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다로운 규제, 풍력터빈 멈춰 세운다
  • 박관희 기자
  • 승인 2018.02.07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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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일본 대지진의 여파로 모든 원전을 가동 정지한 일본은 태양광과 풍력, 에너지저장장치 등 국내에서 에너지신산업으로 조명받고 있는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에 공을 들였다. 석유와 천연가스 비중이 하락하고, 덩달아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꾸준한 감소세를 유지하게 됐다.

환경영향평가만 5년, 일본 풍력 갈길 잃다

[Industry News 박관희 기자]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일본의 에너지 전략을 바꿔놓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원전 사고 후 원전의 안정성과 그에 따른 제반비용 문제가 연일 이슈가 됐고, 원전이 에너지원으로서 합리적인 선택인지 또 원전의 사회적 비용이 도마에 오르면서 결국 일본 정부가 ‘발전단가 검증위원회’(이하 검증위)를 통해 이런 의문을 해소하기에 이른다.

일본 풍력 산업이 2년째 뒷걸음질 치고 있는 배경에는 까다로운 환경영향평가 등 각종 규제가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사진=안산시]
일본 풍력 산업이 2년째 뒷걸음질 치고 있는 배경에는 까다로운 환경영향평가 등 각종 규제가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사진은 국내 풍력발전단지 전경 [사진=안산시]

당시 검증위는 석탄 등 화석연료는 물론 태양광과 풍력, 지열 등 재생에너지에 대한 발전단가를 공식 발표했고, 그 결과 원전의 사회적 비용이 고려된다면 화석연료와 비슷한 수준이 되고, 상대적으로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는 발전단가가 큰 폭으로 하락할 것이라고 결론 지었다.

검증위 발표 후 일본정부는 재생에너지 확대, 에너지 절감, 분산형 에너지 시스템 도입 등을 골자로 하는 에너지 기본방침을 수립했고, 이후 재생에너지의 보급 확대가 속도를 내게 됐다.

일본 에너지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의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전년 대비 1.0%p 증가한 약 8.3%로, 수력발전을 포함하면 약 15.8%로 추정되고, 올해는 전년 대비 0.9%p 증가한 약 9.2%, 수력발전을 포함하면 약 16.8%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잘나가던 일본 풍력, 2년째 뒷걸음질
표면적으로 일본 재생에너지 분야의 성장이 이뤄지고 있지만, 풍력발전은 실적이 감소세에 접어들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이하 에경연)은 “일본 풍력은 2년 연속 전년 실적을 하회하고 있고, 때문에 현지에서 일본 정부가 마련한 2030년 풍력발전설비 도입량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일본풍력발전협회의 자료를 보면 2017년 일본의 풍력발전설비 신규 설치용량은 전년 대비 12% 감소한 169MW로 2년 연속으로 전년 실적을 하회했다. 지난 2016년 실적은 192MW이고, 2015년에는 244MW가 구축됐다. 또 현재까지 누적 건설 규모는 3,393MW로, 일본 정부가 제시한 2030년 도입 목표 1만MW의 약 30% 수준에 그친다.

대형 발전사가 송전선로를 보유하고 있는 일본은 송전선 제반비용이 유럽에 비해 3배 이상 높아 풍력발전 수요를 감축시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pixabay]
대형 발전사가 송전선로를 보유하고 있는 일본은 송전선 제반비용이 유럽에 비해 3배 이상 높아 풍력발전 수요를 감축시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pixabay]

이처럼 풍력발전 실적이 하향세를 띠는 이유는 유럽 대비 송전선 비용이 높고, 까다로운 환경평가와 엄격한 규정 때문이다. 에경연은 “일본에서는 농지와 보안림을 보호하기 위한 규제와 함께 일반적으로 환경영향평가는 4~5년 소요되고, 이 과정에서 풍차 배치 변경과 기수 감축 등 최초 계획 변경이 요구되기도 한다”고 밝혔다.

일례로 그린파워인베스터먼트사는 2015년 착공예정이던 풍력발전단지 계획을 국가가 지정한 공원 근처라는 이유로 계획 변경을 요청받고 지난해 말에야 착공에 들어간 바 있다.

유럽과 비교해 높은 송전선 비용으로 수익성 확보가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도 풍력발전 계획 축소를 부추기고 있다. 유럽의 경우 발전과 송전분리가 진행돼 송전선에 한해 투자비를 전력요금으로 충당하고 있다. 바꿔 말하면 사회 전체가 부담하는 시스템인데, 일본은 도쿄전력과 간사이전력 등 10개 주요 전력회사가 송전선을 보유하고 있고, 송전선 신설시 비용 일부를 발전사업자가 부담해야 한다.

또한 일본은 풍차를 산지에 건설하는 경우가 많아 부지 조성과 수송로 확장비용 등으로 송전선 관련 제반 비용이 높다. 재생에너지재단(Renewable Energy Institute)은 2014년에서 2016년에 가동을 시작한 일본 풍력발전사업자들의 송전선 관련 비용이 kWh당 239 유로로 독일의 3배 수준이라는 조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이처럼 관련 비용이 증가하자 오릭스와 소프트뱅크 등은 일본에서 풍력발전 사업을 전개하지 않고,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국내 풍력 규제완화, 미룰 수 없다
국내 풍력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재생에너지 3020 계획의 목표 이행을 위해 16.5GW 규모의 신규 풍력발전 설비가 들어서야 한다. 이에 대해 한국풍력산업협회 관계자는 “규제개선과 민원의 해결없이는 풍력발전의 빠른 진전은 기대하기 어렵고, 올해 풍력시장은 100MW 구축이 현실적인 목표가 될 것“이라고 밝히는 등 시장의 깜짝 반전 역시 기대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국내 기업들의 해외 진출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는 점도 문제다. 두산중공업은 탐라해상풍력발전 이후 해외 진출을 적극적으로 타진하고 있고, 유니슨 역시 매출의 상당부분을 해외 프로젝트를 통해 창출하고 있다.

기술력을 인정받으면서 성공적인 해외 진출을 이룬다면 환영할 일이지만, 국내에서 레퍼런스를 확보할 수 없을 만큼 시장이 축소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또 국내 모 발전사의 경우처럼 해외 풍력사업에 뛰어들었다가 재무부담 가중으로 발전소를 매각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이는 등 현지 돌발상황 등 불안요소도 국내 시장의 안정적인 성장을 더욱 요구하는 이유가 된다.

일본의 사례를 볼 때, 국내 풍력업계 활성화를 위한 노력이 더이상 미뤄져서는 안될 것이고, 정부가 당초 계획한 계획입지제도 역시 빠른 도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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