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스트리뉴스 정한교 기자] 전세계 친환경 산업에 중국기업들의 공세가 거세다. 중국 방문을 앞둔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최근 중국의 과잉 생산 문제가 전기차·태양광 발전 시장을 왜곡하고 있다고 비판하는 등 중국의 행보에 경계심을 드러내고 있다.
유럽 역시 마찬가지다. 에너지경제연구원 세계 에너지시장 인사이트의 최근 보고에 따르면, 유럽 태양광 패널 제조업계가 중국산 저가 제품과의 경쟁으로 인해 고전하면서 EU 국가들이 EU 차원의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이들이 중국산 제품에 경계심을 드러내는 이유는 현지 업체들이 ‘줄도산’ 위기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우드맥켄지에 따르면, 미국의 W당 태양광 단가는 40센트, 유럽은 30센트다. 이에 반해 중국은 15센트에 불과하다. 애초에 체급 자체가 맞지 않는 실정이다.
이에 EU 집행위 에너지 집행위원 카드리 심슨(Kadri Simson)과 내부시장 담당 집행위원 티에리 브레통(Thierry Breton)은 EU 의장국인 벨기에에 역내 태양광산업 지원방안을 제안하는 서한을 보냈다.
최근 국제에너지기구(IEA)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태양광 패널과 풍력발전은 전년 말 대비 각각 85%와 60% 증가했다. 2023년 EU의 신규 태양광 설비용량은 56GW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내 태양광 공급망 기업은 저가 중국산 제품으로 인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최근 유럽에 신규 설치된 태양광발전의 패널과 부품의 약 90%가 중국산 제품이다. 이에 기업들은 2차 반덤핑 관세 부과와 같은 조치를 요구했다.
이에 카드리 심슨 집행위원은 “국경을 닫을 수는 없다”고 강조하며, “모든 상품이 구매 가능하도록 유통되는 가운데 2030년 기후 목표 달성을 위한 역내 태양광 산업 지원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두 집행위원은 서한에서 EU 국가들이 자발적 선언인 ‘유럽 태양광 헌장(European Solar Charter)’에 서명할 것을 제안했다.
‘유럽 태양광 헌장’은 회원국이 공공조달 사업에서 역내 생산 제품을 의무적으로 우대하고, 유럽산 제품을 우대하는 태양광 경매 시스템을 설계하며, 영농형태양광 등 다양한 태양광발전 설비에 대한 인센티브 제도를 구축하는 조치를 포함할 수 있다.
또한, IRA(인플레이션 감축법)의 영향을 받는 역내 기업들이 EU 국가 지원 규칙(State Aid Rules)이 완화됨에 따라 좀 더 용이하게 EU의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됐다는 점을 언급했다.
EU 의장국인 벨기에는 EU 집행위가 제안한 ‘유럽 태양광 헌장’의 초안을 작성할 것으로 보이며, 이는 차기 EU 에너지장관 이사회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국내 태양광산업 역시 중국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 시장이 중국산 제품에 잠식될 수 있다는 우려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이미 국내기업들은 생산라인 축소, 공장 가동 중단 등의 행보를 나타내며 우려가 현실이 될 날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예상케 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며, 전세계에 ‘에너지’의 중요성을 상기시켰다. 이른바 ‘에너지 대란’이라 불리는 전쟁에 따른 영향은 각국 정부가 ‘에너지 안보’ 확립에 힘을 쏟는 계기를 마련했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에너지 안보는 벼랑 끝에 내몰린 형국이다. 기술개발, 기업 성장이 아닌, 친환경산업에서의 생존 문제를 걱정하고 있다. 에너지 안보 확립 및 강화라는 시대적 과제 수행을 위한 정부의 현명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