있었고, 민간 시장을 중심으로 태양광 수요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어 제도적으로 막혀 있는 몇 가지 부분을 개선하면 태양광 산업도 긍정적인 전환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국내 태양광 산업은 RPS 제도와 함께 성장해왔다. 총 발전량의 일정비율 이상을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하도록 하는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RPS)’ 제도를 통해 의무대상 사업자는 직접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를 구축하거나 신재생에너지 공급사업자의 공급인증서(REC)를 구매하고 있다. 그러나 10차 전기본에서 국산 태양광 제품의 보호장치로도 작용하던 RPS 비율을 25%에서 15%로 낮춰 업계에서는 큰 우려가 쌓이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정부가 신재생에너지에 편중된 ‘전력기금’ 비중을 40% 이상 대폭 삭감하고 송·배전망 확충과 원전 생태계 지원을 강화하는 계획안을 꺼내자 업계는 더욱 침울해졌다. 기재부가 국회에 제출한 2024년 산업부 예산안에 따르면, 전력산업기반기금의 ‘재생에너지 지원’ 항목 예산이 올해 1조490억원에서 6,054억원으로 42.3% 줄었으며 2022년 예산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인 52.4%가 감소했다. 반면, ‘전력산업 기반 조성’ 항목에서 원전산업 예산은 올해 89억원에서 내년도 1,420억원으로 15배 이상 증가했다. 원자력 생태계 지원 사업 등의 예산도 크게 늘었다.

한국형 FIT로 알려진 ‘소형태양광 고정가격계약 제도’ 일몰도 시장에 큰 타격을 줬다. 한국형 FIT는 소규모 태양광발전 사업자와 20년간 고정가격으로 계약을 맺는 제도로, 안정적인 수익성 확보와 국산 태양광 제품 보호 등 국내 태양광 시장 성장의 견인 요소로 인식돼왔다.

한국태양광산업협회 정우식 상근부회장은 본지 기고를 통해 “재생에너지 산업의 성장은 압도적으로 각국 정부의 정책에 달려있다”고 언급하며, “재생에너지 산업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그 나라의 미래가 없다는 걸 자각하고 있기 때문에 각국 정부가 재생에너지 확대와 산업육성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정부 정책으로) RPS장기고정계약은 무력화되고, 탄소검증제는 기능을 상실하고, 마지막 보루였던 한국형 FIT도 대안 없이 종료됐다”며, “해를 넘겨 계속되고 있는 정권의 각종 감사·수사·조사 광풍은 재생에너지를 담당하는 공무원, 공공기관, 발전공기업 담당자들뿐만 아니라 시장과 산업 전체를 얼어붙게 했다”고 부연했다.

업계 복수 관계자에 따르면, 이러한 정부의 제동은 소형 태양광을 보조금 부정 수급을 비롯해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출력제한 등 전력망 불안정의 원인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금융지원 사업의 신청과 집행, 사후관리 단계별로 관리·감독 제도를 보완하고 전산시스템을 만드는 등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태양광 모듈 제조기업의 한 관계자는 “국내 태양광 모듈 제조기업은 내수시장에서 설 자리가 사라지고 있다”고 언급하며, “점점 줄어든 RPS 입찰물량이 상반기 1GW로 나왔는데 270MW만 입찰에 응하면서 미달이 났다. 한국형 FIT는 유예기간 없이 일몰 됐다”고 전했다.

이어 “에너지 관련 정부 정책은 시장에 바로 효과가 나타난다. 국산 제품의 보호장치 역할이 됐던 제도들이 사라지면서 중국 제품이 시장을 장악하는 상황이 됐다”며, “현재 중국의 태양광 모듈 덤핑 공세는 유럽에서도 문제가 되고 있다. 원가 이하로 공급되는 제품을 가격으로 상대할 수는 없다. 많은 유럽 태양광 셀 소재, 모듈 기업들이 문을 닫고 있다. 비단 유럽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렇게 과도한 중국 의존도는 에너지 안보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EPC 업계 한 관계자는 “태양광 산업이 자생할 수 있는 환경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키워드 중에 하나가 ‘그리드패리티’이다”라며, “기존 전력망에서 전기를 구매하는 가격과 재생에너지를 이용한 발전단가가 균형을 이루는 시점을 말하는데, 현재 어느 정도는 그 수준에 와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어 “그러나 시장을 혼란스럽게 하는 정부의 정책 방향은, 우여곡절을 겪으며 10년 넘게 키워 그리드패리티를 목전에 둔 태양광 산업 자체를 지우고 있는 형국”이라며, “태양광 산업이 비리 사례도 여러 건 나왔고 구조적인 문제도 드러났지만 죽이는 정책으로는 잃는 것이 너무 많다. 자생할 수 있는 환경이 되도록 굉장히 세밀한 부분까지 검증하는 제도개선이 있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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