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 갈 길 먼 분산에너지 활성화… 가시적 효과는 언제쯤?
  • 최용구 기자
  • 승인 2024.03.01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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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요금 현실화’, ‘사이버 보안 체계’ 등 과제 산적

[인더스트리뉴스 최용구 기자] 분산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고 있다. 지역별로 전력을 자급자족하는 분산형 전력 체계가 시대적 과제로 자리잡은 분위기다. VPP, ESS 등 관련 사업을 발굴하고 테스트하기 위한 저변은 확대되고 있다.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이 통과되면서 전력계통과 전력시장의 방향키는 분산화에 맞춰졌다. 6월부터 시행되는 이 법은 전력계통영향평가, 분산에너지 특화지역, 배전망 운영, VPP 등 주요 내용을 반영한다. 

정부는 분산에너지 사업 발굴에 올해 1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분산에너지 특화지역 유치 경쟁도 한창이다. 분산에너지 특화지역에선 전력을 직접 사고 파는 게 가능해진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역 기반의 분산에너지 생산·소비 체계 구축을 위해 제도를 운용하겠다”고 설명했다.  

분산에너지가 활성화하려면 에너지, 전력계통, ICT, 금융 등이 모두 움직여야 한다. [사진=인더스트리뉴스]

분산에너지는 광범위하고 복잡한 개념이다. 실제 활성화하려면 에너지, 전력계통, ICT, 금융 등이 모두 움직여야 한다. 분산에너지는 ‘에너지를 사용하는 공간·지역 또는 인근지역에서 공급하거나 생산하는 에너지’로 정의된다. 이는 전력을 자급자족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감안한 대응책이다. 무엇보다 전력망 건설이 쉽지 않다. 주민, 부동산, 보상비용 등 납득시켜야 할 것들이 많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공급을 과감히 늘리기 어렵다. 

산업부에 따르면 송전탑은 평균 80개월, 변전소는 평균 77개월의 건설 기간이 소요된다. 전력망을 설치하는 속도가 재생에너지 보급 속도를 따라갈 수 없는 실정이다. 그렇다고 미리 망을 깔아놓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현행 제도적 틀에선 제약이 많다. 정부는 ‘전기요금 차등제’를 논의하고 있다. 우선 ‘지역별 차등 도매전력요금제(LMP)’의 도입을 놓고 시기를 조율 중이다. LMP가 도입되면 발전원, 발전소 위치, 수요·공급에 따라 가격은 달라지게 된다. 일단 △경인지역 △비경인지역 △제주 등 3곳으로 나눠 LMP 요금이 책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태양광발전 설비의 대부분은 호남과 영남에 몰려 있다. 특정 지역에 발전이 집중되며 계통의 부담은 커졌지만 이를 분산시킬 망 공급은 더디다. 이쯤 되면 수요를 분산시키는 방식도 생각해야 한다. 현재 비수도권에서 생산한 전력의 대부분은 수도권에서 사용된다. 이처럼 생산과 소비가 불균형한데 전기요금은 전국이 동일하다. LMP가 적용되면 비수도권의 요금은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상대적으로 발전 비용이 저렴한 석탄발전, 원전이 집중된 탓에 수도권 대비 큰 폭의 가격 하락이 예상된다.

지역별 요금 편차는 기업의 ‘공장 이전’ 등 기준으로 작용할 수 있다. 수익성과 적절성이 파악되면 지방으로 이전할 것이다. 다만 수요 이동이 점차 지속되면 수도권, 비수도권의 가격차가 심화할 가능성도 생각해야 한다. 앞으로 관건은 정부의 ‘일관된 가격적 신호’란 평가가 있다. 시장에서 냉정하고 객관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으려면 정책이 오락가락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전기요금에는 LMP 말고도 송·배전요금, 세금 등이 더해진다. 향후 송전요금을 조정하려면 발전사업자와 소비자가 각각 얼마큼을 부담할지를 정해야 한다. 배전요금은 더욱 민감한 이슈다. 지역적 특성에 따라 배전 요금은 달라진다. 산간·도서지역이나 인구밀도가 낮은 곳에 높은 요금이 부과될 수밖에 없다. 서울 등 대도시 안에서도 지중선(地中線)이 많이 깔린 구역일수록 비싸진다.     

2023년 9월 정부세종청사 산업부 회의실에서 국토교통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지방시대위원회, 전남도, 경북도, 강원도 등 유관기관 관계자들이 ‘데이터센터 지역 분산’을 위한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산업통상자원부]

전력의 분산화는 발전설비를 한 곳에 집중시키지 않고 여러 장소에 분포시키는 것이다. 분산형 자원의 확대는 그만큼 배전망에 붙는 자원들이 많아진다는 의미다.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가 공급될수록 분산형 자원은 확대된다. 미래상을 생각하면 재생에너지를 분산형 자원으로 활성화시키는 것이 급한데 당장은 경제성이 걸림돌이다. 재생에너지발전의 생산 단가는 국내에선 아직 높다. 재생에너지 발전비용이 전기요금 수준으로 떨어진다면 태양광 등을 통한 자가발전은 크게 늘어날 수 있다. 어쨌든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를 통해 단가를 낮추면 해결이 가능한 얘기다.       

다만 계통 안전 관리는 화두다. 태양광발전은 인버터와 연동되기 때문에 이로 인한 영향도 살펴야 한다. 인버터는 전력을 인위적으로 조절하는 장치다. 태양광 보편화에 따라 인버터가 많아져도 일정 ‘주파수’ 등 전력 체계의 관성은 유지돼야 한다. 분산형 자원이 확대되면 지역에서 직접 전력을 거래하려는 사업자들도 증가할 것이다. 이 경우 기준이 되는 것은 가격이다. 전력시장 분야 한 전문가는 “전력이 모자란 동네는 가격이 오르고 남는 곳은 가격이 떨어져야 사고 팔 수 있지 않겠느냐”며, “이런 형태의 가격 매커니즘을 어떻게 만들어 줄 거냐에 대한 이슈가 있는데 일단 수도권(요금)과 비수도권(요금)을 나누는 식으로 시작하려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재생에너지가 확대될수록 커테일(Curtail)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수요 이상의 재생에너지 전력이 생산되기 때문에 남는 전력에 대한 활용도가 중요해진다. ESS를 통해 저장하거나 난방에 활용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VPP 통합플랫폼 개발은 풀어야 할 숙제다. VPP는 분산된 소규모 발전원들을 하나의 발전소처럼 통합·제어하는 개념이다. VPP 시대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사업자들의 경쟁은 치열해질 전망이다. 

전기요금 현실화는 선결될 과제로 거론된다. [사진=gettyimages]

VPP는 작은 발전원들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필요하다. 전력시장에는 적정한 정산 단위가 있다. 용량이 너무 작으면 정산이 어렵기 때문에 어느 이상으로 합쳐져야 정산 등 관리가 가능하다. 소규모 발전원를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것은 꽤 복잡하다. 발전소를 확보해야 하고 정보통신 체계가 갖춰져야 한다. 전력공급설비 등 인프라도 요구된다. 발전원을 확장하는 과정에선 ‘용량요금’ 산정의 이슈도 있다. 용량요금은 일종의 발전소 유지비용이다. 전력 공급을 위해 발전소를 건립한 데 대한 보상금과 같은 비용이다. 재생에너지발전은 LNG나 석탄발전보다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용량요금이 낮아진다. 필요시 언제든 공급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용량요금이 줄어드는 비율은 VPP 사업의 수익성과 관련된다. 

VPP는 여러 발전원이 하나로 묶인 특성상 데이터 변경, 조작 등 사이버 보안 문제에 취약할 수 있다. 데이터 접근과 열람 등에 있어 안전성을 높일 방안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있다. 한편 전력거래소는 재생에너지의 ‘실시간 변동성’을 반영하기 위해 전력시장의 틀을 바꾸고 있다. 태양광, 풍력을 이용한 재생에너지발전은 전력을 일정하게 생산하기 힘들다. 미리 발전계획을 세워도 빗나갈 가능성이 충분하다. 하지만 현재는 하루 전에 예측한 발전량 데이터로만 관리되고 있다.

제주 시범사업에선 이같은 ‘하루전 시장’ 구조를 ‘하루전 시장+실시간 시장+예비력 시장’ 구조로 바꾸는 변화를 시도한다. 15분 단위로 발전량을 예측해 가격 산정의 정확도를 높이는 것이 골자다. 전력 및 전자를 아우른 전문인력의 확보는 이 시점의 뜨거운 감자다. 분산자원 확대, 전력요금 개편, 실시간 시장 등이 접목된 시스템을 유지하고 관리할 인력이 부족하다는 우려의 시선이 앞선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전력시장이나 계통을 바꾸는 것은 간단한 일이 아니”라며, “여러 가지를 분석하면서 문제점을 찾아야 하고 거기에 맞는 추가적인 아이템은 뭘 해야 하는지 꾸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행 과정에서 제도나 규제 등 충돌이 불가피할 텐데 시장의 개념을 이해하면서 해결할 수 있는 사람 수가 많지 않다”고 걱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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