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배출 불가피한 신흥국들… 아시아서 CCS(탄소포집저장) 각축전 팽팽
  • 최정훈 기자
  • 승인 2021.11.04 08: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국, 일본, 중국 기술력 앞세워 시장 선점 나서

[인더스트리뉴스 최정훈 기자] 배출되는 탄소를 직접적으로 제거하는 탄소포집·저장(CCS, Carbon Capture Storage) 기술이 탄소중립으로 가는 디딤돌 역할을 할 전망인 가운데, 시장 선점을 위한 각국의 힘겨루기가 감지되고 있다.

코로나 이후 세계 곳곳에서 탄소배출을 지탄하며 신재생에너지로 탈바꿈하자는 분위가 조성되면서 금방이라도 세상이 달라질 것 같던 모양새였다. 하지만 경제 회복세에 접어들면서 가파르게 치솟는 가스·석유 수요가 일찌감치 탄소와 선 긋겠다던 각국의 목소리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 코로나 여파로 주저앉았던 석유·가스 메이저 기업들은 유가 90달러를 목전에 두고 최대치 분기 매출 실적을 공표하고 있고, 해양시추 업체들도 강한 모멘텀에 반색하며 묶어 뒀던 플랜트·선박을 다시 가동할 채비에 나섰다.

경제가 팽창하는 궤도에 진입한 아세안 국가들이 당분간 상당한 탄소 배출이 불가피해 CCS기술을 적극 도입할 것으로 점쳐진다. [사진=utoimage]
경제가 팽창하는 궤도에 진입한 아세안 국가들이 당분간 상당한 화석연료 사용이 불가피해 CCS 기술을 적극 도입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utoimage]

석유·가스가 경제에 미치는 파급력을 생각할 때 당분간 화석연료 사용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확실시되는 대목이다. 하지만 국가와 업종을 막론하고 탄소중립을 좌시할 수는 없기에, 최근 탄소만 직접적으로 한데 모아 배출하지 않는 기술이 차선책으로 대두되고 있다. CCS(Carbon Capture Storage)는 CO2를 포집 후 고압·액화 해 해저에 저장하는 과정을 밟아 탄소배출을 배제하는 기술이다. 탄소로 화학‧플라스틱 제품의 원료 등으로 활용할 수 있으면 CCUS(Carbon Capture Utilization Storage) 기술로 넘어간다. UN 다자간기후변화패널(IPCC)은 지구 기온 상승을 산업혁명 이전 수준(1.5도씨)으로 유지하기 위해 2050년까지 CO2 10억톤을 포집해야 한다고 전망했다. 이번 기후변화 정상회담(COP26)에서도 CCS가 비중있게 다뤄졌다.

천연가스 정제설비, 화력발전소, 철강플랜트 등 탄소 배출량이 상당한 분야를 대상으로 실증 프로젝트들이 진행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26개의 CCS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으며 30여개 이상의 추가 파일럿 프로젝트가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60년까지 매년 20개 이상의 CCS 프로젝트가 발주될 것으로 예측된다. 설치부터 운영까지 CCS 프로젝트의 총비용을 어떻게 낮추느냐가 관건인 가운데 ‘Wood Mackenzie’는 2030년까지 4억톤의 CCS 프로젝트가 확충될 것으로 추산되며 원가도 2050년께 20% 낮아질 것으로 전망하며 업계의 우려를 불식시켰다.

경제 동력 '화석연료' 포기 못하는 아시아, CCS 도입 가속

경제발전의 온기가 움트고 있는 신흥국들이 다수 포진한 아시아에서 CCS의 수요가 클 전망이다. 아시아는 여전히 에너지원의 80% 이상이 석유, 석탄, 천연가스 등의 화석연료로 구성돼 있다. 이처럼 탄소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는 아시아 지역에 CCS 기술 강국들이 빠르게 발을 들이고 있다.

CCS 최상위 기술을 보유한 기업은 미국, 일본, 중국 등에 속해 있는데 2019년 기준 미국의 엑손모바일(Exxon Mobile)이 26만8,278건으로 1위 자리를 차치하고 있다. 11월 2일 인도네시아 국영 석유가스기업(PT Pertamina)은 엑손모바일과 CCS 프로젝트를 위해 협약을 체결했다. 인도네시아는 8번째 탄소배출국이며 주변 해역 지층에 CO2 저장소도 풍부하다. 저장소는 CCS로 포집된 CO2를 한데 모을 수 있는 빈틈있는 지층이 필요하고, 그 위를 CO2가 방출될 수 없는 지층으로 덮여져야 하는데 주로 노후 가스전·유전이 적지로 손꼽힌다.

최근 엑손모바일은 아시아를 구심점으로 CCS 허브를 대거 양산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내놨다. 탄소를 운송·저장하는 CCS 허브를 통해 산업 간 협치의 가능성을 높이고 비용원가 절감 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도 아시아를 겨냥한 CCS 전략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CCS 기술력 측면에서 미츠비시중공업이 24만 381건을 보유하며 세계 2위 입지를 다지고 있다. 이외에도 토시바, IHI가 각각 5위(12만4,863), 9위(6만3,094)를 차지하며 다수 기업들이 글로벌 톱10에 진입한 상황이다.

특히, 미츠비시중공업은 CCS의 분리, 회수, 저장 기술의 전 세계 70% 이상의 점유율을 보유하며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미츠미시중공업 엔지니어링은 ‘탈탄소 사업 추진실’을 꾸리고 CCS 사업 확대에 더욱 고삐를 죄고 있다. 코트라에 따르면 현재 미츠비시중공업은 미국 텍사스 등 전 세계 14개소에서 회수 장치를 납품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미국 넥스트 디케이드사에 LNG 액화 플랜트의 배기가스 CO2 회수 시스템에 대한 기본 패키지 제공을 합의하며 LNG 플랜트에 CCS 기술이 적용되는 최초의 사례를 만들기도 했다. 해당 프로젝트로 연간 500만 톤의 CO2 절감 효과가 기대가 되고 있다.

일본은 선도적인 CCS 기술력을 아시아 외교에도 끌어 들이고 있다. 일본에서는 ‘아시아 전역의 지속적인 경제성장과 탄소중립의 동시 달성’을 표방하며 실제로는 일본 단일대오를 목표로 하는 ‘아시아 CCUS 네트워크'가 지난 6월에 출범했다. 산업전력 수요가 치솟으면서 동남아시아의 천연가스 수요도 덩달아 상승할 전망인 가운데 전력 접근성이 낮은 동남아시아에 천연가스와 CCS 기술의 결집시킨 안정적인 전력공급 솔루션을 제시한다는 복안이다. 

아시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고수하려는 중국도 가만히 있을리 만무하다. 중국 해역에는 이미 상당한 유전을 확보하고 있어 저장소 등 CCS 개발에 탄력을 받고 있다. 지난 8월 중국해양석유공사(CNOOC)는 남중국해에서 중국 최초의 연안 탄소포집·저장플랫폼(CCS) 개발에 착수했다. 2025년까지 전체 10%를 신재생에너지 프로젝트에 투자하겠다는 ESG 행보의 일환이다. CCS시스템은 남중국해 주강구 유역, 홍콩에서 남동쪽으로 118 마일(190km) 떨어진 CNOOC의 Enping15-1 유전에 적용된다. 중국은 연간 30만톤의 CO2를 포집해 수심 80m 해저 바닥에 저장할 계획이다. 중국석유화학공사(Sinopec) 또한 중국 동부에서 대규모 CCS 프로젝트를 구상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중국 최초의 CCS 개발에 착수하며 아세안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사진=utoimage]

특히 중국은 세계 최초로 CO2 운반선을 수주하며 CCS 운송 표준을 정립하게 됐다. 파이프라인 보다 대형 선박으로 CO2를 운송하는 방안은 아시아 북쪽에 자리한 탄소 배출원들이 잠재적인 저장소들과 이격시킬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중국 다롄조선공업(DISC)는 최근 노르웨이 에퀴노르(Equinor)가 주도하는 CCS(Northem Light CCS) 프로젝트에서 길이 130m, 폭 21m의 선박 2척을 수주했다. 이 선박은 2024년 인도 예정으로 탄소배출 저감을 위해 LNG연료추진기가 탑재된다. 50여개가 넘는 쟁쟁한 조선사들과 경쟁해 따낸 수주실적이어서 중국 조선 역량도 한층 과시한 계기였다는 평가다. 

우리나라 CCS 전략도 시동이 걸렸다. 11월 3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해양수산부가 CCS 유망저장소의 저장량을 7.3억톤으로 평가하고 추가 개발시 최대 11.6억톤 저장 가능하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지난 8월 한국석유공사와 현대중공업이 CO2를 저장하는 해양플랜트 플랫폼에 대한 노르웨이 선급(DNV)으로부터 기본승인(AiP, Approval in Principle)를 받으며 본격 설비 개발에 돌입했다. 프로젝트에서는 생산 종료 예정인 동해가스전에 CO2를 주입한다는 계획으로 이듬해부터 향후 30년 동안 매년 40만 톤씩 1,200만 톤의 CO2를 주입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쟁쟁한 선도국들에 필적하는 결쟁력을 확보하려면 갈길이 멀다. 에너지기술평가원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CCUS 기술 수준은 세계 최고 기술 보유국인 미국에 비해 79.7%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는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업종이 주력 산업이라는 점에서도 CCS 기술 도입이 시급한 실정이다. 전국경제인엽합회 조사에 따르면 국가산단은 석유화학‧운송장비‧철강 등 온실가스 다배출업종(2021년 상반기 생산액의 65%) 기업 위주로 구성돼 있는데 탄소국경세 도입,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상향 등 탄소중립 흐름으로 생산 및 수출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CCS 유망 저장소 해역 위치 [자료=산업통상자원부]
국내 CCS 유망 저장소 해역 위치 [자료=산업통상자원부]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주요국들의 탄소중립 정책으로 인해 우리기업들이 피해를 볼 수 있는 상황이다”라고 지적하며 “탄소저감기술 도입 없이 기업들이 탄소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것은 불가능한 만큼, 기술개발을 위한 정부 지원이 절실하다”라고 밝혔다.

코트라 관계자는 “탄소와 관련해 새로운 공급망과 산업들이 구축되었을 때 국내 기업들이 안정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각 기업들이 공급망에 포함되는 것과 동시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CCS 같은 기술 개발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되며, 향후 미래 국제 관계의 환경 정립에 더욱 노력을 가해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